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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 Sep 09. 2016

내가 아닌 너의 이야기 5

이별을 말하려 하는...시간아 멈춰라...

커피 주전자를 밀어내고 명당을 차지한 똘똘이...

이곳에 한가로이 누워서 밖을 보는걸 즐겼었다.

8월 초순...

작업실 건물주가 바뀌면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어쩌면 우리에겐 불행의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하루 단 한번 소변을 보던 녀석이 한시간에 열번은 지린다. 화장실에 수도 없이 들락 거린다.

급히 병원엘 갔다. CT.초음파 .혈액검사 결과, 스트레스성 요도 염증 이란다.

" 에휴...짜식 소음 때문에 힘들었구나 "

언니와 난 병명 때문에 한바탕 웃었다.

그때부터 시작 된걸까?.....

먹성 하나는 국대급인 녀석이 잘 안먹는다.

문득 문득 녀석이 호리호리 하게 변한걸 느꼈다.

며칠이 지나고  언니가 ,

" 얘...목줄이 막 돌아가...좀 줄여봐바 "

"응, "

아무 생각없이 녀석의 목줄을 빼서 송곳으로 구멍을 내주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녀석은 강아지 처럼 목줄을 잘 한다. 지금 생각해도 참 기특한 녀석이다.

그리고...그날... 27일 토요일...

여느날 처럼 스쿠터를 타고 출근을 했다.

그런데 평소처럼 녀석이 마중을 안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도 가만히 웅크리고 있다.

무척이나 졸려운듯 힘없이 눈을 뜨고 올려다 본다.

"얘 졸린가봐, 스트레스 받지 않게 그냥 두자"

난 진짜 녀석이 졸린줄 알았다. 공사 한다며 해머드릴로 몇날 며칠 벽을 깨부숴서 우리도 미칠노릇 이었으니까...똘똘인 오죽하랴 했다.

바닥에 노랗게 게워놨다. "지난 달에도  이랬는데 푹자니까 괜찮아졌지? 곧 괜찮아 질꺼야~"

라며 난 말했다. 너무 멍청한 생각이었다.

웅크리고 있던 녀석이 넓은 곳으로 나오더니

"꾸엑!꾸엑! "

하더니 검푸른 맑은 물을 게워냈다.

그리곤 갑자기 목을 못가눈다. 난 핸드폰을 챙길 정신도 없어서 똘똘이만 태우고 병원엘 갔다.

가는 도중에  신호등에 걸렸고, 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 보았다.

"똘똘씨~ 별거 아닐꺼야~하늘 참 맑고 이쁘네 우리 똘똘씨 처럼~ "  

녀석에게 농담도 건넸다. 솔직히 걱정되고 두렵기도 했지만 별거 아닐꺼라 생각했다.

심각한 표정의 선생님이 파보장염이고 녀석은 상태가 너무 안좋아 생존확률 10% 미만

 이라고 말씀 하셨다.

백혈구가 만단위가 정상인데 우리 똘똘인 사백이라고...믿기 힘든 이야길 아무렇지 않은듯 무덤덤하게 하셨다...아무것도 안보이고 아무말도 안들리고...귀엔 그저 녀석의 힘든 신음 소리만이 들려왔다...나즈막히 ...."응...응...응...  "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난데...있지...저기 우리 똘똘이가...."

"왜? 스트레스래? 왜 그렇데?"

순간 울음이 터져 나왔다. 목구멍에서 주먹만한 뜨거운 덩어리가 꾸역꾸역 올라와서 목구멍을 막았다.

"똘똘이가 곧 천사가 될거 같아....빨리와"

언니도 말이 없다. 울고 있을테지...

옆으로 누워서 신음 소리만 내는 녀석의 귀에

작은 소리로 말해줬다

"똘아...엄마 곧 올꺼야 조금만 기다려... "

힘없이 축쳐진 녀석의 꼬리가 죽을 힘을 다해서

좌우로 움직인다.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인사라도 하는듯...

언니가 도착하고 채 오분도 지나지 않았을 짧은 시간...녀석은 세상 어디서도 들어본적 없는 비명과 함께 피를 쏟아내며 천사가 되었다.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고 또 닦아 주었다.

꿈이 아닐까 생각도 해봤다.

김포 하성리...

나도 녀석도 처음 가본 어느 구석진 마을.

작은 관에 녀석이 좋아하던 허접한 노끈과 쥐돌이 인형을 함께 넣어 주었다.

삼십분 가량 지나고...

늠름하고 잘생긴 우리 똘똘인 작은 몇개의 조각으로 변해서 돌아왔다.

언니의 품에 안긴채 집으로 왔다 .

그렇게나 오고 싶어하던 집...                                       똘똘인 천사가 되고서야 올수 있었다.


아직도 길목 어귀에 들어서면 네가 뛰어 나올것 같다.  모든건 그대로 인데 ...너만 없구나...

사랑한다 우리 똘똘이...미안하다 우리 똘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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