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안정제를 찾아서
1차 시험 합격 발표 후, 진짜 시험이 시작되었다.
2차 시험. 면접과 수업실연.
혼자서 문제를 풀고 답을 쓰는 게 아니었다. 다수의 면접관 앞에서 나를 보여줘야 했다.
어릴 적부터 나는 소심했다. 친구 집에 전화 한 통 하는 것도 몇 번씩 연습하고 걸었을 정도니까. 긴장하면 목소리가 떨리는 습관도 있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 나를 잠식해갔다.
'면접장에서 목소리가 떨리면 어떡하지?'
'수업 실연할 때 준비한 걸 다 망치면 어떡하지?'
걱정은 걱정을 낳았고, 그 걱정은 나를 어둠 속으로 끌고 갔다. 정작 중요한 시험 준비는 뒷전이 되었다.
절박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 합격한 선배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덜 긴장할 수 있을까요?"
그들의 대답은 의외였다.
"내과 가서 신경안정제 처방받아."
유레카!
마치 구원의 빛처럼 느껴졌다. 그래, 신경안정제. 그것만 있으면 될 것 같았다. 그날로 바로 노량진 근처 내과로 향했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
"긴장이 너무 심해서... 신경안정제를..."
"그건 저희가 처방해드릴 수 없어요.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보세요."
순간 짜증이 났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시간인데, 헛걸음을 한 것 같아서. 다른 내과에서는 해준다던데... 투덜거리며 병원을 나왔다.
그리고 발견했다. 노량진 곳곳에 있는 정신건강의학과들을.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가장 가까운 3층짜리 건물로 향했다.
'내가 정신과에 다 오다니...'
하지만 이내 스스로를 달랬다.
'뭐 어때. 약만 타러 가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