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ON Nov 04. 2019

강의자가 된 날

2019.11.03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나에게 월급을 준다] 라는 책을 읽을 때, 책에는 집중이 되지 않고 아이디어만 떠올랐다. 책을 읽다 인터넷 서핑을 하고, 독서모임을 하는 김미경 캠퍼스 카페에 들어가서 글을 보다 여행작가 강의 모집 글을 보게 되었다. 왠지 이 작가님이라면 나를 받아주실 거라는 마냥 긍정적 기운이 들었다. 호텔 리뷰 작업을 할 때, 이 호텔은 꼭 될 것 같다는 생각 같은 게 있는데 사실 100%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확률이 좋은 편이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천천히 글을 써 내려갔고, 새벽 2시에 이메일은 전송되었다.


간절함은 없었다. 안되면 말구! 라는 생각은 어쩌면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문장일지도 모른다. 하면 된다. 안되면 말고! 였다. 다음날 오후 작가님의 전화 주세요, (휴대폰 번호)의 간략하고 함축적 이메일은 일단 1차 통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리뷰 작업의 경우 대부분의 이메일은 90%가 스팸으로 분류되어 담당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머지 10% 중 반은 긍정적, 반은 부정적인데 확률은 반반이며, 답메일이 오면 일단 반은 성공이다. 한데 답메일이 왔고 연락처가 적혀있다는 것은 80%은 성공적이다. 난 1:1에 굉장히 자신이 있는 편이다. 언변이 뛰어나진 않지만 솔직하기 때문이다. 진실은 언제나 부정보다는 긍정에 가깝다.



그렇게 나는 다음 단계로 레벨업 되었고, 작가님은 시간이 된다면 강의를 해도 된다는 긍정적 답변을 해주셨다. 그리고 강의 전날 급작스레 카톡으로 PPT자료 검토를 부탁드렸던 메시지로 인해 만남으로 이어졌고,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길 나눴고, 나는 그녀의 팀에 스태프로 참여하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 앞으로 쭈욱~~ 아마도 말이다. 강의 전날 만난 작가님은 나에게 그런 메시지를 주셨다.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2019.11.03 드디어 강의 날!




긴장과 떨림 때문이었을까? 커피 때문일까? 결국 나는 잠을 설쳤다. 그래도 다행히 밥은 챙겨 먹고 연남동 위북 라운지로 향했다. 전날 한번 와 본 덕분에 쉽게 찾아갔고, 많은 작가분과 인사 나눌 수 있었다. 대부분 티칭에 관해 전문가분들이었고, 아마도 내가 제일 후달리는 강의자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커리큘럼은 여행작가 글쓰기 강의, 책 출판 전반적인 팁, 사진 강의로 이루어져 있었고, 마지막에 시간이 주어진다면 여행 팁에 관해 내가 강의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작가님은 매번 시간이 모자랐다고 이야기했고, 오늘은 강의를 못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강의 때보다 훨씬 딜레이 되었음에도 작가님은 나에게 기회를 주었고, 나는 드디어 여행 팁에 대해 강의할 수 있었다. 

6시간 동안 함께한 분들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강의 때 떨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친구에게나 알려줬지, 이렇게 전문적으로 PPT를 준비해서 한건 내 생에 두번째였다. (처음은 여행 팁 강의는 아니었다)




마쳤지만 뭔가 꺼림칙한 이 기분ㅋㅋ 나는 잘한 걸까? 모르겠지만 분위기는 좋았다. 뭔가 7시간 남짓 함께해서 그런지 친구 같고, 가족 같았다. 다들 긍정적 마인드를 소유하신 분들이고, 여행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서 그런지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강의를 마무리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지난 이틀간의 피곤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하지만 돌아와서도 쉽게 잠을 이루진 못했다. 다음엔 더더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 내가 이 강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레베루가 되는 사람일까라는 의문 등이 들었다.

자! 나에게 용기를 줘요 친구들!
매거진의 이전글 10월 근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