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내가 꿈꾸는 가장 완벽하게 평온한 하루
요새 코칭을 받고 있다. 삶의 방향을 확인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는 힘을 키우기 위해 받고 있는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더 명확해지는 느낌이다.
이번 숙제는 내가 꿈꾸는 완벽한 하루에 대한 것이다.
결국 내가 바라는 것은 불안에서 벗어나, 평온해지는 일상이다.
Q. 평온함을 추구한다고 했는데, 평온함이 완전 충만한 시점을 잡고, 시간, 장소, 누구와 있는지, 이미지 해보세요. 생각하는 모습과 비슷한 사진도 찾아보세요.
A. 아내와 햇볕이 쏟아지는 거실 혹은 카페에 앉아 있다. 햇살은 가벼운 여름 이불이 몸을 감싸는 정도의 온기를 품고 은은하게 나와 아내를 비추고 있다. 늦은 오전. 11시쯤. 우리는 각자의 글을 쓰고 있다. 때로는 부스스한 머리를 북북 긁으면서, 입술을 뾰족 내밀고 골몰하면서 드라마 대본을 쓰고 있는 아내를 바라본다.
아내가 김이 모락 올라오는 디카페인 커피를 한모금 마신다. 내가 쳐다보는 줄도 모르고, 완전히 집중해서, 가끔 미소 짓고, 가끔 찡그리고, 곧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쓰고 있는 이야기에 따라, 표정이 다채롭게 변하는 아내를 바라본다. 보고 있자면,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햇살이 비치고,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에 집중해 있다.
각자의 세계에 빠져 있다. 각자의 세계에 빠져 있지만, 우리는 같이 있다. 내 옆에 아내가 있다. 아내 옆에 내가 있다. 나는 시선을 다시 컴퓨터 화면으로 옮긴다. 화면에는 쓰여지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곧 완성될 이야기가 있다. 타자 속도는 느리게, 느리지만 커서는 분명하게 글자로 흔적을 남기고, 그것들이 모여서 이야기가 완성되어 간다.
Q. 평온이 충만한 하루의 일과를 써보세요.
(최대한 구체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형태, 공간, 시간, 경제적인 것은 생각하지 말고.)
가장 이상적인 나의 하루 일과
새벽 4시에 ‘벌떡’ 일어난다. 개운한 상태로. 조금도 피곤하지 않다. 몸이 가볍다. 어라? 컨디션 탓도 있지만, 몸 자체가 진짜로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100kg의 체중이 이제는 85kg가 되었다 . 날렵하다. 주름이 있지만, 건강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가늘게 뻗은 근육을 보면, 스스로도 뿌듯하다.
아침에 정해 놓은 루틴을 실행한다.
제일 먼저 이불을 갠다. 침구를 한 쪽에 정리하고, 방을 나온다. 거실 테이블에 놓여져 있는 물병을 들어 한 번, 두 번, 세 모금을 들이킨다. 상온에 둬서, 차갑지 않다. 미지근하다. 미지근한 물이 입에서 식도로, 식도에서 위장으로 내려간다. 흐름이 느껴진다. 지나가면서 일어나, 일어나, 몸 안의 장기들을 깨운다.
물을 마셨으면, 이제 거실에 놓여진 거울을 똑바로 바라본다. 거기에 거울 속 내가 있다. 똑바로 쳐다본다. 험악한 표정이다. 가뜩이나 험악한데, 표정까지 굳어있으니, 무섭기까지 하다. 내가 먼저 표정을 풀고 인사를 한다. 가볍게 미소를 머금는다. 안녕, 좋은 아침이야. 내가 반갑게 인사하자, 거울 속 나도 어느새 얼굴을 풀고 똑같이 반갑게 인사해준다. 인사는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나를 반겨주는 나라니.
눈을 감고 명상을 한다. 호흡에 집중한다. 하나, 둘, 셋, 넷, 호흡을 센다. 육십육번까지 센다. 하다보면 딴 생각에 까먹을 때도 있지만, 괜찮다, 다시 하면 된다. 개의치 않고, 안타까워도 말고, 그저 다시 돌아가 수를 센다. 호흡을 충분히 하고, 오늘도 평온한 아침을 맞이 하게 되어서 감사하다고, 되뇌며, 명상을 마무리 한다.
이제 몸을 적극적으로 깨운다. 팔굽혀 펴기 30번을 하고, 스쿼트 30번을 한다. 어렵지 않다. 가뿐하게 할 수 있다. 수를 늘리지는 않는다. 근육을 늘리기 위해서 하는 운동이라기 보다, 몸을 깨우기 위해서 하는 활동이니까.
트레이닝복을 입는다. 조용히 문을 열고 나와 달린다. 내키는 만큼 달린다. 1키로만 달릴 수도 있고, 5키로 달릴 수도 있고. 그 이상은 달리지 않는다. 너무 많이 달리면 힘빠지니까. 돌아오면 5시 정도. 샤워를 하고, 체중계에 올라가 몸무게를 잰다.
이때쯤 되면 정신이 완전히 깬다. 활기가 돈다.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솟아 오른다. 책상에 앉는다. 프리라이팅을 한다. 맥락 상관 없이, 어제 뭘 썼는지, 신경쓰지 않고, 일단 쓴다. A4 한페이지를 자유롭게 쓴다. 워밍업.
5시 30분쯤. 어제 써놓은 글들이나 메모를 살펴 본다. 조금 건드려본다. 커피나 차 한 잔을 마시면서.
6시. 본격적으로 어제 쓰던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초안을 쓸 때는, 일단 양을 최대한 늘린다. 생각나는 대로, 문맥에 상관없이 쑤셔 넣는다.
10시. 아내가 일어나면, 아침을 먹는다. 샌드위치에 커피. 가능하면 간단하게 먹을 것. 식사를 하면서, 하루 스케쥴에 대해 얘기하고, 쓰고 있는 글이나, 책, 드라마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카페를 가거나 거실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쓰던 걸 계속 쓴다.
오후 2시까지는 계속 쓴다. 2시에 아내와 점심을 먹는다. 점심은 아내가 해주는대로. 늘 새로운 메뉴를 챙겨주는 아내가 고맙다. 가능하면, 오후 2시까지는 핸드폰을 많이 만지지 않을 것. 전화가 온 게 아니라면, 이메일이나 톡도 확인하지 않을 것.
오늘의 할 일을 다 했으므로, 2시 이후부터는 놀기 시작한다. 어제 읽던 책을 다시 읽는다. 읽고 싶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글을 썼다. 빨리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싶었으니까. 자료를 찾아볼 수도 있지만, 더 쓰지는 않을 것. 쓰고 싶다면, 에세이나 블로그나 좀 쓸 것. 6시까지는 자유롭게 놀거나 볼 일을 본다. 산책을 할 수도 있고, 책을 볼 수도 있고.
6시에서 7시 이 아내와 저녁을 먹고, 아내와 나와서 같이 한강에서 운동을 한다. 나는 달리고, 아내는 자전거를 타고. 그리고 아내와 소소한 얘기를 주고 받고, 훌라를 하고, 루미큐브를 하다가. 일기를 쓰고,
9시에 눕는다. 9시 30분까지 잠들길. 오늘도 평온한 하루였다. 감사하며, 잠을 잔다.
내가 생각하는 완벽하게 평온한 하루.
쓰고 싶은 소설을 쓰고, 가장 편한 사람과 앉아 서로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는 것.
생각만 해도 좋은 꿈같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