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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규 Aug 06. 2017

잡문 #13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이덴티티 여권


7~8월 쯔음, 인천 공항은 해외여행을 가려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공항에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들을 보면 겉모습만으로 어느 나라 사람인지 분간하긴 여간 쉽지 않다.


하지만 공항 검색대에서 그들이 쥐고 있는 여권을 보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바로 분간할 수 있다. 여권은 어찌 보면 한 사람을 정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아이덴티티 아이템이다. 우리나라 여권 하나만으로 나는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림 01] 대한민국 통상 여권 (google image)


오늘날 여권은 국가 상징체계는 국민의 역사적 전통과 민족정신, 국가의 이념을 담고 있는 브랜드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나 문명 발달로 하루하루 국가와 민족 간의 교류가 보다 단순해지는 현시대에 한국을 대표하는 시각적 상징물에 대한 디자인으로서, 여권은 국가 간 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여권은 국제적으로 한 국가의 국민임을 증명하고 보호의 대상임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권 하나 만으로 한 사람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즉, 여권은 가장 한국스럽고 한국만의 그래픽 요소가 담긴 대표적인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여권에는 한 나라의 아이덴티티를 대표할 수 있는 국가 정체성 구분이 가능한 마크, 어느 나라의 여권임을 알리는 발행 국가의 언어 및 문자로 구성되어 있다.


수첩 정도의 작은 사이즈의 여권 하나가 과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인 소재와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을까? 그래서 여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겜린 알렉산더'와 '정대세'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그림 02] 겜린 알렉산더와 정대세의 여권


평창 올림픽을 위해서 특별 귀화한 피겨 아이스댄스 선수인 '겜린 알렉산더'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여권을 들고 자신의 SNS를 통해 알렸다. 여권 한 장을 들고 있는 사진만으로 파란 눈을 가진 그가 우리나라의 일원이 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셈이다.


북한 축구 국가대표로 유명한 '정대세'의 경우는 우리나라의 국적을 가진 아버지와 조선적(籍)을 가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이런 정대세가 한국을 입국할 때 그가 가진 여권에 대해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그가 가진 여권은 일본 여권일까 북한 여권일까? 한국 입국 시 그가 들고 온 여권은 대한민국의 여권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국적에 따라 '한국 국적'을 가진 재외국민으로서, 일본에서는 '외국인 등록증'을 가지고 생활한다. 따라서 출국 시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재외국민에게 발급하는 임시적 '단수여권'을 통해 이동이 가능하다. 재미있는 것

은 그는 조총련 교육을 받은 재일교포로서 북한 국가대표를 선택하였고, 그는 북한의 여권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림 2와 같이 정대세가 가진 여권과 겜린 알렉산더의 SNS 사진을 보면, 여권 하나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인의 소재임과 동시에 다양한 민족이 대한민국의 사람으로서 가지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연결되는 대표적인 문화 소재인 것을 알 수 있다.


* 조선적 : 1945년 해방 이후 일본에 거주하던 재일동포 가운데 남한이나 북한의 국적을 따르지 않고, 일본에도 귀화하지 않은 이들에게 부여한 등록제도상 표현.





와 같이 여권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기호로서 사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여권을 철저하게 분리하여 보자. 그래픽 디자인으로서 여권은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 마크와 함께 한글 및 국제 통용을 위한 영어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물로써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호는 아마도 무궁화, 호랑이 그리고 태극 문양일 것이다. 여권에서는 무궁화와 태극문양을 통해 대한민국의 여권임을 상징하고 있다. 또한 한국을 가장 대표할 수 있는 소재인 한글을 통해서 가장 한국스러운 디자인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여권은 어떠한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그림 03] 각 국의 여권을 통한 국가 아이덴티티 구별


그림 3과 같이 각 국가들의 여권은 이미지 상징과 문자를 통한 구성은 동일하다. 하지만 각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 마크가 다르고, 그 국가에서 사용하는 문자 및 언어로서 여권을 표현하는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여권에서 사용되는 상징을 알아보자.


