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오후에 화려한 예감

혼자보다 둘

by 순정

한국을 떠나기 3년 전

스물다섯 살이 되면서 10년 동안

나는 혼자가 좋았다

너무 좋아 무서웠다

이대로 평생 혼자인 것이 행복하고 편할까 봐

국내여행이든 해외든 혼자가 좋았다

밸런타인데이쯤 일본 여행을 갔다

초콜릿과 하트가 넘쳐나고 랜드마크 곳곳에는 연인들이 나를 향해 손짓했다

그 당시만 해도 셀카봉이 없었다

연인들이 부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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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여행이 너무 좋았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면 된다

쉬고 싶으면 쉬어 가면 된다

영화. 연극도 언제나 혼자였다

부러움과 의아해하는 관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타인은 소곤거린다 혼자 왔나 봐 와우 나도 혼자 한번 와 봐야겠다

개의치 않았다 부러움과 시샘이거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혼자 밥 먹는 것은 기본 혼자 쇼핑하고 커피 마시고

미술관에 갔다

매년 부산국제영화제에 갔다

열흘 동안 온전히 영화에 빠져서 보낸다

커피와 칼로리바만 있으면 문제없다

스크린에 영상이 비추는 그 순간

행복함은 눈물이 날 정도이다

해운대 모래사장에서 새벽바람과 시원한 파도소리 그리고 멀리고 보이는 오징어 잡이 배의 불빛을 보면서 생각한다

내년 영화제에는 혼자가 아니면 좋겠다

특별한 이유는 영화를 보고 난 후 영화에 대해 내가 느낀 감정에 대해 쏟아내고 싶어서이다

그 마음도 잠시 노트에 빼곡히 마음을 풀고 나면 혼자임에 행복해하며 잠을 청한다

3년의 타지 생활은 나에게 더 단단한 혼자로 만들 줄 알았다

3년이 지난 나는 여행도 함께

영화도 함께 밥도 함께 커피도 함께 마신다

언젠가는 다시 혼자이겠지만 지금은 조금 같이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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