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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 Sep 07. 2016

내가 아닌 너의 이야기

이름을 지어주다

2016년 2월 ...

칼 바람이 살을 에이던 어느날 아침.

늘 그렇듯 난 언니와 작업실로 출근했다.

한참을 작업에 빠져 있는데 ,앞집 화초가게 언니가

우릴 찾아왔다.몹시나 상기된 얼굴 이었다.

"이모!~우리 가게에 웃기는 고양이 하나 와 있어

!박스 안에 있는데 나가지도 않고 당당히 앉아서 쳐다보네 ~"

평소 내가 길냥이 밥을 주는걸 아는 언니가

길냥일 발견하자 날 찾아 온 것이다.

길냥이 밥을 7년 째 주고 있어도 등짝 한번 맘편히 만져본적 없는지라 너무 신나 쪼르르 뛰어나갔다.

ㅎㅎ 지금 생각해도 녀석을 처음 봤을때 내 기분은

그냥 "ㅎㅎㅎㅎ" 였다

제 몸 보다 작은 박스 안에서 웅크리고 앉아서는

빤히 날 올려다 본다.

고등어 무늬에 금빛 눈을 가진 녀석...

"너 어디서 온거야?"

"냐옹~"

"ㅎㅎ 너무 이쁘다~넌 주인이 있었나 부다~"

"냐옹~"

그저 돌아다니는 녀석들 중 하나일 꺼라는 생각으로 다시 작업실에 왔다.

어라? 다음날 녀석이 또 보인다.

여느 길냥이 답지 않게 당당하고 느릿느릿 걷는다.

마치 작은 제왕을 보는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풉" 하고 웃어 버렸다.

언니가 녀석에게 빵을 내밀었다.

" 사료를  못 챙겨 왔어~이거라도 먹을래?"

살짝 킁킁대더니 이내 다가와 빵을 야무지게 문다.

"냐아앙"

빵을 입에 물고도 뭐라고 말을 한다 .

그때 문득 뇌리에 스친 이름....

"언니! 우리 얘 똘똘이라고 부르자! 이름이 있으면 사람들이 함부로 안 할꺼야!"

그렇게 녀석은 똘똘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

나와 똘똘이의 짧은 동행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 작업실에 처음엔 앞 발 하나...

두번짼 머리...

세번짼 몸통 절반...

며칠만에 작업실에 스스로 들어왔다...

그렇게 우린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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