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었다면 어땠을까??) (라면을 먹으며…)
한 집에 고등학생 둘이 있는 집이 된 지 두 달째이다.
이번 주는 1학기 중간고사가 있다.
무려 나흘동안이나…
두구두구 화요일 ,시험 첫날, 아이들 학교 간 뒤, 이것 저것 사부작 거린( 뭐 특별히 해 준 것 없는) 엄마인 나도 은근히 피곤하다. 우선순위에 있는 일들을 먼저 처리하고 나니 점심이 늦어졌다. 시험일에는 점심만 먹고 바로 하교하는 아이들이 곧 도착 예정이다.
1호와 2호 둘 다 첫날에 영어시험이 있다 했었다.
둘 다 영어는 비교적 잘하는 편이어서 믿을 구석이라곤 영어밖에 없는지라 시험의 성패를 영어점수로 따지는 편이다.
1호는 3학년인데 정시로 대학 가겠다고 내신공부는 하지 않았고(내 맘만 불편) 2호는 고등학교 처음 중간고사라 못 하지 않는 영어인 건 알지만 실수라도 할까 내심 내가 더 걱정하고 있었더랬다.
역시 1호가 먼저 집에 도착하였다.
점심을 먹고 온 걸 확인한 뒤 냄비에 받은 물을 화구에 올리며
“엄마 라면 한 개만 끓인다”
“넌 점심 먹은 지 얼마 안 됐으니 나중에 끓여줄게”
“오케이”
라면이 익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는다. 김치를 냉장고에서 꺼내고 젓가락을 챙기는 시간이면 얼추 비슷하다.
라면 건더기를 건져먹으며 1호에게 영어 시험에 대해 물었더니… 공부 안 하고 쳤는데 잘 나온 편이라고…. 헐~
라면 국물에 밥을 말까 말지 말까를 고민하는데 2호에게 전화가 왔고 지금까지 영어 시험 친 역사상 젤 못 친 것 같다고 …헐헐
주걱도 없이 숟가락으로 밥풀을 질질 흘리며 두 번 퍼서 라면 냄비에 넣었다. 결국 밥을 말고야 말았다.
거의 고등학교 막바지 시험인 1호에겐 공부를 했건 안 했건 간에 점수가 잘 나왔다는 건 시험이 엄청 쉬웠다는 거라 탐탁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행인 거고, 2호는 첫 시험 스타트를 잘 못 해서 사기가 꺾인면에서는 안타깝지만 고3 아니라 고1인 건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참 희비가 교차하는 오후이다.
머리는 많은 생각으로 분주했고 손과 입 역시 바쁘게 움직였는지 그 사이에 라면 냄비는 바닥을 보였다.
굶어 죽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