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찬이에게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고등학교 1학년 아웃리치 때였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고, 이야기가 생각보다 잘 통했던 것이 전부였다.
이후 공교롭게도 본가가 같은 지역이라 고속버스를 몇 번 같이 타게 됐다. 심지어 둘 다 치아 교정을 하고 있어 병원에 가기 위해 다른 친구들은 집에 내려가지 않는 주간에도 종종 함께 내려가야 하는 일이 있었다. 처음 몇 번은 우연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우연에 슬그머니 내 사심이 섞이기 시작했다.
나는 치과일정이 있는 날도 아닌데 고정 철사가 빠졌다는 핑계를 대고 함께 고속버스를 타기도 했고, 버스를 예매할 때도 “온라인 예매를 잘 못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은찬이에게 예매를 맡겼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옆 자리에 나란히 앉아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내가 그 친구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우리는 이미 1년 동안 필리핀에서 함께 지내며 볼꼴 못 볼꼴 다 본 사이였기 때문이다. 서로 꾸미지도 않고 생활하던 환경이었기에 감정이 생길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도 은찬이에게 좋아하는 여자애를 괴롭히는 초딩 남자아이처럼 굴었다. 괜히 짓궂은 장난을 치거나, 친구들이 장난 삼아 둘을 엮어 놀리면 유독 더 정색하며 부인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들키는 순간,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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