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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 Sep 10. 2016

내가 아닌 너의 이야기 6

니덕에 글을 쓰는 나

밥먹는 녀석의 뒷모습을 크로키도 아니고 캐리커쳐도 아닌 화법으로 그린것을 이렇게 쓸줄이야...

오늘은 "끄적" 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보려한다.

난 사실 공황장애 이다.

서른 중반 쯤...

언니가 암말기 판정 받고 불과 한달도 안되어서

난 공황장애 환자가 되었다.

그때의 두려움은 죽음보다 더 독한 경험이었다.

한겨울 버스를 타고 오다가 문득 숨이 막히고, 소변이 마렵다는 두려움에 사로 잡혔다.

나의 뇌는 이미 두려움에 수만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내가 소변을 싸게되면?"

" 무슨 망신이야?"

"안돼...안돼... "

나의 뇌는 이렇게 여러가지 불안심리와 싸우게 되었다...

집에 도착 하려면 네 정류장 이나 남았지만 ,

난 내릴수 밖에 없었다.

그 추운 겨울 ...난 걸어서 집에 왔다.

그후 대문 밖으로 발을 뗄수가 없었다.

대문 밖으로 나간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흐르고 , 난 용기내서 신경정신과에 갔다.

이것저것 기계로 뇌를 검사했고 ,

선생님께선 쇼크로 인한 공황장애란 판정을 내리셨다. 약을 2년 넘게 복용했지만,먹으나 안먹으나 별반 차이를 못느껴 내 스스로 끊었다.

내가 느끼는 공포는 "그림자 공포 " 라고 하셨다.

{토끼들만 사는 산에서 밤을 보낼 경우,분명 이 산엔 토끼밖에 안사는데 두려워 하는 공포 }

언제부턴가 과거를 많이 회상하곤 한다.

"그때 차를 뭐로 바꾸고 어디로 여행을 가고 차에서 비박을 하고 등등... "

다시 버스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기 까지 몇 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다시 운전을 하고 다니기 까지 몇년이 필요했다.

내 주변인들도 내가 먼저 말하지 않으면 내가 공황이란 걸 모른다.

생각보다 내가 침착한 편인가 보다.

이 모든걸 할수있게 해준건 언니와 우리집 세마리 견공과 길냥이다.

일부러 사람이 많은 개천가로 강아지들과 산책을 나갔다. 그러다가 불안이 오면 바로 집에 왔지만...

비가오나 눈이오나 길냥이들 밥 챙기느라 밤이면 급식소를 다녔다. 비록 두 세곳 일지라도...

그렇게 노출훈련을 하다보니 버스도 타고 사람이 많은 곳을 가도 가슴이 덜 뛰었다.

그렇다고 완치가 된건 아니다.

완치란 없는 것 같다.

그냥 "이길수 없으니 함께 살자" 란 개념으로 공황을 받아 들이기로 했을 뿐...

그런 내가 .... 똘똘이를 데리고 김포에서 미아동 까지 버스를 타고 왔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 녀석이 날 의지한게 아니라 내가 녀석을 의지한거 같다. 고마워 똘똘아...

공황이란 녀석보다 똘똘일 잃은 상실감에 ,

그 순간 만큼은 한번도 불안이 찾아오질 않았다.

역시 그림자 불안이 맞나 보다. ㅎㅎ

여기까지가 "끄적 " 의 아주 짧은 소갯글이다.

손만 닿아도 골골쏭을 부르며 행복해 하던 녀석...

올 추석 가평군 설악면으로 녀석과 소풍을 갈 예정이다. 너른 들판에서 나비도 따라다니고 꽃잎 향기도 맡으며 지내라고 ....

어느 세상 ...어딜 가든 ...너는 나의 김똘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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