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탐구생활 #2
스무 살, 대학 신입생의 삶이 시작되면서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있다면 사투리가 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인생을 경기도 과천에서만 16년을 살았으며, 친가족 중에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이 없으니 사투리는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실생활에서 듣는 사투리는 영화, 드라마에서 듣던 것과는 다릅니다. 모르는 단어가 있거나, 화가 나지 않은 것 같은데 억양이 다소 높게 느껴질 때면 커뮤니케이션에 오해가 생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사투리가 구수하고 정감이 있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서울에서 삶이 길어지면, 사투리를 구사하던 학우들이 점차 서울말을 구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들이 가족과 전화하게 되면 억눌렸던 사투리가 튀어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지역 출신의 사람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사투리로 대화하기도 합니다. 마치 외국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편하게 한국말로 대화하는 느낌 같달까요.
이런 상황에서 가장 어려웠던 표현이 있다면 '천지삐까리'와 '맹키로'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구, 경북 출신의 학우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학교에서 천지삐까리와 맹키로 표현은 자주 접하기는 했지만, 정확히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특히나 서울사람으로서 된소리는 욕처럼 들릴 때가 많다 보니 사투리 억양으로 듣는 천지삐까리 표현은 마치 기분이 나쁠 때 구사하는 표현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저는 일본 만화와 게임을 즐기며 성장했던 M 세대로서 간단한 일본말은 어느 정도 말하고 들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처럼 언제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가 없던 시대였기 때문에, 일본에도 사투리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만화 아즈망가 대왕에서는 오사카 출신으로 사투리를 구사하는 캐릭터를 '오사카'라 부릅니다. 한국에서는 오사카의 말을 사투리로 번역하여 적어두었습니다. 이렇게 오사카의 관서 사투리를 알게 되니, 교과서로 배웠던 표준어와 몇 가지 표현 차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진짜'를 뜻하는 혼또가 혼마로 표현되는 것과 '뭔 소리여' 하는 사투리식 표현이 난데아넹 입니다. 많이
시간이 지나 온라인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현시점에는 일본에도 다양한 사투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역사를 좋아하는 역덕이기에 저는 중국과 일본의 사극도 가끔씩 찾아보았습니다. 그중, 일본의 NHK 역사 드라마 료마전에서 사츠마 번(일본의 서남부지역, 가고시마현과 미야자키현의 남서부 일대) 사람들의 사투리가 놀라웠습니다. 사투리를 듣고 있으면, 한국의 강원도 사투리와 억양이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투리는 한국만의 문화가 아닙니다.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언어문화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구사하는 '표준어'라는 개념은 서울이 수도이기 때문에 서울말을 관습적으로 표준 된 규정으로 지정했을 뿐입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요. 즉, 표준어와 사투리는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할 것 없는 문화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투리는 정부에서 지정한 표준어를 제외한 언어이자, 특정 지방에서 사용되는 언어 습관을 뜻합니다. 이러한 사투리는 동일한 문자, 말을 구사하는 지역권에서 형성되는 문화로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사투리가 형성되는 것은 지역이 산과 강으로 막혀 있거나, 혹은 수도에서 멀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언어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또한, 동일 문화권이 타 문화권과 밀접하게 붙어 있다면, 영향을 받게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투리의 기준이 되는 것이 상호 의사소통성(Mutual Intelligibility)입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다른 국가와 문화권에 있음에도, 동일한 언어로 의사소통이 된다면 이는 같은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 예시를 들자면, 중국에서 구사되는 조선족의 한국어, 그리고 중앙아시아에서 살아가는 고려인의 한국어가 되겠습니다.
한국에서 조금 먼 영국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영국을 영어로 하면 UK(*United Kingdom)입니다. 국명에서도 알 수 있듯, 영국은 4개의 국가가 하나의 왕 아래 연합된 왕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우리가 표현하는 영국 사람을 정확히 표현하자면 브리튼 섬에 살고 있으며,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을 뜻하게 되겠지요. 그들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로 구성되었습니다. 따라서, 스코틀랜드나 웨일스 사람에게 영국인(English)이냐 물어본다면 실례가 되는 것이겠지요.
이처럼 다른 국가의 정체성을 가진 국가들이 브리튼 섬에 살면서, 동일한 언어와 말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즉, 상호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각 문화권에서 구사되는 영어는 억양에 차이가 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영어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스코틀랜드 출신이기 때문에, 잉글랜드에서 구사되는 영국의 표준 영어와 차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영어라고 말하는 언어는 사실 영국의 말입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우리는 미국에서 구사되는 영어를 주로 학습합니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영국과 미국의 언어 차이도 사투리와 같은 개념으로 볼 수도 있겠죠? 현재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였기에, 미국식 영어를 사투리로 표현하진 않지만 말입니다. 오히려 미국 내 텍사스 영어가 사투리로서 이야기됩니다. 그 외, 미국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등이 사용하는 영어의 악센트를 모사하는 코미디도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적 차이도 관점에 따라 사투리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처럼 '사투리'라는 개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면 클 수 있습니다.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스마트폰, TV, 가전제품에 탑재된 AI와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음성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디바이스를 조작하기 위해, AI와 대화를 하게 됩니다. 여기서 AI는 표준어로 사용자와 대화를 하게 됩니다.
