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계획된 우연"
그 날도 여느 때처럼 등교 시간이었다. 봄바람이 불어오는 3월,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중학교 1학년 담임을 맡은 나는 아직 아이들의 성격을 파악하는 중이었다.
그중에서도 최군이 눈에 띄었다. 또래보다 성숙해 보이는 눈빛, 어른스러운 말투, 그리고 묘하게 날이 선 분위기를 풍기는 아이였다. 알고 지내는 고등학생 형, 누나들도 여럿 있다고 했다. 가정환경은 복잡했다. 아버지와의 갈등이 잦았고, 그럴 때면 근처 할머니 집으로 피신하곤 했다.
"선생님, 큰일 났어요!"
출근길 전화벨이 울렸다. 출근길 상황을 본 동료 선생님에게 온 연락이었다. 평소처럼 학교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경찰서로 향했다. 담임교사로서의 책임감과 동시에 불안감이 밀려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이랬다. 최군은 그날 아침, 의도적으로 3학년 선배를 자극했다고 한다. 반말로 성질을 건드리고, 감정을 자극했다. 그 3학년 선배는 순진하고 둔한 성격으로 유명한 아이였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한 선배가 최군의 멱살을 잡았다.
그때 최군의 입에서 나온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쳐봐, 한 번 쳐보라고."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순간의 분노를 이기지 못한 선배는 결국 최군의 뺨을 한 대 때리고 말았다. 그리고 최군은 바로 그 자리에서 112에 신고했다. 학교폭력을 당했다며.
경찰차가 학교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닌, 계획된 사건이었다. 최군은 자신이 피해자가 되는 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교사로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그 이면에는 항상 아이들의 복잡한 내면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겉으로 성숙해 보이는 최군의 행동 뒤에는 어쩌면 더 깊은 상처와 도움의 요청이 숨어있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