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짜리 공책의 가치
한문 수업 첫 시간, 나는 학생들에게 천 원 정도 하는 한자 노트를 준비해오라고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말한 대로 한자 노트를 사 왔다. 그런데 봄향이의 노트를 보는 순간, 나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줄공책이었다. 그것도 그냥 줄공책이 아닌, 자로 반듯하게 선을 그어 30칸씩 만든 수제 한자 노트였다. 봄향이는 그 작은 칸 하나하나에 정성스럽게 한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순간 나는 부끄러워졌다.
천 원.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금액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큰 금액일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봄향이의 줄공책을 보며 나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연필, 지우개, 샤프... 한번 사면 끝까지 써본 적 없는 학용품들. 잃어버리고 다시 사고, 또 잃어버리고 다시 사고. 그렇게 무심코 낭비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교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연필과 샤프들.
주인을 잃어버린 수많은 학용품들.
그것들을 보는 봄향이의 눈빛은 어떨까.
나는 다른 아이들도 봄향이의 줄공책에서 무언가를 느꼈으면 했다. 하지만 그것을 굳이 말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때로는 침묵이 더 큰 가르침이 될 수 있으니까.
지금도 청소 시간이면 교실 구석구석에서 발견되는 학용품들을 볼 때마다 봄향이의 줄공책이 떠오른다. 그 공책은 단순한 학용품이 아니었다. 그것은 소중함의 가치를 가르쳐준 스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