표준어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도록 공식적인 기준을 지정한 표준 언어 규범을 뜻합니다. AI 어시스턴트가 표준어를 구사하는 것은 사용자와 대화를 하는 데 있어 정보를 전달에 오류를 줄이기 위한 상황으로 봐야 하죠.
사용자는 AI 어시스턴트가 구사하는 언어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남성', '여성'의 보이스 교체가 보편적인 기능입니다. 또한, 온라인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목소리를 다운로드하여 교체할 수 있기도 합니다. 이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앙증맞은, 장난스러운, 빠른 목소리 변경입니다. 그리고, 특정 인물의 목소리를 구현한 기능도 있습니다.
네이버에서는 연예인 유인나의 목소리를 AI 어시스턴트의 목소리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내비게이션에서 들을 수 있는 목소리에는 만화 캐릭터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목소리가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영국과 미국의 언어 차이를 사투리로 규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현재 AI 어시스턴트에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우리가 상호 의사소통성이 유지된다면, 사투리를 AI 어시스턴트 보이스로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했습니다.
만일 사투리를 구사하는 AI 어시스턴트가 있다면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저는 앞서 천지삐까리, 맹키로를 말하는 상황으로 상상을 했습니다. Han&Park(2004) 은 고향과 관련한 정체성이 반영된 사투리는 청자와 화자 사이에 정서적 친밀감을 향상한다 했습니다. 즉, AI 어시스턴트가 사투리를 구사한다면, 특정 사용자의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지 않을지 말입니다.
사용자 경험은 사용자가 디바이스를 조작하는 사용성과 이를 조작하며 느끼는 심리의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중에 심리적 측면에 집중했습니다. Mitchelle et al.(2011)은 AI가 디바이스와 어울리지 않는 보이스로 커뮤니케이션하면 사용자가 로봇으로 인지하여 친근감이 하락한다 했습니다. 즉, AI 어시스턴트가 보다 사람처럼 대화를 한다면 사용자 경험에 긍정적이지 않을까요?
이런 상상을 바탕으로 가설을 하나 세웠습니다. 'AI 어시스턴트가 사투리를 구사한다면, 특정 사용자의 경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말이죠. 즉, 긍정적인 심리는 AI 어시스턴트를 친밀하게 느끼게 도와주며 대화 빈도를 늘리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저는 수도권,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사용자에게 AI 어시스턴트가 표준어, 각 지역의 사투리를 구사하는 상황을 경험하게 해 줬습니다. 실험은 피험자가 아이폰에서 시리가 활성화된 영상을 보면서 태스크를 요구하면, 피험자가 착용한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AI 어시스턴트의 답변을 들을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여기서 이어폰은 별도로 연결된 노트북에 있는 사운드 파일로 들리도록 만들었습니다.
실험에서 들려주는 AI 어시스턴트의 보이스는 알바 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성우 지망생 분의 목소리를 통해 구성했습니다. 사용자가 지정된 태스크 중 하나를 요청할 경우, 각 지역의 언어로 답변이 분리된 구조의 실험물이죠. 여기서 사용된 AI 어시스턴트의 답변 사례를 다음과 같이 들려드리겠습니다.
실험을 해본 결과, 사용자들은 자신의 출신 지역의 사투리가 구사될 때 긍정적인 반응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결과는 수도권 외 출신들 사용자 사이에서 표준어는 2번째로 긍정적인 언어였습니다.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간단한 인터뷰로 자료를 수집하였는데, 여기서 확인된 반복된 의견은 자주 듣고, AI 어시스턴트가 원래 구사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친숙하다는 답변이었습니다.
통계를 통해 확인한 결과에서도 AI 어시스턴트의 사투리는 사용자 경험에 충분히 긍정적일 수 있다는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다만, 사용자가 특정 지역의 출신인 이유만으로 사투리가 구사되면 안 될 것이라는 인터뷰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는, 태어난 곳과 성장한 곳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즉, 사용자가 성장하며 습득한 문화에 맞는 언어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는 사용자가 태어난 곳의 사투리로 AI 어시스턴트가 말을 한다면, 사용자가 성장하며 습득한 지역의 문화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서비스로 연결하려면 다소 거쳐야 할 과정이 많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화의 한 측면을 잘 활용한다면, 더욱 인간스럽게 보이도록 기술을 활용하는 방향 외에도 사용자 경험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UX는 이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방면을 수용할 때에 긍정적인 길을 제시할지도 모릅니다!
with Jihoon Lee
Han, D., & Park, G. (2004). 사투리 사용에 기여하는 심리 요인들. The Korean Psychological Association, 2, 51-56.
Mitchelle, W. J., Szerszen A. S,, Lu, A, S., Schermerhorn, W., Scheutz, M,, & McDorman, F. (2011). A Mismatch in the Huamn Realism of Face and Voice Produce an Uncanny Vally. I-Perception, 2(1), 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