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탐구생활 #4
어릴 적, 일본 만화와 게임을 보고 자란 세대로서, 일본 하면 사무라이와 일본도가 떠오르는 아이덴티티가 부러웠습니다. 건담의 모습도 일본 사무라이 갑주 형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형태라고 하니, 누가 봐도 일본 콘텐츠라는 국가 아이덴티티가 명확하지요. 그럼 한국 하면 무엇이 있을까요?
최근에는 넷플릭스의 킹덤 드라마를 감상한 유럽과 미국의 팬들이 '갓'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발음마저 갓(god)이다 보니, 외국에서는 한 때 이슈가 되기도 했지요. 잘 보면, 근대화 시절에 보던 개화기의 신사의 중절모 같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한 때, 인터넷에서 밈으로 이야기된 소재가 있다면, 백의민족으로서 조선의 멋, 조선 간지가 있습니다. 당시 중국, 일본은 화려 색과 패턴 많은 옷을 입은 데 비해, 조선은 절제된 흰 옷을 추구하였다 하죠. 일제시절 한국의 염색기술이 부족해 그렇다는 내용을 퍼뜨리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실크로 만든 흰 옷을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도 흰 셔츠를 입으면 금방 옷에 때가 묻어나듯, 잡티 없는 흰 한복을 입는다는 것은 자신의 노동력이나 자산을 자랑하는 무언의 메시지였을지도 모릅니다. 갓도 관리하기가 여간 쉬운 모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갓을 관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고 하네요. 개화기의 경성 모던과 조선 간지를 찾아보면, 조선은 멋과 힙에 빠진 민족이 아니었을까 느껴질 정도죠.
백의민족, 멋과 힙의 민족 같은 이야기는 국가의 아이덴티티로 이야기하기에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여러 생각을 해본 결과, 과거부터 중화에서는 우리를 동쪽의 오랑캐 '동이'라 했습니다. 동이(東夷)에서 '이'는 활 잘 쏜다는 뜻을 지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는 큰 대(大)와 활궁(弓)이 합쳐진 문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근거가 없는 낭설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는 데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올림픽에서 연달아 금메달과 좋은 성과를 내기 때문이겠지요. 이러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가 '최종병기 활'이 아닌가 합니다. 영화는 병자호란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다양한 활을 능숙히 다루며 만주족 병사와 대치합니다. 박해일 배우가 멋지게 활을 다루는 것과 별개로, 재미있는 소재가 등장합니다.
이는 '만주어'입니다. 현재 중국에는 다양한 민족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중, 청나라의 지배계층이었던 만주족이 있습니다. 이들은 현재 한족의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만주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국어 같은 억양이지만, 다소 중국말 같은 발음입니다. 이처럼 생소한 만주어는 영화 '남한산성'에서도 등장합니다.
한국의 아이덴티티가 무엇일지 고민하며, 영화와 책을 찾다가 마주한 만주어에 대한 호기심이 부쩍 커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만주어에 대하여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구사자가 줄어들어 자연소멸되는 언어를 죽은 말이란 뜻으로 '사어'라고 합니다. 사어와 같이 사라져 가는 언어는 인간의 문화 중 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이는 중국, 스페인, 영국에서 국가를 지배하는 계층이 표준 언어 구사를 장려함으로써, 상대적 약자의 언어가 소멸하게 되는 문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사어가 된 언어를 다시 살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언어가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문화보존 측면에서 중요한 일입니다.
이에 사어를 살리는 언어 재활성화(Language Revitalization) 운동이 있습니다. 히브리어(Hebrew language)는 언어 재활성화가 성공한 유일한 사례라고 합니다. 히브리어는 1세기 경 학자와 성직자에 의해서 구사된 언어였습니다. 즉, 일상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언어가 아니었기에 사어가 된 것이죠.
이러한 히브리어는 20세기 초 ‘엘리제르 벤 예후다’의 히브리어 중심의 신문과 대사전 발건, 1953년 이스라엘 정부의 히브리어 아카데미 설립에 따라, 현재 이스라엘의 모어 및 공용어로서 부활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히브리어는 언어 재활성 과정에서 유럽언어와 혼합되어 본래 언어 특성을 고스란히 살리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아직 사어가 되기 전 언어를 ‘소멸위기 언어(endangered language)’라고 합니다. 이러한 소멸위기 언어는 소멸위기 언어는 관광과 같은 피상적 목적에 있어 새로운 문화 경험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정치, 사회, 경제의 심층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소수지역 및 민족수호의 견해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즉, 만주어는 소멸위기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많은 소멸위기 언어가 있습니다.
일본의 홋카이도 원주민인 아이누족의 아이누어(Aynu language)도 소멸위기 언어라고 합니다. 이러한 아이누어는 일본과 러시아의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만 구사되는 언어로서, 점차 고립된 언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약 300명의 아이누어 원어민이 남아있고, 일상어 구사자는 약 15만 명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소멸위기 언어가 한국에도 있습니다. 이는 지방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소멸되는 사례인 제주방언(Jeju province)입니다.
