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봉

by 순정

*입봉

영화·드라마·연극 등 영상·문학 분야에서 감독·PD·작가가 처음으로 독립 작품을 완성·공개하는 것을 ‘입봉’이라고 함

일본어 一本(いっぽん)에서 유래했으며, ‘첫 작품’·‘데뷔작’이라는 의미로 널리 쓰임


프로듀서 입봉

작가 입봉


누군가의 도움으로 쉽게 입봉을 하게 된 나


영화 제작 프로듀서로 엔딩크레딧에 이름이 올라와 있으니

책 속에 작가로 이름이 있으니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라고만 하면

내가 아무것도 안 한 게 되는데 말이지


장편영화 데뷔를 하는 감독이 함께 하자는 요청으로

박사 수업 과제로 작성한 소논문을 같이 책으로 출판


두 달 동안 누군가는 힘들어서 포기를 하고

누군가와 힘겨루기를 하면서

여름 더위와 가을의 추위와 싸우면서

경기도 집을 정리해서 찜질방에서 지내면서

영화 제작 현장에서 함께했다


영화관에서 내 이름이 엔딩크레딧에 올라올 때

그 느낌은 말이지 생각보다 엄청 벅차오르지는 않아서 오히려 놀랬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예의(?)

마지막 엔딩크레딧까지 봐야 영화를 봤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를 보면서

부모님이 일을 해서 영화관에 잠시 나를 맡긴 느낌이라고 하기에는
맨 앞자리에 나를 앉아 놓고 가셨다(아빠 친구분이 영화관을 하셔서)
이렇게 말하니 구멍가게를 한 것처럼 느껴지네
(영화관을 2개 3개 소유하신 걸로 기억이 난다 말이지
중학교 때는 홍콩영화를 공짜로 친구들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생색을 냈는데 말이지 (영화관 딸인...))
영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말이지
꽤나 영화스럽게

부모님이 올 때까지 아닌 영화관 불이 껴질 때까지 앉아 있어야 했다

그때의 기억이 나의 유년시절 첫 기억이다


그 기억이 강렬하여 지금까지도 영화는 엔딩크레딧까지 봐야 한다

광화문의 그런 영화관이 있지 엔딩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 영화관


나의 페이버릿 영화관이라고 하긴에는 너무 오래 안 갔다(잠깐 반성 모드)


소논문을 쓰면서는 몇 번 포기를 하고

과제로 학점은 받았으니 굳이 수정을 해서 책까지 내기에는 너무 시간이 없어서(왜 그랬지 기억이 안 남)

아마도 주제가 맘에 들지 않았고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아마도 빼고 확실합니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는 교수님의 푸시로 인해 끝까지 우당탕 마무리를 했고

그 결과 책 안에 내 글이 같이 실렸다


머리를 올려줬다고 표현을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입봉은 했으나 그 이후로 나는 멈췄다


학회에서 우당탕 발표도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멈췄다


더 나아가기에는 너무 다른 길이라고 하기에는

모르겠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지만(당당하게 말하지만)


한 발짝 나아가야 하는데

매번 다른 길을 선택한다


다른 길이 다른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다른 길인 것 같기도 하고


다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중학교 시절

꿈(직업)에 대해 리스트를 작성한 적이 있다(자주 종종)

그때는 하고 싶은 일을 나열한 것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순위였던 것 같다


디자이너(편집디자이너로 일을 했봤지)

배우(연극배우로 연극을 했었지)

영화 프로듀서(입봉은 했네)

아나운서(이건 못했네.... 라디오에 출연한 적도 있고 영화제 MC도 했으나 이걸로...)

그런데 말이지

내가 진짜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있는데 말이지 못했어 이제는 못해(미련 없어)

문화기획자로 연출가로 여러 가지 행사를 기획하고 연출했지


그런데 말입니다

문화행정기획가로 일을 했던 나는 말이지

문화행정기획가가 될 줄 알고 여기에 왔는데 말입니다


이제는 말입니다

...


누군가의 도움이 아닌 제 자신 스스로의 힘으로 입봉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입봉만 하다가 끝날 인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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