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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 Sep 08. 2016

내가 아닌 너의 이야기 4

그렇게 가족이 된다

똘똘이가 내 삶에 조금씩 조금씩 녀석의 자리를 넓혀갔다. 출근하는 매일 아침이 너무 즐거웠다.

녀석이 내 스쿠터 소릴 듣고 창가 스크레처에 뛰어 올라와 냥냥대며 빨리 들어오라고 보챘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자 녀석의 얼굴에 내얼굴을 부볐다.우리의 애정표시인 셈이다.

난 매일 밤 11시경 작업실에 가서 똘똘일 넣어두고

문을 잠갔다. 혹여 밤에 다른 녀석과 싸울지 몰라서 밤마다 가두었다. 너무 웃긴건 내가 문을 열어두고 휴가를 갔는데 그 며칠간 녀석이 밖에 나온건 아주 잠시 뿐 이었다고 한다. 녀석도 작업실이 바깥보다 안전한걸 알았나보다.

일요일에도 아침 7시경 나가서 문을 열어 주었다.

휴일엔 내가 일을 안하니까 맘껏 뛰놀라고 평일과 같은 시간에 문을 열어줬다.

문을 열어주면 나를 따라 오려고 해서 여러번 떼놓느라 애를 먹었다.

"나도 데려가고 싶은데 집엔 지랄쟁이 보리 누나랑 몽이누나 복순이 누나가 있어서 그래 ㅠㅠ 미안해 "

라고 달래며 마트에서 연어캔을 사서 따주고 얼른 도망가다시피 집엘 왔다. 떼놓고 오는 날은 짠하고

또 녀석이 그늘진 곳에서 느긋하게 누워서 바라만 보는 날엔 왠지 서운했다 ,ㅎㅎ

녀석을 키우면서 나의 시간은 녀석에게 맞춰  돌아갔지만 난 단 한번도 후회하거나 귀찮거나 하지 않았다. 밤늦은 시간에 녀석과 조용한 길목을 산책하고 나란히 마트에도 갔다.

길을 걷다 다른 고양은 봐도 녀석은 크게 관심 갖지 않았다. 땅에 코를 박고 킁킁 거릴때 살그머니 도망갈라 치면 어느새 눈치채고  달려왔다.

어설프게 겅중거리며 뛰었다 .

시간이 지나면서 녀석은 나에게  모든걸 의지했고

난 녀석에게 세상에서 제일 강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었다...

맨 앞에 고등어 무늬가 똘똘이

중간에 나비 아들 이쁜이

맨뒤에 턱시도가 나비이다...

피 한 방울 안섞인 나비의 아기들도 제 새끼처럼

품어주고 지켜주던 천사같은 나의 똘똘이....

이쁘단 말 보다  이쁘고

사랑한단 말 보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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