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건물의 크기도 아니고, 경제 규모도 아니다. 도시의 품격은 이야기에서 나온다. 과거의 역사와 현재를 잇고, 내일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도시의 품격이 높아지고, 지역의 정체성도 지킬 수 있다.
광주라는 도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역명 뒤에 ‘정신’이라는 단어를 붙여, '광주정신'을 '고유명사'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광주의 도시 공간은 무조건 삽질부터 시작하는 개발주의가 되어서는 안되고, 아파트에서 사는 권하는 '그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서도 안된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우리 공동체'의 미래비전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한 언론을 통해서 광주 문흥동의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건립될 수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LH가 교도소 부지를 역사공원지정에서 해제해달라면서 광주시에 제출한 토지이용계획에 따르면, 옛 시설인 교도소 원형 복원은 23%에 불과하고 전체 부지의 16%에 30층 이상의 주상복합 아파트 건립이 예상된다.
광주시는 10여년 전부터 교도소 이전 부지를 정의와 자유의 중심지로 아시아 인권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민주인권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서 추진 중이였는데, 이 사업을 위탁받은 LH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수익에만 집착하다 보니 초고층 아파트를 짓겠다는 아주 단순하고 한심한 생각부터 먼저 하게 된 것이다.
옛 광주교도소 부지가 어떤 곳인가.
40여년 통한의 민주주의 역사가 서려있는 곳이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이 잡혀와서 고문당하고, 수용되었던 곳이다.
최근에는 계엄군의 광주봉쇄작전 중 사망한 이들의 시신이 교도소 인근에 암매장되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LH는
민주인권테마 '파크'를
만들자고 했더니
민주인권테마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교도소에서 고문받은 분들, 그 가족들과 30분만이라도 대화했다면 그런 계획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