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며

by 차열음

또각또각.


집을 나서는 그녀의 발걸음이 이전보다 힘차다. 옷차림도 단정하게 신경 쓴 것이, 귀차니즘으로 가득한 그녀의 일상코디와는 분명 달랐다. 그렇다. 그녀는 오늘 연차를 냈다. 졸업식이 있는 날이었다.




기차와 택시를 번갈아 타며 겨우 학교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너무도 익숙한 학교에 묘한 거리감을 느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학교 기숙사를 드나들며 인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어 버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오늘 졸업식은 이제 그 변화가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못 박는 대학생활의 종지부 같은 것이었다.


코로나 19는 그녀의 대학생활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졸업식도 예외는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졸업식 대신 수상자와 학부 대표만 참여하는 조촐한 식이 금일 예정되어 있었고, 나머지는 졸업행사 기간인 일주일 동안 학부 사무실에서 졸업장을 수령하고 알아서 사진을 찍고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같이 졸업하는 친구들은 이미 월요일에 자축을 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수상자로 졸업식에 참석하게 된 그녀만이 오늘 덩그러니 학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래도 행사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인지, 교정엔 꽤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그녀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지나쳐 학위복 대여 장소로 향했다.


한 번 뿐인 졸업식이니까 왠지 완벽해야 할 것 같았다. 검정 학위복을 멋들어지게 입고 노련하게 포즈를 잡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거울에 비친 그녀는 이 옷을 소화하기엔 한참 어리숙해 보였다. 마음만은 아직 대학교 강의실에 앉아있는 영락없는 대학생인 그녀는, 결국 어색한 옷을 입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부모님과 마지막이 될 졸업 사진을 찍었다.




이번 졸업식은 그녀에게 특별했다. 수석 졸업을 하고, 식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도지사 상을 받게 된 것 모두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는 차원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역시 보상은 남에게 바라서는 안 되는 것이었을까. 한 번 밖에 없는 시상식에서, 사회자는 그녀의 수상 순서를 건너뛰어 버렸다. 다급해진 그녀는 스태프에게 자신이 여기 멀쩡히 와있음을 절박히 알렸고, 결국 그녀는 마지막 수상자의 시상에 끼여 '이하동문'으로 상을 받게 되었다. 이하동문이라니! 상패의 이름부터 달랐다. 그녀도 이리 속상한데 엉뚱한 사람과 졸지에 같은 상을 받게 된 그 사람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우여곡절 없이는 인생이 돌아가지 않는 그녀. 마지막까지 이례 없는 추억을 남기며 그녀는 대학을 졸업했다. 회사로 돌아가기 전, 그녀는 자신을 품어준 학교를 한 바퀴 돌며 작별인사를 했다. 등록금의 절반이라고 불리는 하늘이 오늘따라 더 맑고 높았다. 한 때는 이곳이 그녀의 현실이었는데, 이제는 지나간 과거가 되었다. 이곳에서 직장 생활을 꿈꿨었는데, 이젠 대학생활이 꿈만 같았다.




대학과 사회의 중간지대에서 인턴과 취업까지, 참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이제는 대학을 떠나 험난한 사회에 발을 딛게 된 병아리 그녀. 그녀의 앞날을 함께 응원해 주길.


그녀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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