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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를 사다

by 순정

언제부터인가 지갑 사이즈가 작아지고 있다

카드만 들어갈 수 있는 심플하면서도 가볍게

사실 카드 지갑도 굳이 안 들고 다닐 때가 많아지고 있다


카드만 한 장 그리고 스마트폰

그만큼 휴대폰이 중요한 귀중한 물건이 되어 버렸다

물론 값비싼 스마폰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나와는 상관이 없다

(스마트폰에 욕심이 없는 1인)


다만 잘 잊어버리다 보니

이 글을 쓰면서 덜컥 겁이 난다


갓 출시된 스마트폰을 시중에 나오자마자

이벤트로 받은 후부터는 잊어버린 적은 없다

(다행이다 휴우~)

액정을 와장창 깬 적은 있지만


지갑이 필요 없는 세상

아 그러고 보니 나의 생애 첫 브랜드 지갑

프라다....(화장실에 놓고 나왔다)

잘 모신다고 선반 위에 올려놓고 잘 놓고 나왔다

30분 후 달려갔으나 이미 (잘 가시게나~~)


천 원짜리 지폐가 4장 생겼다

카드로 모든 걸 해결하는 나에게

지갑도 없는 나에게

귀한 돈이지만 (커피 한잔 마시지 못한다는 사실에 슬픔이 잠시 밀려왔다)

빽 다방은 되는구나.....


터벅터벅 검은 봉다리 하나 들고 집으로 가는 길

초록색 신호등을 기다리면서 서 있었다

금요일 오후

사람들이 줄 지어 나의 뒤로 자꾸 사라진다

오른쪽에서 오는 이도

왼쪽에서 오는 이도

자꾸 나의 뒤로 사라진다


관심 없는 척

슬쩍 고개를 돌려본다

아니 몸을 한번 스트레칭하면서 검은색 봉다리를 한번 돌려본다


나의 뒤

로또 판매점

2등이 몇 번 나왔다는 판매점 크기만 한 플래카드가

봄바람에 손짓하고 있다

들어와~~ 어서!! 어여~~~ 후딱..... 들어오라니까


주머니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천 원짜리 4장

생애 두 번째 로또를 샀다(자동으로)


봄바람에 벚꽃잎이 날리는 순간

드라마 지리산이 스쳤다

로또 1등에 당첨된 취업준비생(?) 직장인(?)

드라마 사실 듬성듬성 봤다

등산하면서 로또를 왜 하필 그 순간 당첨을 확인하러

산의 기운을 받으려고 했나?

1등을 확인하는 순간

바람이 로또를 삼켜버린다


후에 몇 화가 지나고 끝내는 로또를 찾는다고(찾았던 것 같은데)

폭우에 갇히고 라이더는 사람을 구하려다 죽고.....

그런 장면이 스쳤다

(짧은 순간 참 많은 생각이 스쳤네....)


바람이 주제가 아니라 1등이 주제였는데 말이다

로또는 한 적이 없으니(한번 천원 자동 경험 뿐) 된 적도 없지만

스마트폰이 고장 나 (해외에서) 폰이 없던 나에게 스마트폰이 당첨된 순간

주변의 모든 지인(30명은 족히 넘었을 동료)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그때 느꼈다

나의 행운은 그때 다 사용했을 수도 있다


1억을 모으기 위해 4가지 Job을 하면서 20대를 보냈다

돈을 모으기 위해 일을 했다

그때는 1억이 나에게는 참 큰돈이었다

(지금도 작은 돈은 아니지만)

그때 돈을 모은 이유는 그냥 모았다

학자금 융자를 안 받고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학비를 내기 위해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것들을 사기 위해


1억 나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필요가 없었다

난 아직 젊고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고

내가 하지 못한 것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로 했던 것 같다

아니 내가 느꼈던 부족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았던 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1억으로 투자를 했다면

1억을 2억으로 만들고 2억을 3억으로 만들었다면

후회는 안 한다 그냥 그런 방법도 있었구나

그때 나는 무식하게 은행 저축으로만 돈을 모았다(이자가 좀 높긴 했어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


그때도 주변 후배들이 투자를 하는 걸 보기는 했으나

나에게 그런 운은 없다고 생각했기에(그때는 운이라 생각했다 문과생의 한계)

돈은 노력해서(머리를 써도 되는데 말이다) 굳이 몸을 움직여서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단 말이지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 딱 맞는구나


로또 한 장으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다시 또 로또를 살 일은 없겠지만(내년 아님 후년 봄바람 살랭이면 또 모를 일이지)


이제 한 달 후면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고 있겠지

준비과정은 코로나로 참 빡빡하구나

예방접종 6가지 중 2개씩 나눠 맞으라는 것을 굳이 3방 맞겠다고

팔이 좀 뻐근하긴 하지만 처음 경험도 아니고 세방정도야 가뿐하게 맞아주지

가격이 후덜덜덜해서 놀랐을 뿐이다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비싼 접종을 맞았었다 말이야

공짜라 몰랐네


3방 더 남았고 한방은 여권이 있어야 하는데

만료되고 나서 관용여권 받을 줄 알고 신청 안 하고 있었는데

일반여권으로 나가라고 하네

일반여권 간편하게 집에서 인터넷으로 신청하려고 했으나

이전 여권과 동일한 사진은 안된다고 해서

아 ~~ 저 여권사진 어쩌나 제대로 사용도 못하고 폐기되는구나


당시 2019년 여권 사진을 찍으면서 캄보디아 갈 여권(비자 때문인가)은 사이즈가 좀 특이했어

사진 찍으면서 갈 준비에 즐거웠는데

이번에는 왜 이리 마음이 무거운지

일반여권은 어차피 만들어야 하니 새 디자인으로 된 여권으로 쫙 준비해서

딱 떠나보자


유투버들 보니 앞다투어 해외로 나가서 라방도 하고 콘텐츠도 찍고 하네

여행이 풀리니 고삐 풀린 망아지들처럼

나 역시 나갈 준비를 하는 사람이지만 일 아니 봉사하러 간다고요

이 시국에 여행이든 일이든 봉사든 간다는 게 다 부정적일 수 있지

관용여권이 안 나오는 이유도 그런 걸까

내가 안 보내주는데 가겠다고 하는 거 아닌데

이제 나갈 수 있다고 나가라고 해서 나가는 건데

찜찜함 한가득 안고 준비 중


나 역시 한 달 뒤 SNS로 (인터넷 상황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해외 나왔다고 오두방정을 떨고 있을 수도 있단 말이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라고 쓰고

로또 용지를 한번 째려본다(1등에 당첨돼서 캐나다 조카 만나러 가는 꿈을 꾼다)

근데 1등이 얼마야???


봄바람에 취해 로또 산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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