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여서…
이어서…….
직장에 다니고 있지 않아 갚을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어 담보가 있는 대출마저 되지 않는다고?? 어이가 없고 납득이 쉽게 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꿀꿀한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이불속에서 심신의 고단함을 달랬다. 현재의 내가 불쌍하게 여겨졌다. 많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내가 세상에 없는 것만 같아서…
저녁을 먹고 책상에 앉아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을 때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심신을 나 스스로 알아차렸다.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해했으며 수긍하였다.
그다음 날, 오랫동안 거래해 왔고 신용카드까지 열심히 사용하고 있는 은행에 방문하였고 마감시간이 다돼서야 대부계 직원과 상담할 수 있었다.
내 이름으로 담보 대출이 된다고 했다.
신용카드를 잘 써서 실적으로 인정이 된 모양이다.
연체 없이 따박따박 잘 갚아온 것이 영향을 미쳤나 보다.
어젠 지옥이었지만 오늘은 천국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그 은행은 내 이름으로 된 내 아파트를 담보로 나에게 대출을 해 주었다. 고맙…. 습 니다. ㅋㅋ
부동산에 집을 낸 지 며칠 되진 않지만 아직 아무도 집을 보러 오는 이가 없었다.
요즘 이사철이 아니어서 찾는 이가 없어선지, 여러 집이 매매로 나와있어선지..
집이 안 나가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걸어두면 빨리 해결된다고 해서 ‘소코뚜레’ 도 하나 구입하여 현관에 걸어두었다.
그러는 사이 12월의 첫날이 되었다.
집이 팔리건 팔리지 않건 이사는 일단 가기로 결정하였다.
12년 만에 하게 될 이사여서 감이 떨어지긴 한 것 같다.
특별한 인테리어 없이 있던 짐 많이 버리고 새 물건 사지 않는 이사를 할 계획이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해보고 싶은 새로운 일을 모색 중이다. 다소 허무맹랑한 일일 수도 있으나 특별한 투자 없는 소일거리로 (입에 맞는 일자리 구하기도, 창업하기도 쉽지 않기에..) ….
돈 벌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아서..
막상 12년이나 살고 있는 동네를 떠나려니 (물론 그리 멀진 않으나..) 그동안 친해진 친구들이 제일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도 비슷한 마음이려나?
나의 동갑 친구들….
언제든 걸어 5분 내로 만날 수 있는 … 한 시간 실컷 통화하고 나서, 그제야 만나 이야기하자며 또 보는 친구들…
이사를 가면 좋은 점이 아주 많이 있지만 제일 맘에 안 드는 게 딱 이 점이다.
아파트 사전 점검을 몇 차례 가보았는데 바꿔주고 고쳐줬음 하는 부분이 많이 보였다. 아주 저렴한 옷을 사더라도 물건에 문제가 있다면 교환 환불은 당연히 해주는 시스템이 정착되었지만 집은 문제가 다르다. 복불복 게임 같기도 하고 더 큰 하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에 감사할 수밖에 없다고나 할까? 새 집에 들어간다는 것은 엄청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헌 집이라면 수긍하기 쉬울 테지만 새 집일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어쨌든 입주 전에 최대한 많이 고치고 들어가야 살면서 덜 귀찮을 텐데, 이미 걸렀다. 이삿날은 정해졌고 몇 가지 요구했던 사항들은 아무 변화가 없었다.
결혼 초에는 2년마다 이사를 몇 번 해봐서인지 별 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12년 만에 하는 이사는 이런저런 생각도 드는 것이 참 오래되긴 했다.
어제부터 이사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들을 하나, 둘 메모하며 체크하기 시작했다.
(2023.12.4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