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월 커피 로스터스 드립백 시음 후기
지난번 케냐 원두를 먹고 후기를 적은 후 원더 월 커피 로스터스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해서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찾아보다가 체험단 모집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신청했는데 덜컥 되어버렸다 ㅎㅎ 다행히 리뷰 형식은 거침없이 내 맘대로 써도 된다는 답변을 받아서 정말 솔직한 시음 후기를 하기로 했다.
이번에 가을 추석을 맞아 수제 커피 티백인 ‘가을인가’ 원더 백을 출시했고, 그걸 나는 맛보게 되었다.
이름 한번 거창하다. 맛있는 로스팅 업체의 원두를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 이름을 짓는 경우도 있었고, 그냥 산지 이름을 그대로 따오는 경우도 있었고, 유명인의 이름을 넣는 경우도 있었다. 머 이건 짓는 사람 마음이니까 ㅎㅎ 제일 재밌었던 원두명은 ‘오복성’ (사장님이 홍금보를 좋아하신다며 ㅋ)
일단 배송에서부터 감동받았던 건... 기사님을 배려하는 멘트 한마디ㅋ
원래 ‘가을인가’ 드립백 세트에는 일회용 컵도 세트 수량과 함께 10세트가 오지만 체험단인 나에게는 1개밖에 오지 않았다.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내게 배송되어 온 1세트는 포장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비닐에 넣어주셨으면 하는) 10세트는 제대로 포장되길 바란다. (오지랖 ㅋ)
첫 시음! 드립백 포장지에 먹는 방법이 적혀 있었지만, 나는 성격이 급해 가만히 있지 못해서 녹차 티백처럼 내렸다 올렸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5분이 지나도 커피가 잘 우러나오지 않아서 당황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고, 설명에 나와있는 4~5분이 아닌 8분 이상을 우렸음에도 조금 밍밍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실패였나? 만약 이 드립백 세트를 선물 받을 경우 나처럼 이런 실패작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되었다.
드립백을 잠시 설명하자면 원두는 아래와 같다.
이다. 드립백 세트 어디에도 이 원두 구성은 적혀 있지 않았다. 물론 나는 체험단이 돼서 알 수 있었지만 배송될 때 이 원두가 어떤 원두인지는 꼭 알려주기 바란다. ( 또 오지랖 ㅋ)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에티오피아 원두인데 산미가 전혀 없었다. ㅠㅠ 너무너무 아쉬웠다.
내가 잘못 내린 것 같아서 두 번째 도전을 했다. 정말 설명서대로 했고, 정확하게 하기 위해 스톱워치까지 대동했다. 정확하게 5분 후 드립백을 제거하고 맛을 본 결과~
두 번째에서는 첫 번째보다는 진했지만 내 입맛에는 조금 부족했다. 에티오피아의 원두 자체가 다크 한 원두가 아니기 때문에 이점은 조금 많이 아쉽다. 혹시 내가 에티오피아에 대해 잘못 알고 있을까 싶어서 구글링을 해보았다.
시다모 구지는 시다모 지역에서 재배된 원두로 전통적인 건식 가공방식과 습식 가공방식 모두를 진행하며, 레몬과 베리류의 산미와 균형 있는 밸런스를 갖춘 원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쉽게도 드립백 ‘가을인가’에서는 레몬과 베리류의 산미는 느낄 수 없었다. 아무래로 이것은 로스팅의 잘못 보다는 드립백 자체의 단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까지 드립백을 여러 종류를 맛본 것은 아니지만 약 3~5번 정도 드립백을 먹어봤는데 일본 브랜드 드립백, 이탈리아 드립백, 루쏘 드립백 (맛없다) 등등 어떤 드립백도 산미는 없다.
