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모델의 구상과정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내는 비즈니스모델 자체에 기부와 같이 공익적 가치를 결합하는 방식을 희망했다. 창업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경제적 수단을 넘어서 그녀 스스로의 정체성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했던 까닭에, 나도 그 의견을 존중하고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이왕 공익적 가치 실현을 기업 아이덴티티의 한 부분으로 삼기로 한 이상, 우리는 아내가 생각한 비즈니스에 사회적 경제라는 색을 입혀보자고 논의했다.
창업의 첫걸음, 비즈니스모델 정하기 (brunch.co.kr)
사회적 경제란 간단히 설명하면 '경제활동에서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것(행위, 주체, 분야, 산업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다른 복잡한 정의나 학술적 이론도 많지만, 위의 러프한 설명의 범주를 넘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적 경제에 대해 학술적, 제도적으로 정식 승인된 개념은 아직 없기 때문에 보통은 사업을 하는 주체를 기준으로 사회적 경제 영역을 판단한다. 예컨대 빅이슈 등으로 잘 알려진 '사회적 기업', 농협이나 생협과 같은 '협동조합', 최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으로 제도적 근거가 만들어진 '소셜벤처'와 같은 기업들의 비즈니스를 사회적 경제분야로 분류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기업의 제1의 존재이유는 이윤창출이다. 이해관계자 경영 등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줄로 알지만, 현실적으로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이 지속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그리고 이는 사회적 경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명제다. 주체별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강도의 차이는 있다. 예컨대 사회적 기업은 법령에서 규정된 내용에 따라 취약계층의 고용 등 보다 정밀한 사회적 문제를 타겟으로 삼아야 하고, 소셜벤처는 조금 더 광범위하게 사회적 가치 추구여부를 판별하는 식이다. 그렇지만 어떤 형태의 기업이든 경제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해야만 사회적인 임팩트도 계속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내의 비즈니스와 관련하여 소셜미션을 정하고, 기업의 정체성을 사회적 경제로 정의했다. 매출의 일부를 기부하는 비즈니스모델이기도 하지만, 창업을 한 구체적 목표가 새로운 방식의 유통채널을 통해 소멸의 위기에 처한 지역 농가를 돕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사회적 경제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이롭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는 사회적 경제분야의 기업인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소셜벤처 등을 지원하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 때문이다. 즉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벤처는 일반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지원정책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분야의 지원정책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에, 사업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절감될 여지가 있다. 다만 배당의 제한이나 일정 비율 이상의 개발비 투자 등 엄격한 기준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반드시 창업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니, 단순히 지원정책만을 위해 사회적 경제기업으로 창업하는 방식은 지양될 필요가 있다.
아무튼 이후 우리는 나름의 고민과 판단을 통해 정립한 기업의 정체성을 토대로, 구체적으로 소셜벤처 판별 및 사회적 기업 인증에 관한 계획을 세워나가게 된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경제 자체의 효용성이나 지원의 실효성에 대하여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그렇지만 일반 창업기업도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는 현재의 정책기조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명분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질 낮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나 사회서비스정책보다는,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여 공공의 손이 닿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해결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효과적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는 (대부분의 정부지원사업이 그러하듯) 정부가 인증이나 판별 등 기업에 대한 사전 스크리닝을 통해 지원대상을 선정하고 선정된 기업에 대해서는 지원금의 지출처나 지출예산만 통제하는 시스템이어서, 기업의 비즈니스유형이 경직적이고 지원정책의 실효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가능해 보인다. 향후 사회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합의된 기준을 만들고 실제로 만들어낸 사회적 가치에 따라 지원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책을 설계하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