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인 나는 사업을 시작하고 계획을 바꾸는게 일상이 되었다
2025.11.24
시니어 고객들을 직접 만나면서 우리가 세웠던 가설과 아이디어들은 모두 대차게 빗나갔다. 하지만 실망감보다는 개운함이 크다. 오히려 생각과 방향이 선명해졌다. 아이디어를 고민하면서 마음 한편에 늘 걸리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고객을 직접 만나면서 추측에만 머물렀던 생각들이 정리되고 나니 확신이 생겼다.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안부 인사로 홍남기획의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장난스레 '에이~무계획이 계획이죠'라고 이야기하지만 우리에게는 늘 계획이 있다. 오늘내일, 아침저녁으로 그 계획이 바뀔 뿐. 계획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마음, 필요하다면 바꾸는 선택을 하겠다는 준비된 태도. 그 생각이 있기에 계획을 바꾸는 것도 우리의 계획이다. 계획의 달성만 쫓는 게 아닌,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더 선명한 우리만의 기준이 만들어지고 있다. 마음에 걸림이 없는 확신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더욱 선명한 기준을 만들고, 그 안에서 우리만의 매력을 키우는 것!
시니어 탐구 대장정 그 후
시니어를 위한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뒤 막연하게 생각했던 가설과 아이디어를 실제로 검증하기 위해 직접 고객을 만나는 시간들로 한 달을 보냈다. 실제로 고객을 만나보니 우리의 가설의 대부분은 대차게 빗나갔고 아이디어에 대한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역시 데스크리서치와 AI를 통한 검증은 한계가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나름 야심 차게(?!) 준비했던 아이디어들은 모두 사장되었지만 실망감은 없다. 생각과 방향이 더 선명해져서 오히려 후련한 마음이랄까? 회사 다닐 때는 캠페인 준비기간이 빡빡하다 보니 고객이 중요한 건 알지만 충분한 시간을 쏟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는데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발로 뛰며 고객 탐구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
시니어 찾아 삼만리 여정
5060 네 분과의 심층 인터뷰
오십 대 커뮤니티에 오프라인 모임 2회 열기
강동구 50+센터에서 하는 축제 참여
고양시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 참관
시니어를 타깃 하는 다양한 앱 써보기
시니어 전용 패키지 여행사 상품 체험
시니어분들을 직접 만나면서 가장 큰 수확이 있다면 우리 안에 단단한 고정관념이 깨진 것이다. '시니어'라고 규정하는 틀 자체가 깨졌다고나 할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부끄러운 질문이지만 초기 인터뷰에는 이런 걸 물었다. ‘시니어가 되셨어요. 기분이 어떤가요?’ (명확하게 이런 문장은 아니었지만 아마 인터뷰이 입장에서는 이렇게 돌렸겠지?) 이 질문은 대학에 입학했다거나, 로또에 당첨되었다거나 하는 드라마틱하게 삶이 달라진 경우에나 어울리는 질문인데 나이 한 살 더 먹는다고 해서 과연 오늘내일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졌을까? 서른넷의 내가 서른다섯이 된다고 별반 다르지 않을 텐데. 나 스스로 나이 듦을 거창한 하나의 의식, 어떤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것처럼 여겼던 건 아닐까.
아무리 더 많은 인터뷰를 한다고 해도 우리는 그 나이가 되기 전까지 절대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그 나이가 된다고 하더라도 지금 시니어가 살아온 60년과 우리가 살아갈 60년이 다를 테니 100% 이해할 순 없을 것이다. 어쩌면 MZ세대, X세대 보다 더더욱 하나의 페르소나화 하기 어려운 세대일지 모른다. 삶의 형태가 살아온 시간의 길이, 깊이와 비례해 달라지는 거라면 하나의 틀 안에서 규정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가. 시니어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면 시니어를 위한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도 필요한 브랜드를 만들어야 '진짜' 도울 수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 부모님’을 위한 서비스에서 그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던 '우리의 마음'부터 짚어보기로.
잘 나이 든다는 것
시니어 관련 콘텐츠, 서비스를 많이 접하다 보니 내 모든 알고리즘이 관련 콘텐츠로 도배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비즈니스 고민과는 별개로 ‘잘 나이 드는 것은 어떤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최근 '탑골공원 VS 도산공원 노후 준비 차이가 보여주는 현실'이라는 유튜브 영상을 봤다. 한쪽은 버티는 삶, 한쪽은 누리는 삶을 이야기한다. 한쪽은 빨리 죽지 못해는 삶, 한쪽은 젊음도 부럽지 않은 삶을 산다. 인터뷰는 연금, 즉 노후 자금이 주제인 콘텐츠였지만 콘텐츠가 이야기하는 게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돈이 주는 자유와 안정, 그게 곧 행복의 척도가 되었다.
