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지금 외로우신가요?

지금 시대에는 AI보다 다정한 목격자와 참견러가 필요하다

by 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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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2. 17


서울시 1인 가구 실태조사(2020)에 따르면, 1인 가구의 62.1%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비단 1인 가구만의 감정일까?


최근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쉽게 들추지 못했던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샅샅이 들춰보는 중이다. 확실한 건 외로움의 대상이 가구 수도 아니고, 소득의 크고 낮음도 관계가 없으며, 그 누구에게든 기쁨과, 불안의 감정처럼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정책은 이러한 감정까지 케어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요즘 부쩍 '의미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일을 하면서도 '이 일이 그래서 무슨 의미가 있지?', '누구에게 의미가 있지?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외로운 사람들,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어렵지만 반드시 누군가와 연결 되어야만 해결 될 수 있는 이 어려운 감정을 헤아려주는 것. 우리가 만들려는 서비스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사랑을 나누는 따뜻한 연말이다. 혹여나 내 주변의 누군가가 외롭지는 않은지, 그들의 삶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목격자, 응원을 건네주는 참견러가 되어 주면 어떨까?




친구랑 동업하는 거 아니랬지?

나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진리'라 불리는 이야기를 믿는 편이다. 친구와 동업하는 거 아니라는 말은 진선이와 홍남기획을 시작하며 곁에서 많이 들었던 진리 멘트다. 홍남기획에는 '방명록' 노트가 있는데 몇몇 사람들이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승승장구하라는 응원문구를 쓰고 간 걸 보면 모두가 수긍하는 진리임에 틀림없다. 토스 이승건 리더가 창업경진대회 오프닝 연사로 선 강연에서 이런 말을 한다. '반드시 동업자가 고소할 겁니다.’ 지난 10년 간 회사 동기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그 이상의 친구,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로 지낸 우리. 솔직한 성격과 일을 대하는 가치관도 비슷해서 우리에게도 여타 '사업하는 친구' 사이에 일어나는 다툼이란 게 생길까?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했었는데 생각보다 그 시간이 빨리 찾아왔다. 내년도 계획을 구체화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사이에 다른 관점으로 의견을 말하다 날이 선 대화가 오갔다. 말을 하면서도 '우리가 왜 지금 날을 세우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마음이 긁힌 상황에서 할 줄 아는 건 다시 날을 세우는 것 밖에 없었다. 그 후에 남는 건 '내가 왜 그랬지'하는 후회뿐. (이렇게 사람이 나약하다) 다음날 진정된 마음으로 다시 이야기를 나누며 오해가 생긴 지점을 이야기했다. 어제는 절대 찔리지 않겠다는 전사처럼 맞서다 오늘은 연약한 마음, 솔직한 본심을 이야기했다. 몇 시간을 꼬리에 꼬리를 물며 다투던 오해는 아주 짧은 순간 풀렸다.


진선이와 사업자를 내기 위해 도장집에서 도장을 파던 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연인이 부부가 되는 건 무겁고도 가벼운 '이 종이 한 장'의 차이라고. 그런데 동업이라는 것도 그렇다고. 친구는 지지해 주는 사이였다면, 동업자는 지지해 주는 사이에서 같이 결정하고 책임지는 사이가 되는 거다. 진선이와 나는 서로의 일하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을 배우고 있다. 올해 수능 만점자가 뉴스룸에 초대 받아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요즘 사회가 갈등의 사회인데 갈등은 생산적인 발전을 만들기도 하지만, 갈라치기 같이 비용만 있고 효용은 없는 갈등은 발전을 저해하기도 한다고. 앞으로도 우리 앞에 수많은 다툼이 있겠지만 서로의 신뢰를 지지대 삼아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해 가는 슬기로운 우리만의 방식을 만들고 싶다. 이날 이후 홍남기획의 일하는 원칙에는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짧고도 굵은 한 줄이 추가되었다. 논쟁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길. 아무튼 눈물 콧물 쏙 빼는 시간을 지나오며 동업하는 모든 분들에게 존경을 보낸다.



새로운 동료의 합류

1월이면 홍남기획에 새로운 동료가 합류한다. 그것도 팀원이 아닌 함께 브랜드를 빌드업해가는 동료로. 이름은 키티(우리가 함께 다녔던 전 직장에서 영어 이름을 썼었는데 나는 숨니, 진선이는 진, 윤희 언니(?)는 키티다. ) 키티는 진선이와 아이템을 확정하는 단계부터 우리에게 없는 스킬셋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 꼭 함께하고 싶었다. 우리와 전 직장에서 꽤 오랜 기간 합을 맞춰왔었고 디자인 실력, 인품, 거기에 휴머까지 뭐 하나 아쉬운 점이 없다. 한 줄로 이야기하면 ‘다시 한번 꼭 함께 일해보고 싶었던 사람.’ 사실 아직 우리가 '회사'라고 이야기할 정도의 무언가를 갖춰 놓은 게 아니어서 창업에 관심 없던 사람이, 심지어 직장을 잘 다니고 있는 사람이 우리 회사로 오는 결정을 하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걸 알기에 기대감을 억누르며 제안했는데 약속했던 기한에 함께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날 진선이와 카페에 가서 조각 케이크를 사고 자축(?) 파티를 했다.)