올초에 이탈리아 드립백을 먹었을 때 넛츠함과 다크함을 느껴서 참 좋았는데, 오히려 쌀쌀한 가을에는 다크 한 커피가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며, ‘가을인가’에 대한 아쉬움이 들었다. 전체적인 밸런스는 조금 아쉬웠고, 단맛은 정말 좋았다. 또한 핸드드립 방식의 드립백은 직접 내려 먹어야 하는 반면 이것은 그냥 물에 담가서 먹는 차우림 방식이라 더 편리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총평 : 간편하게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나 진한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아메리카노에 물을 조금 더 넣어 드시는 분들께 추천한다. 커피 고유의 단맛이 잘 살아있는 커피이며, 전체적인 밸런스가 나쁘지는 않았기 때문에 간편하게 집에서 또는 밖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산미를 좋아하고 에티오피아 원두를 좋아한다면 비추이다.
가격 또한 저렴한 편이니 (8,900원 - 드립백 10개, 일회용 컵 10세트 구성) 다크 하지 않고 가벼운 커피를 즐기는 분들께 추천한다.
After Talk
후기를 적은 후 사장님께 톡을 드리고 후기 URL을 보냈다.
감동을 받았다니 ㅋㅋ 내가 사장님이라면 진짜 실망했을 텐데 ㅎㅎ (맛있다고 안 해줘서 ㅎㅎ)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갑자기 원두 배합률이 궁금해졌다.
G1은 내추럴이고, G2는 워시드 이기 때문에 G1이 더 단맛이 훨씬 강하고 밸런스가 더 좋을 것이고, 반면 G2는 산미가 있을 것이다. 배합률은 2:1이라고 말해주는 순간 왜 내가 조금 실망했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드립백의 단점도 있겠지만, 배합률과 드립백 특성상 분쇄도가 가늘어야 하기 때문에 더 산미가 안 살아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아쉽지만 사장님 역시 산미보다는 단맛이 더 대중성이 있기 때문에 단맛을 택했다고 말해주셨다.
이런 사장님도 처음이고 이런 대화도 신기하고 재밌다. 얼굴도 모르는 사장님과 커피 톡이라니 ㅋㅋ 다음에 드립백 먹을 때는 이점을 고려해서 70℃정도의 낮은 온도의 물로 내려서 산미를 조금 더 살려서 먹어봐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화를 마쳤다. 감사해요 사장님 ㅎㅎ
원더 월 커피 로스터스 소개.
Q-Grader(큐그레이더)는 커피 원두 감별사라고 칭한다.
커피의 다양한 맛과 향을 훈련을 통하여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누구나 공함할 수 있는 단어로 쉽게 커피를 풀어주는 사람이며, 스페셜티 등급의 생두를 평가해 등급을 결정하는 사람 역시 큐그레이더이다.
원더 월 커피 로스터스는 큐그레이더 자격증을 보유하고 계신 로스터가 볶는 집이다.
큐그레이더가 왜 커피를 볶을까?
유럽 바리스타 공부를 할 때도 느꼈지만, 커피를 공부하게 되면 처음에 바리스타로 시작했던 로스터로 시작했던 어쨌거나 커피에 대해 공부하게 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된다. 게다가 막 다른 것들도 알고 싶은데 아마 원더 월 커피 로스터스의 사장님도 그렇지 않았을까? 로스팅 작업은 커피 수업 때 딱 한번 해봤는데 약 10분 안에 굉장히 스펙터클 하게 커피가 볶아지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고 재밌고 그랬었다.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꼭 맛있는 로스팅을 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먹어보고 사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커피는 정말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에 따라 나는 정말 맛없는 커피라고 생각하는 커피가 누군가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는 커피일 수 있기 때문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지난번 두 번의 원두 맛을 본 결과 브라질과 케냐 커피는 나름 괜찮았다. 사장님은 산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 같으나 아무래도 대중성이 산미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여나 사장님이 이 글을 보신다면 산미 있는 커피도 있어요! 라고 말하실 것 같은데 다음에 꼭 추천해주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