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달리는 이유
2024년 10월 12일 토요일. 경포 마라톤 대회에서 생애 첫 하프 코스를 달렸다.
21.0975km를 2시간 35분 36초 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평균 페이스 7분 22초, 소모 칼로리 1954kcal
완전히 불태웠다. 무려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 한 번도 10km 이상을 달려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어쩌면 달릴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 맘 때엔 한창 열심히 달렸으니까. 이틀에 한 번 꼴로 10킬로미터씩 달렸다. 덕분에 체중도 92kg까지 줄었다.
달리는 나는 언제나 옳았다. 완주했고, 스스로 목표했던 기록보다 좋은 기록으로 완주했다.
골인하는 순간 벅찬 호흡 만큼이나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이걸 내가 해냈다고. 이 정도까지 스스로 자랑스러운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감동에도 불구하고, 이후로 달리지 않았다. 추워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하루 이틀 안 나가다 보니, 달리는 게 힘들어졌다. 안 달리는 데 익숙해진 것이다.
몇 달 동안 달리지 않았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거의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체중은 11kg이 더 불었다. 생애 최고 몸무게를 찍었다. 103kg..!
살이 찐 것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멘탈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부스러졌다. 포테이토처럼 바사삭. 다시 병원을 찾았다. 삶을 견디기 위해서는,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다시 들기 위해서는 약이 필요했다.
1년만에 병원에 갔다.
달리기는 체력을 위한 운동이지만, 동시에 나에겐 약이었다. 달리기를 쉬는 것은 약을 먹지 않는 것이고, 그러니 약을 먹으러 병원에 가는 수 밖에.
새해가 되고부터 달려야겠다 생각했지만, 달리지 못했다. 회사에서 돌아오면 손가락 하나 움직일 기력이 없었다. 걸레처럼 바닥에 축 늘어져 있으면, 인생을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힘을 주고 싶어도, 손과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얼굴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우울한 죽상이 되었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었다. 체중계의 숫자, 더 이상 참아줄 수 없다.
103kg이라니…
오랜만에 조깅화를 꺼내고 그냥 달렸다. 별 생각 없이. 그냥 나가서 뛰었다. 심장이 뛰었다. 호흡이 가빠졌다. 5km를 달렸다. 몸도 무겁고, 오랫동안 달리지 않아서 거의 걷다시피 달렸다. 상관 없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 굳어있던 근육들이 풀어지고, 천천히 흐르던 혈액이 다시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발을 움직이니, 멈춰있던 뇌도 움직였다.
난 100kg니까(실제로는 103kg)
100km를 달리자!
라고, 마음 속의 내가 외쳤다. 최근 보지 못한 밝고 활발한 마음 속 내 목소리.
100킬로 (미터)도 달릴 수 있을 거야.
그러다 보면 100킬로(그램) 도 두 자릿수가 되어 있을 거야.
그래 분명 그렇겠지. 달리다 보면,
가볍게 달리다 보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져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생각은 그만하고, 호흡과 다리에 집중하며 그냥 일단 달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달리는 동안 머릿 속에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보기로 했다.
(이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