11월의 마지막 날. 셋이 모여 간단한 워크숍을 했다. 왜 우리가 사업을 결심했는지, 어떤 기획을 하고 싶은지, 2년 뒤, 5년 뒤 어떤 모습을 그리는지. 우리의 생각을 나누고 키티도 이직과 커리어 전환을 하며 느꼈던 것들, 합류를 결정하게 된 계기를 진솔하게 나눠주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셋의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가 1) 좋은 동료와 2) 즐겁게 3)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 창업을 하는 이유로 두기엔 소박해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선택의 이유였다. 그리고, 실패를 하더라도 그걸 잘 정리한다면 '성장'이라는 가치로 남기에 무서울 게 없는 마음, '끈기' 하나는 셋 다 자신 있다는 것. 키티의 합류로 하고 싶은 일들이 더 많아졌다. 천하무적 완전체다!



그래서 이게 무슨 의미야?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아서 사람을 바꾸기 위해서는 반드시 3가지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 세 가지는 사람, 시간, 환경.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이 세 가지를 '창업'을 하며 모두 바꾼 셈이긴 하다. 그래서 매일이 새롭게 재밌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여기에 더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한 가지를 더 찾았다. 진선이와 최근 자주 쓰는 단어. 의미意味. 의미는 단순히 말이나 글의 뜻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한자를 파자해 보면 소리 음(音)자와 마음 심(心)자가 결합한 한자가 '의意', 여기에 맛 미(味)자를 더해 '마음에서 우러나온 소리를 감각적으로 느끼는 것'쯤으로 해석할 수 있으려나.


문득 (정말 맥락 없이 문득이다.) 서로 아이디어를 구상하다가 갑자기 "이거 너무 재밌을 거 같아!"라고 반짝이는 눈으로 이야기할 때가 있다. 진선이는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정말 Right now 당장 해야 할 것 같은 상기된 어조로 이야기하는데 귀엽고 웃기다. 무튼, 우리가 신나서 일하게 하는 환경, 그래서 일을 잘하게 하는 환경은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일 말고, 마음이 하고 싶다고 소리치는 그런 일이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순 없겠지만 '의미가 밥 먹여주는 일'을 하고 싶다. 그 의미라는 게 많은 사람들에게 기여가 될 수 있는 일이면 늘 배부른 마음일 테지.



외로움, 그 미묘한 감정에 대하여

요즘 공부하고 있는 주제는 ‘외로움’이다. 여름 휴가로 남해에 갔을 때 한 독립 책방에서 <사랑>에 대해 정의한 글을 봤었다. ‘사랑은 항상 오묘합니다. 항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단어는 몇 없지요.’ 사랑도 참 오묘하지만, 외로움만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또 있을까. 사전을 찾아보면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고독과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있지만 고독이 상태라면, 외로움은 감정, 고독이 선택의 영역이라면 외로움은 수동의 영역. 고독사 등이 이슈화되며 고립을 해결하는 정책들은 많아지고 있는데, 외로움은 여전히 개인의 나약함 정도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감정의 ‘결핍’은 늘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된다. 그래서 더 밖으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안으로 곪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폰이 생기고부터 우리는 늘 ‘연결’되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가장 외로운 시대에 살고 있기도 하다. 가장 사생활이 보장된, 개인화된 시대에 살길 원하면서 한편으로는 늘 누군가 곁에 있길 원하는 양가감정을 안고 살아간다. 한 칼럼에서 고독과 외로움은 한 끗 차이라고 한다. 고독이 고통을 일으키는 순간, 그것은 외로움이고 그 순간에는 더 깊은 고독을 받아들이는 게 아닌 누군가의 연결을 찾아야 한다고.


최근 전 직장에서 매년 열리는 세미나에 초대 받아 다녀왔는데 마지막 세션에서 AI와 인간을 비교한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AI와 로봇이 사람의 불완전함 마저 따라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완벽하다’고 할 것입니다. 어쩌면 인간이 가진 불완전함, 인간이 가진 ‘취약성’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자산이 아닐까요?” 외로움이야말로 불완전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누구나 마음 한편에 품고 있는 ‘가장 연약한 작은 방’과 같은 공간이 아닐까. 그 마음을 섬세하게 알아차려 주는 것. 요즘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일이다.



삶과 사람 사이의 일

지금쯤이면 현판이 바뀌었으려나. 가을 무렵 바뀌었던 교보문고 현판의 문구가 광화문 교차로를 건너는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야>. 최근 외로움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레 삶, 사람. 이 두 주제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그러던 중 스레드에 올라온 글 하나를 보고 한참을 울었다.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혼자 남은 것 같은 마음으로 쓴 글. 그리고 그 글에 댓글들. 그 마음들이 아슬아슬한 마음을 힘껏 붙잡아주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댓글을 남기는데 꼭 예전에 그 아슬아슬함을 견뎌봤던 사람들 인 것 같아서 더 눈물이 났다.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답다는 건 이런 걸까. 최근 내 알고리즘 주제를 구분하자면 사업, 사람, AI. 이 세 가지 꼭지인 것 같다. 나는 그중에서도 유독 사람과 관련한 콘텐츠에 스크롤을 멈춘다. 거기에 마음이 간다. AI 새로운 버전이 나와서 빨리 배워야 한다고 나를 채근하지만 그보다 사람에 대한 뉴스에 마음이 가고, 요즘 품절 대란이라는 화려한 브랜드보다 심지 굳게 사람을 향하는 브랜드 철학에 마음이 간다. 나는 아마 결국엔 ‘삶과 사람’ 그 사이에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12월이다. 뭐든 한 번 하면 진득하게 오래 하는 게 특기(?)인 나에게는 퇴사를 비롯해 많은 변화의 결정을 한 올해가 정말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아슬아슬한 날들도, 힘에 부치는 날들도, 또 마음 가득 충만한 날들도 스쳐 지나간다. 회고 마니아답게 찬찬히 돌아보는 시간으로 남은 2주를 보내려고 한다. 나의 삶, 나의 사람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브런치를 통해 초보 창업가의 날 것의 생각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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