각 국가들은 그 나라를 상징하는 엠블럼을 통해 국가의 존립에 대한 이유와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 엠블럼은 여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권에 사용되는 이미지 상징물인 마크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그림 04] 국가를 대표한 엠블럼

그림 4는 각 국가를 상징하는 엠블럼들이다. 독일의 경우는 신성로마제국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의미로서 검은 독수리를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쌍두 독수리 마크를 사용하는데, 이는 제정 러시아의 왕정 문장을 변형시킨 것으로 러시아 전통의 계승과 중앙 권력 권위를 상징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의 상징동물로서 흰머리독수리를 사용하는데, 이 마크는 미국 내 모든 정부부처에서 일관되게 적용되는 사례로서 사용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는 각 연방을 방패 엠블럼 안에 표현하였고, 대표 상징 동물인 캥거루와 에뮤를 좌우에 배치한 마크를 사용한다. 일본의 경우는 일본 왕실의 가문 문양인 국화 마크를 국가의 상징물로써 사용한다.


이렇듯, 국가 상징의 마크는 국제사회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표면적인 기능 외 사회적 도덕적 혼란을 예방하고 국민 통합을 유도하는 중요한 내면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여권사용함 으로써 문화의 지속성을 보장하며 각 국가의 영속성을 도모하는 디자인적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재미난 여권은 재미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국가와 민족을 상징할 수 있는 기호를 여권 앞에 사용하여 각 나라별 아이덴티티를 구분 짓고 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여권의 컬러가 아닐까 싶다. 그림 3을 보면 우리나라는 짙은 그린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은 네이비 컬러, 일본은 레드 컬러를 사용하고 있다. 각 나라 별로

사용하는 컬러에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애초에 세계적으로 여권 커버의 형식과 색을 보편화된 기준으로 지정한 적은 없다. 따라서 각 국가는 여권의 컬러를 종교적, 정치적, 지리적인 특성에 따라 구분 짓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이미지 상징물을 사용하는 것 외에도 국가의 정체성을 구분 지을 수 있는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그림 05] 각 국가의 여권 커버 색을 구분지은 인포그래피


위키 문서에는 이런 여권의 컬러를 분석하여 이슬람 문화권은 주로 그린, 공산주의 및 전 공산주의 국가들은 주로 레드, 유럽의 국가들은 버건디 컬러를 선호하는 것을 알려준다. 이는 몇몇 문화권의 국가들이 그룹 간의 공통된 통합의 상징을 위해 상호 합의를 통해 일반적인 디자인을 채택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한다.


예를 들어, 미국과 가까운 섬나라인 CA-4 조약의 구성원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및 니카라과)은 네이비 컬러를 사용하는데,  이는 미국 여권 디자인과 비슷한 컬러와 구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안데스 공동체(에콰도르, 볼리비아, 콜롬비아, 페루 부르고뉴)는 레드 컬러를 기반으로 하는 여권을 발급하기 시작다.

[그림 06] 각 국가별 여권

여기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유럽 연합 (EU) 회원은 버건디 컬러의 여권들에 관련된 이야기다. 얼마 전 영국이 브렉시트로 인해 여권 디자인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사들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보통 5년마다 여권 디자인을 변경해왔다. 이에 따라 2019년 영국은 새로운 여권 디자인을 채택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에 따라 EU를 탈퇴한 만큼 영국의 여권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그림 07] 영국 여권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은 EU 가입 전 영국의 여권 컬러인 네이비 컬러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에 인터뷰를 한 보수당 국회 의원인 '앤드류 로진델'은 "버건디 컬러 여권은 국가적인 굴욕이기 때문에, 세계에 영국이 다시 돌아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과거 여권의 컬러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여권 디자인을 둘러싼 국가적 관심에 힘입어 지난겨울 영국의 디자인 전문 매거진인 디즌(Deezen)에서는 '비공식적 영국 여권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했다. 런던 디자인 뮤지엄 관장인 '데이안 수직'을 포함 유명 디자이너를 심사위원으로 초대하여 변경될 영국의 여권 디자인에 대한 작품 심사를 하였다.


[그림 08] 비공식 영국 여권 디자인 공모전 수상작 모음


그림 7과 같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1등 수상작은 가장 하단에 있는 블루와 레드의 그라디언트 컬러가 적용된 여권이었다. 이 디자인은 EU의 전 여권 컬러인 레드 계열과 영국의 기존 여권은 블루 계열의 컬러를 적절히 믹스하여, 어느 한쪽의 편도 들지 않겠다는 의미를 두었다고 한다. 이러한 탕평책에 심사위원들은 시적이며 고상하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한다.


