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되었을 때부터 읽어보고 싶었지만, 항상 예약이 꽉 차 있었다. 그래서 관심도서에 넣어두고 매번 체크하고 있었는데 예약이 덜 차 있길래 예약을 걸어두고 기다렸다. 생각보다 빨리 내 차례가 왔고, 11월 중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필자의 주관대로 지나치게 솔직한 리뷰임을 알려드립니다.
기승전결이 확실한 에세이
나는 여성시대를 들어보진 못했다. 그래서 이 에세이가 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고, 재밌게 읽었다. 200page가 넘어갔지만 글씨체가 커서 읽기도 수월했고, 워낙 말도 잘하시는 분이라 술술 읽혀나갔다. 워낙 자기계발서만 읽다 보니 가끔씩 이렇게 에세이도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에피소드마다 기승전결이 확실해서 한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에세이였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양희은님을 모르는 사람은 신생아를 빼면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워낙 유명한 분이시고, 내 기억에 굉장히 쿨한 언니였다.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했던 시절에 이 책의 작가 양희은님이 인스타그램을 시작하신 걸 보고 팔로우를 신청했더랬다. 한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맞팔을 해주셔서 더욱 기억이 나는데, 아마 그때는 폰에 익숙지 않아서 맞팔을 다 해주셨던 것 같다. (지금은 아마도 피드 때문에 언팔하신 듯 ㅋ) 그래서 나에게 양희은님은 너무나도 가까운 (맞팔해준) 연예인이었다.
그리고 나는 팟캐스트 비밀보장의 팬인데, 비밀보장에서도 매해 신년이나 연말에 전화연결을 하거나 인스타에서 종종 송은이님이나 김숙님 김영철님 등 여러 지인과 함께 밥을 먹는 소박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셔서 뭔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읽어보고 싶어 졌고, 재밌게 읽었다. 제일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신부님 이자, 킹박, 반려견에 대한 에피소드 등이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아빠가 입원해서 병간호 중이었는데 아빠는 아파하는데 나는 웃으면서 이 책을 읽어서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다행히 마스크 쓰고 있어서 내가 웃는 건 아마 그렇게 티는 안 났을 거라 생각해본다. 엄마에 대한 에피소드도 인상 깊었는데, 나에게 엄마는 눈물 버튼이지만 이 책은 에피들이 길지 않았고, 워낙 쿨한 분이셔서 그런지 이 에피소드를 읽고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내가 눈물이 없어서? 암턴 생각보다 엄마 에피소드는 눈물 버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를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치매에 대한 에피소드를 읽을 때, 나는 '역시 양희은님도 딸이구나' 싶었다. 나는 내리사랑을 믿는 쪽이다. 그래서 언제나 자식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고, 부모는 항상 자식에게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양희은님이 이기적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마디도 못한 것에 몇 년 동안 후회를 했고, 아빠가 돌아가신다면 다시는 이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입밖에 절대 나오진 않지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편지로나마 사랑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엄마의 제사를 지내면서, 엄마의 생일에 엄마의 납골당에 다녀오면서, 엄마를 꿈에서 만나면서 내 나름 엄마와 소통을 한다고 생각할 때쯤 이런 생각을 했다.
나도 아기였을 때는 이야기 하지 않았을까? 유아기였을 때는 하지 않았을까? 아기가 태어나서 5살때까지인가? 부모에게 제일 효도를 한다는데, 그만큼 너무 이쁜 짓을 많이 한다는데, 나는 첫딸이니까 우리 부모님에게는 나는 정말 효도를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후회를 조금 덜게 되었다. [양희은님이 이 글을 읽진 않겠지만, 아마 양희은님의 어머니께서도 충분히 효도를 받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본인은 부족하다고 느끼시겠지만, 생각보다 당신은 정말 이쁘고 멋진 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들이 들었고, 이렇게 후기를 쓰면서 엄마 생각을 하면서 또 눈물이 찔끔 났다. 인스타그램에서 보니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10만부 이상이 팔리고, 에디션도 나오고, 양희은님이 출판사에 가서 열심히 싸인도 하고 그래서 더욱 진심이 담긴 책이라서 그런지 나 역시 작가의 진심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하지만 월간 여성시대를 계속 구독해오거나 읽었던 사람이라면 아마 이 책이 새롭지는 않았을 듯싶다. 프롤로그에서 언급했지만 22년 동안 <월간 여성시대>에 실린 글이 큰 밑천이 되어 이 책이 되었기에, 나처럼 월간 여성시대를 몰랐던 사람에게 이 책은 재밌고, 신선한 책이 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사진 출처 : 예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