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해 주는 말과 글
임진왜란이 끝나고, 선조가 서산대사를 불렀다.
고생했다, 덕분에 험난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그런 말을 하고, 공치사하기 위한 자리.
거기서 선조는 시 한수를 지었고, 화답을 요청했다.
그때 화답으로 나온 시가, 아래 시다.
17세기 전쟁이 끝나고 지은 시가, 평화로운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위로가 된다.
왜냐하면, 전쟁이 나든, 경제 공황이 오든, 폭풍우가 밀려오든, 빚더미에 앉든
그것들은 나의 외부에 있는 것들.
어떤 시대든, 어떤 상황이든, 누구든 내부 세계의 주인은 그 사람의 것.
그런 의미에서 아래 서산시대의 시는 불안한 나에게 위로가 된다.
어차피 구름 같은 것이다. 스러지고 일어나는 자연 현상과 같은 자연스러운 것.
나처럼 인생이 불안하고, 뜻대로 안 돼 고민이 많은 사람이라면,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질 것이다.
위로가 되길.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 허물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치지 말고
명예 업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올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 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 일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에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뭣하겠고.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 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 번 못 피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 게 있소.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다마는
잠시 대역 연기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 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 게 기쁜 것만은 아니요.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고
그렇게 사는 겁니다.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일어나고 스러짐이 모두 그와 같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