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탐구생활 #1
2017년 한 해는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작은 혁명이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이 당시 세계를 석권하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하단에 홈버튼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물리적 홈버튼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이전에 사용하던 스마트폰의 사용성과는 다른 형태의 경험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느낀 작은 혁명은 ‘물리적 홈버튼'의 유무에 따른 혁신이 아닙니다. 바로 홈버튼이 사라지며 생긴 디스플레이 비율의 변화입니다. 갤럭시 S8은 19.5대 9, 아이폰 X는 9.19:5의 화면 비율입니다. 이러한 비율은 규격화된 영상 비율이 아닙니다.
우리가 TV나 컴퓨터 모니터로 경험했던 4:3에서 16:9, 21:9까지 디스플레이를 통해 출력되는 영상의 기준으로 표준화된 규격입니다.
스마트폰은 영상을 즐기기만 하는 디바이스는 아닙니다. 그렇기에, TV 보다는 다양한 화면 비율이 존재합니다. 다만, 최근 스마트폰은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영상 콘텐츠 감상 빈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면비율'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스마트폰과 TV와 모니터의 화면 비율은 디바이스의 목적이나 기술적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은데, 그렇다면 비율이 사용자 경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말입니다.
모든 예술의 기본이 되는 '비율'은 우리 삶에서 언제 어디서든 존재하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다빈&정원준(2015)은 비율이 시각적 경험에 있어 비율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어 왔으며, 예술과 디자인 분야에 있어 하나의 보편적인 원리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즉, 비율은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에게 최적의 경험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의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율은 과거 그림과 사진, 편집물 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까이 국제표준화기구가 제정한 종이 표준규격(ISO 216)에 따른 A 시리즈 종이 비율을 보겠습니다.
A시리즈는 반으로 잘라도 짧은 변과 긴 변의 비율이 같은 1:1.414입니다. 이러한 비율을 금강비, 일본에서는 백은 비율(sliver ratio)라고 합니다. 황금비율과는 다른 비율이죠.
위에서 제시한 TV, 컴퓨터 모니터와 같은 전자 디바이스의 화면 비율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도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최적으로 경험하기 위한 보편적인 5가지 화면 비율이 있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3:2 : 사진 촬영용 카메라의 35 mm 필름 비율
(2) 4:3 : 35 mm 필름의 비율로 TV, 비디오에 적용
(3) 16:9 : 와이드스크린 영상 비율로 HDTV 에 적용
(4) 21:9 : US/UK의 극장용 와이드스크린 표준
(5) 18:9 :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점차 활용 중
노정화(2009)는 영상 콘텐츠 소비 증가와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뒷받침되어 디스플레이의 기술 향상과 정보 시각화의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했습니다. 이에 스마트폰처럼 표준화된 화면 비율을 사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비율을 사용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다른 디바이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32:9 비율의 삼성전자, LG전자 모니터입니다.
32:9 모니터는 16:9 디스플레이 두 대를 합친 비율입니다. 삼성전자에서는 이러한 모니터를 게임에 최적화된 게이밍 모니터로 출시했습니다. 이는 32:9 비율은 넓은 시야각으로 인하여 게임 사용자에게 높은 몰입감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표준 영상 비율과 다른 비율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특정한 경험을 위한 목적으로 화면 비율을 다양하게 사용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표준 화면 비율은 콘텐츠 감상,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의 경험을 증진시키기 위한 목적임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디스플레이 비율의 상황이 제가 관심을 가지게 된 부분은 전통 그림이었습니다. 광주에 놀러 가 죽녹원 내 전시장에서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작품을 감상할 때, 전통화가 모니터에서 보이니 한국화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연희(2007)는 사진, 영화, 비디오와 같은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예술 콘텐츠를 모니터 디스플레이에서 커뮤니케이션하는 파급효과가 큰 분야를 미디어 아트로 정의했습니다. 이러한 미디어로서 한국화가 보이는 예술은 현대와 과거가 융합되는 영역에 있기 때문에, 또 다른 파급효과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이이남 작가에 흥미를 느껴 작품을 더 검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수의 작품이 현재 디바이스의 지정된 모니터에서 구현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여기서 느껴진 의문은 '한국화 비율은 어떻게 되며, 박물관에서 본 한국화는 가로 세로의 특정 면이 꽤 길지 않았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기억나는 동양화로 몽유유원도가 떠올라서 스마트폰을 통해 검색해 봤습니다. 몽유유원도의 그림은 4:3, 16:9와 다른 비율임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한국의 과거 전통으로서 동양화 비율의 사례를 조사하고, 한국화 경험에 최적화된 디스플레이 비율을 찾아보고자 했습니다.
가설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전통적 동양화의 시각 경험을 위한 비율은 현재 모니터 디스플레이의 표준 비율과 다를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단순한 현황 조사를 택했습니다. 리서치와 방법론이 어렵고 복잡하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검증하고자 하는 가설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해 줄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중앙박물관의 소장품 중 서화(書畫)의 비율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는 국립중앙 박물관이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통해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선조들의 삶의 흔적을 통해 미래를 통찰하는 목적으로 건설되었기 때문입니다.
조사 범위는 조선시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진행합니다. 또한 한 장의 디스플레이에 구현이 가능한 동양화를 중심으로 하였습니다. 이는 병풍 및 비단 위에 그린 서화와 같이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는 동양화는 비율을 연구하는데 부적합하기 때문입니다.
44개 작품의 비율을 소수점 없이 정리하면 27:10, 23:10, 21:10, 19:10, 17:10, 13:10, 14:5, 12:5, 9:5, 8:5, 7:5, 5:2, 3:2, 2:1로 도출되었습니다. 이를 표준 영상 비율과 비교하기 위해서 가로 폭을 동일하게 적용하였습니다.
조사 결과 동양화의 비율은 일정하게 수직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중에서 표준 영상 비율 3:2와 18:9와 동일한 비율을 활용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동양화 콘텐츠를 구현하는 미디어 아트의 경우 표준 영상 비율 중 3:2, 18:9 외 비율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전통적인 시각적 경험을 전달할 것이라 정의했습니다.
하지만, 위 결과는 가로나 세로가 다른 면보다 월등히 긴 비율에 대한 사례 조사가 부족하였습니다. 또한, 현대와 달리 과거 시대에는 명확한 종이 비율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는 점을 바탕으로, 완벽한 비율이 아니라 최적의 경험 전달로서 해석이 되는 데 다소 한계가 있습니다.
UX 디자인은 모니터에 UI가 보이며 사용자가 보고, 사용하는 총체적 경험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첫 번째 탐구생활도 UX 디자인의 한 분야로서 설명할 수 있겠네요.
탐구는 스마트폰과 모니터의 비율 현황과 비율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론을 접목하여, 이론적 배경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도록 했습니다. 물론 깊은 연구로서 다뤄지지 않았기에 검증에는 한계점이 있으나, 전통과 접목된 부분에 대한 고민도 UX로서 충분히 소재가 될 수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with Jaeyoung Yoon PhD
김은정. (2008). 비례를 적용한 미술관 웹사이트 디자인 연구, 연세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논문.
노은정. (2000). 와이드 디스플레이의 콘텐츠 배열에 관한 연구,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석사학위논문.
김동호. (2016). 인간의 시각과 디스플레이의 상관관계 연구, 한국상품문화디자인학회, 한국상품문화 디자인학회, 44, 13-22
이다빈 정원준. (2015). 황금비의 본질적 속성과 활용방안, 한국일러스아트학회, 조형미디어학회, 18(1), 141-148,
최연희. (2007). 현대의 예술과 미학, 서울대학교출판부: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