이렇듯, 여권 커버의 컬러를 통해서도 그 국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도 있는 게 여권이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는 이슬람 문화권이 아니지만 그린 계열을 사용하고 있고, 북한은 공산주의를 표방하지만 블루 계열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여권 커버의 컬러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여권은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최근 새롭게 리디자인을 한 다른 나라의 여권은 어떻게 디자인을 했을지 하는 의문이다. 과거의 여권과 같이 국가적 상징 이미지 상징물과 커버 컬러를 기반으로 큰 변화가 없었을까? 이러한 틀을 깨는 여권 디자인의 사례를 모아봤다. (http://adobomagazine.com/global-news/six-passports-should-win-design-awards)



 

[그림 09] 스위스 여권 디자인


그림 8은 스위스 여권 디자인이다. 스위스의 상징적 컬러인 레드와 화이트를 기반으로 한다. 국가 상징 기호로서는 스와치(Swatch) 혹은 스위스 밀리터리(Swiss Military)로 친숙한 스위스의 십자가 마크를 채용했다. 이 여권 디자인은 스위스 지폐 디자인으로 유명한 '로저 푼트(Roger Pfund)'가 담당했다. 재미있던 점은 헬베티카(Helvetica)로 유명한 스위스가 푸르티거 아라빅(Frutiger Arabic)을 여권 디자인에 사용했던 점이다.


[그림 10] 노르웨이의 여권 디자인


그림 9는 노르웨이의 여권이다. 국민들이 참여한 공모전을 통해 제작된 노르웨이 여권 디자인은 노르웨이 자연을 담고 있다. UV 조명 아래서 여권을 보면 아름다운 오로라가 보이는 재미를 통해 노르웨이를 담고 있는 여권이다.


[그림 11] 핀란드의 여권 디자인


그림 10은 핀란드의 여권이다. EU 소속답게 버건디 컬러의 여권 커버를 사용하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이 여권은 내지에 특별함이 숨어있다. 그것은 플립북으로 구성된 여권이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상징인 순록이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핀란드에서는 매년 5천 마리 가량의 순록이 교통사고로 죽는다는데, 그것을 다시 되돌아보자는 의미로 제작된 디자인이라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_LXxlXSCyLY)


[그림 12] 캐나다 여권 디자인

그림 11은 캐나다 여권 디자인이다. 캐나다 또한 내지에 캐나다의 아이덴티티를 구현하였다. 캐나다의 건축물, 자연, 위인 등이 그려진 내지에 UV조명을 빚 추면 화려한 빛과 함께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캐나다 자국민들은 이런 내지 디자인의 변화를 1년이 넘도록 몰랐다고 한다.


[그림 13]다른 나라들의 여권 사례


이 외에도 호주, 도미니카, 네덜란드 또한 내지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썼었다. 자국이 지닌 역사적 스토리 또는 환경적 아름다움의 강점을 내지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인터넷을 통해 찾아볼 수는 있지만, 그 나라 자국민이 아니면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점이 아닐까?




상기의 내용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여권이 가장 한국스러움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여권도 한국만을 대표할 수 있는 커버 컬러 및 이미지 상징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내지에는 반만년의 역사를 진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이야기를 넣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7년도 이러한 생각에서 인지 우리나라의 여권 디자인 공모전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림 14] 대한민국 여권 공모전 사례


최우수작 수상자인 안상수 선생님을 포함하여, 김수정 서울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님, 박금준 601비상 대표님, 서기흔 아이앤아이 대표님, 조규창 이온 대표님, 김영기 이화여대 명예교수님 등 많은 디자이너들이 10년 전에 이 공모전에 도전을 했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나라의 여권은 큰 변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나라만의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는 여권 디자인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지금까지 여권의 이미지 기호 및 문자, 커버의 컬러, 그리고 내지를 통한 디자인 접근을 보았다. 이를 통해 각 나라는 여권을 통해 그 나라만의 상징성을 전달하고자 했다. 이는 여권이 국가 상징물로써 국가의 본질을 다양한 커뮤니이션 객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한국적인 소재를 찾은 새로운 여권 디자인에 대한 접근, 지금 국가 엠블럼이 국가 상징을 명확하게 전달하는지에 대한 고민, 그리고 여권 디자인의 변화에 따른 국민적 자긍심의 고취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참조 내용 :

공공디자인으로서의 여권 디자인 개선을 위한 연구 (장동련 외, 2007)

대한민국 여권 디자인에 관한 연구 - 국가 상징물의 디자인 요소를 중심으로 (김태환, 2009)


이미지 참조 :

Google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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