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향이를 처음 만난 날
**글에 나오는 이름과 성씨는 모두 가명입니다.
**해당 에피소드는 실제 사례와 픽션을 재구성해 작성된 내용입니다.
강릉.
그저 가끔 바다를 보러 놀러 갔던 그곳이 내 첫 부임지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받은 첫 발령지는 강릉 시내 근처의 중학교였다.
교실에 들어섰을 때,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1학년 아이들의 귀여운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초등학생의 모습이 남아있는 그 얼굴들 사이에서, 한 여학생이 유독 시선을 끌었다.
까무잡잡한 피부, 또래보다 조숙해 보이는 표정. 중학교 1학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아이가 북한에서 온 새터민이라는 것을.
그것도 그냥 온 것이 아니었다. TV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를 통해 나는 그 아이의 탈북 과정을 보게 되었다. 삼엄한 경비를 뚫고, 자신의 목숨을 건 탈출. 그 위험천만한 여정을 거쳐 지금 이 교실에 앉아있는 것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나는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가르치는 이 아이가, 사실은 나보다 훨씬 더 큰 용기와 결단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교단에 선 나는 부끄러워졌다.
이제 막 교사가 된 내가 과연 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오히려 나는 이 아이에게서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삶의 의미와 용기, 그리고 자유를 향한 절실한 열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