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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정 Jun 17. 2023

투머치

언행불일치

심플함을 좋아한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

심플하면서도 가장 멋스럽게 느껴진다


여름에는 폴로 반바지에 폴로티셔츠

여자든 남자든

가장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물론 운동복 패션을 가장 즐기지만 말이다


쇼핑을 잘하지 않는 나

왜 옷장은 넘쳐날까


잘 사지도 않지만

잘 버리지도 못한다

아니 전혀 버리질 못한다


옷도 책도 심지어 포장지와 메모지까지


1년을 입지 않는 옷은 폐기해야 한다고 하는데

당근도 있는데 왜 못하는 걸까


책이 책꽂이에 꽉꽉 채워져 있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모은 책이 100권은 이미 훌쩍 넘어버렸고


읽은 책도 다시 읽고

느낌이 좋은 책은 수시로 꺼내 보기도 하지만

몇 년 동안 점점 아래로 아래로 책들 사이에 박혀

박제가 되어가고 있는 책들이 쌓여간다


그러면서도 계속 새책을 채워 넣는다


입을 옷은 없는데 옷장은 넘쳐나고

잡다한 물건들로

채워가는 방구석


갑자기 답답해지면서

처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 오늘도 출근이니(돈 벌어야지)


내일 좀 어떻게 해 볼까

당근 아이디를 만들어야 할까

귀차니즘

당근을 하고 있는 동생에게 부탁을 할까


물건을 파는 것도 참


아무리 둘러봐도 

진짜 사용하지 않는 것들로 가득하다


1년에 한두 번 사용하기 위한 것들

분명 못 버릴 것이다

2년에 한두 번은

3년에 한두 번은


버리고 나면 아쉬운 것들

다 아쉬운데


절대 미니멀이 될 수 없는 마인드의 소유자


심플하게 살고 싶다

무소유의 행복을 느끼면서

부족함


커피를 마시기 위한 잔은 한 개면 되고

텀블러도 한 개면 되는데

몇 수십 개다


방구석뿐만 아니라 주방까지


거슬리는데 거슬리는데

치우지 못하는 처분하지 못하는

나는 투머치 인생이다


맥시멈을 넘어선 투머치


몸뚱이라도 투머치에서 벗어나 봐야겠다


앗 아닌 게 있다

머 리 카 락


탈모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탈모증 치료제

한통 이미 다 쓰고

두통째 4개월 더 써봐야지 하고 사용 중


1개월이 지났다

눈에 띄게 나아지지 않는다

눈에 띄게 머리카락이 바닥에 흥건하다


워낙에 머리카락 자라는 속도도 느린데

더 느린 것 같다

아니 진전이 없다

시간이 멈춘 것 같다

내 머리카락에만

주름의 속도는 빨라지고

머리 성장은 멈춰버린


나는 이제 청년이 아니다

청춘도 아니다


머리카락은 투머치여도 좋은데

맥시멈이어도 좋은데


미니멀로 가고 있는 나의 머리카락

인생은 원래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아


그래서 재미있는 거 아니겠어


오늘 내가

내일의 내가

한 달 후 내가

1년의 내가

궁금하면서도 기대(?)가 된다


1년 후 나의 머리카락도


투머치 토크였나요 오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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