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대로 살다 죽으면 후회할 일

내 나이 팔십이고, 지금처럼 하루하루 살아간다면 뭘 후회할까

by 순남

상상해 보자.


내 나이 팔십이고, 지금처럼 하루하루 그냥 그냥 살아간다면,

뭘 후회할까


작가가 되겠다, 그렇게 떠들고 다녔는데,

책 한 권 못 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쓰지 못하면 슬플 거야.


왕(王) 자 새겨진 배, 떡 벌어진 어깨, 마동석 같은 몸매

살면서 한 번도 벗어나지 못한 비만한 삶에서 탈출해서

가볍고, 늘씬한 굿-바디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혹시, 회사 일에 묶여 그게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심각해져서 미간에 지워지지 않을 주름을 접고 있다면,

회사가 세상 전부인 양 스트레스받으면서 삶을 채워 나간다면, 많이 억울할 거야.


애를 낳는 것도 좋겠지만, 꼭 없어도 될 거 같아. 이것 때문에 후회하진 않을 거야.

꼭 없어도 조카들도 있고, 이건 내가 선택한 거니까.


그리고 아마 대부분 이렇게 후회하지 않을까.


1.

더 많이 웃으면서 살 걸

더 많이 심각하지 않게 살 걸

그럴 것 같아


2.

남 말에 휘둘리면서 살지 말 걸

칭찬이든 욕이든

그게 뭐라고 거기에 따라

일희일비하면서 살지 말 걸


3.

아내를 더 많이 사랑할 걸

더 많이 사랑한다 하고

더 많이 안고 뽀뽀하고 쓰다듬어줄 걸

더 많이 얘기 들어줄 걸


4.

어머니 더 자주 찾아뵐 걸

가서 더 맛있는 것도 사주고

가고 싶은 곳도 같이 가드릴 걸

같이 사진도 더 많이 찍을 걸


5.

돈의 노예가 되지 말 걸

돈이 많다고 좋아하고

돈이 없다고 슬퍼하지 말 걸

그러거나 말거나

갑질하거나 말거나

스스로 언제나 넘버원 갑이 될 걸

내 삶의 갑이 될 걸


6.

아쉬워하지 말 걸

아쉽지 않은 사람이 갑이니까

다른 이가 조건을 가지고 흥정하려 하면

내 삶을 장사하게 두지 말 걸


7.

무조건 친절하지 말 것

친절이 필요한 대상에게만 친절할 걸

과도한 친절은 피할 걸


8.

결혼을 잘했다면

그때부터 시작이니

마치 종교처럼 삶을 함께할 걸

내 꿈을 믿듯 아내의 꿈도 믿고

응원해 줄 걸


9.

나만 챙기지 말고

세상의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자주 다가갈 걸

서울의 계단이 많은 동네를 오르고

높이 뜬 달을 더 많이 쳐다볼 걸

나 자신을 위해서만 울지 말 걸

나보다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도

충분히 울어줄 걸


10.

더 많이 읽을 걸

생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교양을 위해서 읽고

머리가 아니라 마음을 위해서 읽을 걸


11.

회사 일 때문에 죄책감 느끼지 말 걸

남에게 피해를 준 게 아니라면

나 자신을 너무 탓하지 말 걸


12.

지하철에서 누가 더 예쁜가 쳐다볼게 아니라

노약자석에 앉은 사람들에게 눈인사도 해볼 걸


13.

살기 바쁘다고

친구를 잃고 지내지 말 걸


14.

더 부지런하게

사람으로 삶을 채울 걸


15.

나만의 시간을 채우느라

사람을 잃지 말 걸


16.

핸드폰 좀 그만할 걸

액정을 보느라 사람들의 웃음 놓치지 말 걸


17.

사람을 사랑하고 내 삶을 더 많이 사랑하고

뜨거운 태양을 쬐고

추운 겨울도 견디면서

그래도 살아서 참 다행이라고

매일 아침 눈 뜨면 푸하하

폭소를 터트리면서 일어날 걸


그리고 그 밖에 많고 많은 후회할 일이 넘치지만,

다행이다. 난 아직 지금까지 살아온 만큼 살아갈 수 있으니, 40년 동안 후회한 만큼, 40년 동안 덜 후회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으니


참 다행이다.

라고 해도, 사실 어떻게 살아도 팔십엔 하루 이틀쯤은 후회할 걸 아마.

그러니까 그냥 대충 지금을 살면서 선택할걸.

어차피 후회할 거라면, 그 모든 후회가 다른 이의 강요가 아닌, 나의 선택이길.

ChatGPT Image 2025년 7월 27일 오전 10_35_06.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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