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회장선거

by cha

우리 학교의 회장선거는 어른들의 손이 거의 닿지 않는 행사이다. 공약 포스터를 만드는 일부터 회장단을 꾸리고 유세를 준비하는 것까지, 전부 학생들이 스스로 해냈다. 공립학교에서는 전교회장 부모가 학부모회장을 맡거나, 선거 유세를 도와주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초등학생 때 반장이 되면 콜팝이나 햄버거 같은 간식을 돌리던 일도, 어떻게 보면 부모의 도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에서 선거는 어디까지나 학생들만의 일이었고, 누군가의 집안 사정이나 부모의 지원이 끼어들 여지는 애초에 없었다.


나는 낯을 많이 가리고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었지만, 대안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조금씩 자신감을 얻었다. 그 변화는 내가 회장선거에 나가기로 결심했다는 사실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전의 나였다면 쉽게 하지 못했을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공립학교에 다닐 때도 반장을 몇 번 맡은 적이 있었지만, 인기투표와도 같은 선거과정이 부담스러워 점점 꺼리게 되었다. 떨어지는 일이 괜히 부끄러웠고, 그 결과가 나 자신에 대한 평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대안학교의 선거라고 해서 인기투표의 성격이 완전히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내 자세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떨어지는 것이 곧 내가 부족하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면, 이곳에서는 그 결과를 각자의 기준에 따른 선택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뒤에서 남을 험담하거나 누군가를 따돌리는 문화도 없었기에, 소외될 것에 대한 두려움도 크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보다 ‘도전해 본다’는 선택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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