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 그래프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열었을 때, 의외로 평범한 풍경이 날 맞이했다.
'정신과라고 뭐 별거 있나? 괜히 긴장했네.'
이내 내 이름이 불렸다. 가벼운 노크 후 진료실 문을 열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저는 임용고시 준비생이에요. 2차 면접과 수업실연을 앞두고 있는데... 제가 워낙 긴장을 많이 해서요. 남들 앞에서 발표해본 적도 거의 없고... 신경안정제를 먹으면 좀 나을 것 같아서 왔어요."
그때였다. 의사가 A4 용지를 꺼내더니 파동 모양의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다.
"보세요. 사람들은 누구나 남들 앞에 서면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불안은 이 선처럼 영원히 올라가지 않아요. 어느 순간 피크를 찍고 나면, 자연스럽게 내려가기 시작하죠."
그래프를 따라 움직이는 의사의 펜끝을 바라보며 나는 귀를 기울였다.
"긴장이라는 건 나쁜 게 아닙니다. 오히려 먼저 인정해보세요. 발표 전에 '저 지금 많이 긴장되네요'라고 말해보는 거예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더 편안해질 거예요. 역설적이지만, 긴장을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긴장이 줄어들거든요."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단순히 약을 받으러 왔던 곳에서, 나는 내 마음 속 두려움에 대한 처방을 받고 있었다. 누군가 내 불안을 이해하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마음이 후련해졌다.
10분 남짓한 대화가 끝나고 처방전을 받아 나왔다. 손에는 신경안정제가 들려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더 이상 그것이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프는 결국 내려간다.
긴장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