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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 Sep 07. 2016

내가 아닌 너의 이야기2

마음을 기대다

녀석은 그렇게 자신을 오롯이 우리에게 맡겼다.

너무 웃긴건 ...작업실엔 우리가 데리고 출퇴근 하는

지랄맞은 푸들(보리 )이 있었다.

그럼에도 녀석이 작업실에 들어오거나 나가거나

밥먹거나 움직이거나 하는 모든 행동은 꺼리낌이 없이 당당했다.오히려 보리에게 다가가 핥아주고

옆에 나란히 누워있고 싶어했다.

녀석이 다가갈때 마다 보리가 죽기살기로 달겨들었지만 녀석은 한번도 발톱으로  할퀴거나

하악대지 않았다. 참 웃긴 일이었다 .

똘똘이에겐 우리 말고도 다른 가족이 있었다.

"야오 " 란 이름을 가진 이쁜 삼색냥 이었다.

작업실 맞은편 정수기 창고에서 사는 정말 딱

사람손에 자란 그런 아가씨냥 이었다.

야오도 똘똘이도 대략 이제 갓 한살을 넘긴 리즈리즈한 커플인 셈이다.

둘은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매일 매일 썸을 탔다.

2016년 5월 네째주 월요일....

야오가 새끼를 낳았다...

다섯 마리를 혼자 힘으로 출산 했다.

내가 낳은 것도 아닌데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와 언니와 난 부둥켜 안고 울었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고양이의 삶을 알기에 탄생의 기쁨과 미안함과 두려움에 더 서러웠다.

새끼들이 태어나고 채 일주일이 되기 전...

무녀리로 태어난 까만 옷을 입은 녀석이 별이 되었다...자연의 섭리일꺼라 생각하며 눈물 지었다. 딱히 뭘 해줄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기에 방관자 입장으로 슬퍼만 했다.

그리고 연이어 잿빛 옷을 입은 튼튼했던 녀석도 별이 되었다...그렇게 아기들은 셋으로 줄었다.

똘똘인 출산한 야오를 며칠만에 만나서는

무엇이 두려웠는지 숨어서 대면을 거부했다.

그때 당황해 하며 작은 소리로 "냥~냥~ " 거리던

야오의 표정은 진짜 귀여웠다.

물론 , 며칠만에  둘은 다시 껌딱지가 되어 붙어 다녔다 .ㅎㅎ

어린 고양이 부부의 새끼들은 하루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다...그때 만큼은 정말 녀석들도 나도 매일 매일이 행복하고 즐거웠다...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잠든 두 녀석...

보면 볼수록 가슴이 아픈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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