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

6인의 철학자가 삶으로 입증한 견고한 나 되는 법

by SOON
사실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김미경 TV를 구독하게 되었고, 이 모임에 꼭 나가고 싶어서 3개월 여행의 출국날 아침 나는 이모임의 성격도 모르고 나갔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북리뷰를 쓰고 있다. 내 성격답게 지나치게 솔직한 리뷰가 될 것이다.


평점 : 별점 3.5개 ★★★


책을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작가는 이 책의 제목을 본인이 직접 지었을까? (내 생각엔 아니다)

불만이 없었을까?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책은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에 대해서 절대 말해주지 않는다. 만약 이 책에 제목을 보고 이 책을 선택했다면 아마 첫 철학자인 데카르트를 읽고 계속 뒤로 뒤로 스킵했을 것이다. 결국 맨 마지막 327page부터 딱 5페이지만이 이 제목에 맞춰서 맺으려는 작가의 애씀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책의 첫 페이지로 돌아가서 들어가는 말 아래에 있는 철학자들의 비밀..이라는 단어가 아마도 작가가 이 책을 쓰려고 한 의도이자 원제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자기 관리나 멘탈 관리가 아닌 6인의 철학자들의 이야기다.


출판사는 점차 개인 사회에 들어서면서 멘탈 관리나 자기 관리의 필요성이 이슈가 되자 이 책을 끼워 맞추며, 마케팅적으로 활용했다. 그 점에서 너무너무 실망이며 아쉽다. 나는 단순히 그냥 이 책이 김미경 TV에서 추천한 책이었기 때문에 읽었지만, 내 돈 주고 샀다면 이거 뭐야 라고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제목이 철학자들의 비밀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는 철학의 철도 모르고, 역사의 역도 모른다. 그래도 이 책에 나오는 6인의 서사는 꽤 재밌게 읽어 내려갔다. 첫 장의 데카르트는 흥미로웠고, 스피노자는 어려웠고, 칸트는 성실했고, 헤겔은 진지했고, 쇼펜하우어는 우울에 늪에 빠져 탈출해 반려견을 통해 사랑을 알았고, 니체는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작가는 이렇게 유명한 철학자 6명의 일대기를 단 몇 페이지로 함축할 수 있는 대단한 정리왕이며, 이야기 꾼이다. 이 책에서 또 다른 장점은 철학자들의 배경, 가정환경, 생각, 그들의 업적뿐만 아니라 책에 나오지 않은 왜 이런 상황이었을까? 상상해보는 작가의 시점이 들어가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 이렇지 않았을까?라는 대목이 조금 더 책을 재밌게 만들어 주었다.


만약 이 책의 제목이 철학자들의 비밀이었어도 나는 좋았을 것 같다. 물론 책이 덜 팔렸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작가는 원제를 더 하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열심히 정리해 놓고, 제목은 생뚱맞기까지 하며, 출판사에서는 제목을 위해 끼워 맞추듯 글을 하나 더 써달라고 했을 테니 말이다. - 이 글은 필자의 추측임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문구는 바로 제일 마음에 들지 않았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한 말이었다.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들은 얼어 죽지 않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바싹 달라붙어 한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곧 그들은 가시가 서로를 찌름을 느꼈다. 그래서 다시 떨어졌다. 그러자 추위에 견딜 수 없어 다시 한 덩어리가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떨어졌다. 이렇게 그들은 두 악마 사이를 오갔다. 그러다 그들은 결국 상대방의 가시를 견딜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발견했다.


인간 생활의 공허함과 단조로움에서 생겨나는 사회생활의 욕망은 인간을 한 덩어리로 만든다. 그러나 그들은 불쾌감과 반발심으로 인해 다시 떨어진다. 그들은 마침내 서로 견딜 수 있는 적당한 간격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정중함과 예의이다." (271page)


이 책은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다. 그것은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6인의 철학자는 이렇게 살아갔다고 정리왕 작가가 친절히 정리해준 책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