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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수훈의 파란도시 Jun 04. 2021

도시의 품격

도시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건물의 크기도 아니고, 경제 규모도 아니다. 도시의 품격은 이야기에서 나온다. 과거의 역사와 현재를 잇고, 내일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도시의 품격이 높아지고, 지역의 정체성도 지킬 수 있다.

      





광주라는 도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역명 뒤에 ‘정신’이라는 단어를 붙여, '광주정신'을 '고유명사'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광주의 도시 공간은 무조건 삽질부터 시작하는 개발주의가 되어서는 안되고, 아파트에서 사는 권하는 '그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서도 안된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우리 공동체'의 미래비전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한 언론을 통해서 광주 문흥동의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건립될 수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LH가 교도소 부지를 역사공원지정에서 해제해달라면서 광주시에 제출한 토지이용계획에 따르면, 옛 시설인 교도소 원형 복원은 23%에 불과하고 전체 부지의 16%에 30층 이상의 주상복합 아파트 건립이 예상된다.


광주시는 10여년 전부터 교도소 이전 부지를 정의와 자유의 중심지로 아시아 인권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민주인권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서 추진 중이였는데, 이 사업을 위탁받은 LH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수익에만 집착하다 보니 초고층 아파트를 짓겠다는 아주 단순하고 한심한 생각부터 먼저 하게 된 것이다.


      






옛 광주교도소 부지가 어떤 곳인가.


40여년 통한의 민주주의 역사가 서려있는 곳이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이 잡혀와서 고문당하고, 수용되었던 곳이다.


최근에는 계엄군의 광주봉쇄작전 중 사망한 이들의 시신이 교도소 인근에 암매장되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LH는

민주인권테마 '파크'를

만들자고 했더니


민주인권테마 '아파트'를

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교도소에서 고문받은 분들, 그 가족들과 30분만이라도 대화했다면 그런 계획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2021년을 살고 있다.

수익을 내는 방법이 아파트밖에 없을까.     


시민펀딩을 하는 방법도 있고,


역사에 최첨단 미래기술을 더해서

세계시민들이 광주의 민주인권테마파크를

찾아오는 공간을 만드는 담대한 시도도 할 수 있다.  


결국, 민주인권파크를 통해서 광주정신을 살리는 일은

공간이 갖고 있는 의미와 본질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설계하는 것이다.     






제대로 할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방치해야 한다.


방치한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을 위해서 지키는 것이다.     


단순히 보존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세대가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금의 권력과 행정이 지켜줘야 하는 것이다.     


도시도 살아있고, 도시도 기억한다.

도시의 기억이 우리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LH는 도시의 품격을 훼손하는 지금의 계획을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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