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경기가 흔들리면서 남편의 수입만으로는 생활을 버티기 어려워졌다.
내 경력은 멈춰 있었고, 다시 일한다는 건 나에게 작은 모험이었다. 오래도록 혼자 작업에만 몰두해 있던 나는 사람을 대하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 같았다. 그래서 더더욱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겠다고, 사람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인생은 결국 끝없는 배움의 연속이다. 한 가지에 깊이 몰입하면 그 분야의 마스터가 되지만, 그러는 동안 또 다른 능력은 잊히기도 한다.
나의 마지막은 자수 작가로, 바늘 끝에서 빛나는 나만의 세계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는 시간이다.
약국에서 일하며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친절한 약사님 곁에서 고객을 대하는 자세를 어깨 너머 배우는 지금의 하루가 감사하다. 언젠가 다시 자수의 세계로 돌아갈 나를 위해, 이 시간 또한 천천히 스며들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과정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