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나는 비타민 대신 정신과약을 먹는다. 회사에서도 틈틈이 필요시 약을 챙겨 먹는 편이다.
우울과 불안은 정기적으로 나를 찾아온다. 특히 회사에 있으면 쉽게 숨이 턱턱 막히고 심장이 빨리 뛴다.
처음에는 이유를 찾으려 했다. 목소리가 유난히 큰 본부장님의 탓일까. 그의 목소리만 들리면 심장이 먼저 반응한다. 그는 성격이 급해 원하는 답이 바로 나오지 않으면 쉽게 짜증을 낸다. 예전에는 손가락을 튕겨 사람들을 부르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나마 덜한 편이다.
어느 날 본부장님이 특정 업체의 용역료 지급 여부를 물었다. 아직 중도금을 지급할 시점이 아니라 나가지 않았다고 답하자, 나가야 하는 거였다며 큰 소리로 화를 냈다. 해당 업체는 현재 작품이 아닌 차기작에 참여하기로 되어 있어 그때 지급되는 줄 알았다고 설명했지만, 그 판단을 누가 했는지, 내가 혼자 결정한 건지를 따지듯 물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회사 입장에서 지급이 조금 늦어진다고 당장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실제 지급 업무는 내가 아닌 다른 팀의 일이었고, 나는 계약 관리만 맡고 있었다. 게다가 이 판단은 혼자 내린 것도 아니었다. 계약서를 담당하는 팀에 사전에 확인을 거친 일이었다.
그러나 본부장님의 목소리가 높아진 순간, 나는 아무 변명도 하지 못했다.
“제가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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