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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규 Aug 11. 2015

잡문 #02

광복절 70주년 기념 포스터 「End&And」

2015년은 우리나라가 광복을 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들은 우리나라가 독립 절이라 쓰지 못하는 이유를 말씀해주시기도 했다. 이는 우리가 스스로 독립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폭격에 의한 일본의 항복으로부터 수동적인 독립이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였다. 이는 일본제국에 해방된 날이라는 의미에 가깝게 들리기도 했다.


사실 개인적인 독립절은 아직 쓸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일제 해방 후, 남북으로 갈려 진정한 의미로서 독립을 맞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해방이라는 빛을 찾은 '광복'을 경험했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운 분단을 겪고 있지 않은가?




몇 년 전, TV에서 축구 선수 '정대세'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정대세는 태어난 나라의 일본 여권, 그리고 북한의 국가대표로서 소유한 북한 여권을 소유했다고 한다. 그리고 부모님은 한국 여권을 소유하며 복잡한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해서 본인이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일본의 축구 국가대표로서 아시안컵 결승전에 멋진 슛으로 득점을 올린 '리 타다나리'사례도 재미있다. 그는 '이충성'이라는 한국계 축구 선수다. 하지만 한국에서 차별과 일본에서 살아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는 아직도 과거 이데올로기에서 완전한 독립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생각을 할 때,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전시를 마주하게 되었다. 아르코 미술관에서 주최한 '한반도 오감도'라는 전시다.

[그림 01] 한반도 오감도 전시의 배너

내용은 남한과 북한의 100년간 도시기획에 따른 건축 진화 과정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초토화된 국토를 어떻게 재건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남북은 서로 다른 국가 시스템에 따라 매우 다른 양식으로 발전되어왔다. 남한은 자유와 자본주의, 북한은 사회주의 논리로 접근한 발전이다.


전시는 도시의 재건 과정을 ‘삶의 재건(Reconstructing Life)’,  ‘모뉴멘트(Monumental State)’, ‘유토피안 투어(Utopian Tours)’, ‘경계(Borders)’의 섹션으로 나누어 보여줬다.


[그림 02] 평양과 서울의 광장 전경

개인적으로 인사이트를 받은 곳은 모뉴멘트 섹션이었다. 한국과 북한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서울과 평양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국가로서 도시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대조적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서울의 경우에는 자유가 보장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맞게 개발 위주의 건축이 주를 이루었다. 이렇다 보니 기업과 건물주마다 서로 다른 생각이 만나게 되며, 개성 넘치는 다양한 건축이 도시를 만들게 된 것이다. 광화문 전경을 떠올려 보자. 과거 일제시대 건물부터 현대 건물까지 제각각 모습을 뽐내고 있지 않던가? 건축가 개개인의 개성은 보이지만, 도시의 통일성이 느껴지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한편 평양은 국가 지도자의 절대 권력을 통해 건축을 제어하고 있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로서 국가 이념체제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건물이 넘쳐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크고, 높고, 강직하게 생긴 랜드마크 건물들이 주를 이루며 평양의 모습을 대표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양은 건축가의 개성을 찾을 수 없지만, 도시의 통일성을 찾기 쉬웠다.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광복절 70주년에 포스터를 만들고자 계획했다. 개인적으로 일제로부터 광복은 했지만, 아직 우리는 이데 올리기 속에서 독립하진 못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즉, 진정한 의미로서 독립은 우리 민족에게 End 아닌 And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 보고 느낀 것을 담고 싶었다. 남북한이 이념의 차이로 멀어진 지 벌써 70년이다 언어뿐 아니라 도시 문화도 크게 달라져가고 있다. 분단을 직접적으로 겪은 세대에서 멀어지고 있다. 언젠가는 우리 민족은 서로 다른 문화를 지니고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림 03] 작업 전 스케치 과정


이러한 생각을 담기 위해서, 서울과 평양의 대표적인 건축물들을 모아보기 시작했다. 양쪽에 이질적인 건물들을 통해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었다. 가운데는 태극 문양처럼 보이는 여백을 배치시켰다. 이는 태극기가 조선시대 말기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국기로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림 04] 최종으로 완성된 포스터

완성된 포스터는 [그림 04]와 같다. 마치 가운데 여백은 휴전선처럼 보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디자인을 하며 느껴진 것은 많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재들이 많을 수 있겠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냉전체제의 이데올로기로 갈라진 국가의 소재들이다. 영화 스토리로서 남북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내용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디자인에도 충분히 활용할만한 한국만의 소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림 06] 제작과정




우리나라가 진정한 의미로서 독립을 하는 통일의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통일을 한 뒤에도 아마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데올로기 갈등, 지역 간의 갈등, 문화의 갈등, 언어의 갈등... 하지만 통일은 우리 민족이 가진 포 텐션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는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상기와 같이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가장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것처럼, 우리는 다가올 밝은 날을 위해 어두운 날을 극복해가는 슬기로움이 있지 않은가!


지금은 남북한이 대치되어 다른 생각과 다른 풍경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하나의 민족이라는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 가깝고도 먼 서로를 이해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더 밝은 미래와 함께 한국만의 이야기를 담은 디자인 소재가 더욱 많아지길 기대하며 프로젝트를 마치게 되었다.


참조자료

CK 블로그 (http://blog.paran.com/im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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