시니어 인터뷰를 하면서 만난 네 분은 아주 선명한 본인만의 가치관이 있고, 각자의 삶의 관점 안에서 꽤나 만족스러운 삶의 모양으로 살고 계셨다. (삶의 모양이 가지각색이라 인터뷰하는 내내 굉장히 즐거웠다) 다만, 한 가지 공통되게 이야기해 주신 게 있는데 '사람은 선으로 산다는 것'. 20대 놀기 좋아했던 유쾌한 사람은 60대에도 뽀로로처럼 사는 게 꿈인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되었고, 30대를 치열하게 일했던 사람은 60대에 그에 대한 보상을 누린다는 것. 하루아침에 짜잔 하고 60대의 내가 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하루하루가 쌓여서 빚어지는 게 나라는 거다. 다만, 젊을 때와 다른 게 있다면 시니어가 된 후에는 그 삶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 바꾸려고 해도 그게 잘 안될 뿐이라고.
간혹, 지하철이나 식당 같은 곳에서 우악스러운 노인분들을 만날 때가 있다. 왜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되는 걸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약자가 되어서 목소리를 더 크게 내야 하니까, 내 말이 통하지 않았던 안전하지 않은 경험이 있으니까, 내가 열심히 살아온 세월에 대한 억울함? 보상심리일까. 그런데 어쩌면 그런 사람들은 젊었을 때도 그런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다만, 그 모습을 바꿀 계기나 기회가 없었을 뿐. 사람은 선으로 산다. 오늘 누군가를 만나고, 무엇을 먹으며,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가가 쌓여서 60살, 70살의 내가 된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사업 고민을 하면서 노후 준비도 하게 될 줄이야.)
너 진짜야?
격주로 인문학 스터디 모임을 하고 있다. 이번 복습 모임에서 나눴던 이야기 중 마음에 남았던 단어 하나는 ‘진짜'. 복습 모임을 함께 하는 동료의 질문에 생각이 많아졌다.
수민님은 진짜예요?
최근 하는 일에 대해 선명한 답을 내리지 못해서였을까.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노트에 쓴 ‘진짜’ 두 글자에 수십 번 밑줄을 그었다. 우리는 진짜 시니어를 돕고 싶어서 이 일을 하나. 이 또한 위선인가. 이 시장이 뜨고 있다고 해서 하고 싶은 것인가. 그건 분명 아닌데? 그럼 우리가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붙잡고 있는 게 맞나? 아니 시작도 안 해봤는데 겁부터 먹고 있는 건가?
깊이 들어가야 하는데 자꾸 겉도는 느낌. 안 되는 이유들만 생각나니까 내 마음이 진짜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연애를 시작도 안 했는데 단점만 보이니 본격적으로 걸어보겠다는 결심이 안 선달까. 그런데 돌고 돌아 진짜 하고 싶은 아이템이 생기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진짜 잘해보고 싶다. 여기에 한번 걸어보고 싶다는 마음.
지난주에는 진선이와 사업 방향성을 정리하면서 광고 대행일을 병행하기로 결정하고, 우리가 하고 싶은 ‘대행'에 대한 기준을 다시 정리했다. 지금까지는 대행을 단순히 다른 클라이언트의 일을 ‘대신’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왕 퇴사했으면 우리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이 컸는데, 우리가 하고 싶은 기획 방향을 명확히 하니 오히려 우리가 쌓아온 자산과 강점을 가지고 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우리가 대행일을 망설였던 ‘진짜’ 이유는 대신하는 마음이 아닌 오너십을 갖고 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2025년 나의 키워드가 '탐색'이었다면 2026년 내 키워드는 '진짜'다. 진짜 하고 싶은 일들로 채우는 시간, 진심을 다해 걸어보는 것. 내 그릇에는 진짜인 마음들만 잘 골라 담아 쌓고 싶어졌다. 진짜가 있는 환경은 새로 유입되는 진짜도 강하게 만든다. 그런데 가짜가 있는 환경은 귀한 진짜조차 헷갈리게 한다. 가치를 모르고 결국 가짜에 섞여 가짜인 양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게 되어있다. 결국 진짜가 쌓여야 진짜가 될 수 있다. 내년 연말에는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마음에 걸림이 없이 답할 수 있길.
매주 금요일 그 주를 회고하고, 브런치를 통해 날 것의 생각을 기록합니다.
격주로 숨니와 진, 둘의 글을 일부 발췌해 뉴스레터로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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