영화에서 가끔씩 등장하는 제주 방언을 듣다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 찾아본 책에서 한국에는 크게 2개 언어가 존재한다고 봤습니다. 보통은 한국어, 북한의 문화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한반도에서 구사되는 한반도어, 제주도에서 구사되는 제주 방언이라 합니다.
6.25 전쟁에서 북한이 한국의 무전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군은 제주 방언을 암호의 역할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한반도의 육지인은 제주방언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차이가 있습니다. 최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제주 방언이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에서 듣는 방언은 방송을 비롯 여러 매체로 표준어화 된 제주 방언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어느 정도 말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인터넷 밈에는 제주 방언을 풀이하는 영상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제주 방언은 UN에서 지정한 소멸위기 5단계에서 소멸직전에 해당하는 4단계에 선정되었습니다.
딥 러닝은 인공신경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기계 학습방법으로 러닝머신의 한 종류입니다. 최근에는 딥러닝을 통해, 특정 인물의 언어 구사 특징을 학습하고 이를 구현하는 기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네이버 AI 크로버의 목소리를 연예인 유인나 목소리 TTS로 구현한 사례입니다. 이 외에도,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엄마가 언어를 반복하여 AI에게 들려주고, 약 2~3시간 학습이 된 AI는 엄마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죠.
이러한 딥러닝 기술로 소멸위기 언어를 학습시키면 어떨까 했습니다. 언어 보존을 위한 수단으로 말이죠. 그리고 학습된 제주 방언을 문화 관련 공부 콘텐츠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했습니다. 그래서, 구글과 네이버에서 통변역 기술을 발표하며 보여준 이어폰을 바탕으로 콘셉트 시나리오를 만들어 봤습니다. 이는 제주 방언을 즉각 번역해 주는 번역 서비스로 활용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이를 위해 표준어, 제주 방언을 구분하였습니다. 그리고 성우를 통해 표준어, 제주 방언을 구사하는 목소리 녹음 파일을 준비했습니다. 실험에 참여하는 사람은 애플의 에어팟을 착용하고, 표준어를 말하면 이어폰에 연결된 컴퓨터에서 제주 방언을 들려줍니다. 반대로 제주 방언을 말하면 표준어로 들리게 했습니다.
조사는 제주도 출신과 한반도 육지 출신으로 구분했습니다. 그리고 사용성에 해당하는 '재사용 의도'와 '서비스 만족도'를 5점 척도로 조사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한 탐구 가설은 (1) 제주도말을 번역하는 서비스는 사용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2) 제주도말 음성 번역 서비스에 대하여, 제주도 출신과 제주도 외
지역 출신의 반응은 동일할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실험은 한반도 출신 46명, 제주도 출신 27명이 총 73명이 참여하였습니다. 두 집단에서 제주 방언 번역 콘셉트 서비스에 대하여 모든 요인에서 3점 이상 평균을 도출하였습니다. 그리고, 두 집단의 평균 차이에 대한 유의성을 검증하기 위해서 T-test를 진행했습니다. 검증 결과, 두 집단의 차이는 유의변수 0.05보다 크기 때문에 차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5점 척도 조사 외에도,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서 본 서비스에 대한 가능성이나 보완점을 간단하게 수집하였습니다. 인터뷰 결과에서 소멸위기 번역 서비스는 사어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므로 공감하였습니다. 둘째, 소멸위기 언어와 가까운 언어를 구사하는 사용자에게 있어 번역 서비스는 어색하지 않을 것이라 했습니다. 셋째, 딥 러닝을 통해 언어 습관을 바탕으로 한 음성 서비스는 소면위기 언어를 보존하는데 긍정적일 것이라 했습니다.
우리가 잃어가는 다양한 문화를 되살리고 보존하는 방법으로 최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UX 디자인 관점에서도 다양한 기술을 통해 문화 보존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컨셉이 있다면 완벽하지 않아도 생각을 증명하고 보여주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with Seulki Kim
오창명, 국제화시대에 있어서 제주 토착어의 적극적인 활용. 영주어문학회. 10. pp.5-28. 2005.
C, Yang. (2018). Understanding of endangered languages through revitalization of languages. The Korean Association of Language Studies, 23(2), 93-112.
H, Kim., H, Pyo., J, Ham., C, Lee., and J, Kim. (2015). Deep learning algorithms and application. Communication of the Korean Institute of Information Scientist and Engineers, 33(8), 25-31.
F, Gouriou-Son. (2005). Europe est diversit? linguistique et la France et la Charte Europ? enne des langues minoritaires. Etudes de la Culture Francaise et des Arts en France, 14, 357-368.
UNESCO, New interactive atlas adds two more endangered languages. http://www.unesco.org/new/en/media-services/single-view/news/new_interactive_atlas_adds_two_more_enda ngered_languages.html August 12. 2010.
UNESCO Atlas of the World's Languages in Danger. http://www.unesco.org/languages-atlas/en/atlasmap/language-id-454.html June 21.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