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은 변화

인턴 33일 차

by 차열음

그녀의 '인턴을 끝까지 해보겠다'는 다짐은 결국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었다. 갑자기 다른 방송국으로부터 취업소식을 접한 까닭이었다. 서울의 한 방송국 편성팀 정규직 자리였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인턴을 그만두기 위해 현재 있는 방송국에도, 살 집을 구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 가게 될 방송국에도 양해를 구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그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그녀가 양쪽 모두에게 '곤란한 사람'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인턴을 하는 내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약속한 날짜를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입사할 방송국에서도 그녀는 입사 전부터 입사일 조정을 시도하는 곤란한 신입이었다.


그녀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보다 현재의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한 번도 무언가를 중도포기해 본 적이 없었기에, 그 과정이 얼마나 많은 책임을 요구하는 일인지 이제야 몸소 체험하는 중이었다. ‘그럴 수 있지’하며 무던하게 넘기는 법조차 모르는 소심한 사회초년생은,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형용사들을 끊임없이 곱씹으며 괴로워했다.


이 모든 상황을 차치하고서라도, 인턴기간 내내 번아웃과 이성의 경계를 오가던 그녀에게 아무런 쉼도 없이 찾아온 갑작스러운 실전 투입은 큰 부담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녀는 이것이 중간지대의 불안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공중그네를 타는 사람이 다음 축을 잡기 위해 앞선 축을 놓는 순간 불안을 느끼는 것처럼, 그녀가 지금 느끼는 기분은 입사 직전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중간지대에서 오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불안일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끊임없이 자기 암시를 하며, 다가오는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길 것이라 생각했던 그녀의 인턴생활은 이렇게 한 달 반 만에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 다른 방송국의 신입사원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될 것이다. 병아리 인턴이었던 그녀, 이제는 병아리 사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열정보단 효율, 욕심보단 균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