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선을 넘어온 편지 2화

읽어낸 마음

by SOONT

초임 교사의 서툰 발걸음.

생기 발랄한 중학교 1학년들의 에너지는 나를 압도했다. 교생 실습도, 기간제 교사 경험도 없이 바로 교단에 선 나는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

특히 그 반은 유독 소란스러웠다. 내 목소리는 자주 교실의 소음에 묻혀 버렸다. 떠들썩한 아이들의 목소리 사이에서 내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그날도 힘겹게 수업을 마치고 점심 급식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그때 그 반 담임 선생님이 내게 다가오셨다.

"선생님, 저희 반이 너무 시끄러워서 힘드시죠?"

그리고 이어진 말씀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봄향이가 선생님 너무 힘들어 보인다고 말하더라구요."

순간 가슴 한켠이 찌릿했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그것도 북한에서 온 아이가 교사의 힘든 표정까지 읽어냈다니.

자신의 삶도 녹록지 않았을 텐데. 낯선 땅에서의 적응도 버거웠을 텐데. 그런 그 아이가 초임 교사의 서툰 몸짓에서 힘겨움을 발견한 것이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이 아이는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아마도 목숨을 건 탈북 과정에서, 혹은 그 이전부터 이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을 배웠던 걸까.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이 특별한 감수성은 어쩌면 그 아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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