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정 중 주말이 껴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주말마다 열리는 곳곳의 시장!
스톡홀름에서도 매주 일요일, 회토리에트 광장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이 유명하다. 그 나라만의 오래된 물건들을 구경하는 것은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다. 한국에서는 동묘 시장을 생각하면 된다. 마침 나도 주말이 껴있는 여행 일정이라 회토리에트 벼룩시장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일요일 오후에 회토리에트 광장으로 가보았다. 찾아가 보니 생각보다 큰 규모의 시장이었다.
아주 작은 물건부터 큰 물건까지 별별 물건들이 다 나와있었다. 작은 스푼부터 장식품들, 그릇, 찻잔들, 엘피판과 그림들, 각종 의류까지. 천천히 둘러보니 각자 집만의 특성도 보였다. 벼룩시장에는 주로 나이 드신 분들이 판매하러 많이 나와계셨고 물건 또한 오래된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 시장을 구경 나온 이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시장은 들썩들썩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걷는 강아지들. 나는 평소 관심 있던 빈티지 커피잔을 주로 둘러보았고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가격을 물어보았다.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구매하고 싶었는데 회토리에트 벼룩시장은 오직 현금만 거래가 가능하다. 여행 7일째인 나는 환전을 십원도 하지 않아서 신용카드밖에 없었다. 판매자가 회토리에트 역으로 내려가면 ATM기기가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래서 커피잔을 구입하기 위해 난생처음 신용카드로 현금인출을 해보았다. 500 크로나(한화 약 62,000원)를 인출하고 다시 찻잔을 파는 곳으로 갔다. 돈도 생겼겠다, 갖고 싶은 커피잔들을 하나 둘 골라 모았다. 어느새 고르다 보니 5세트나 되었다. 다 해서 480 크로나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눈에 아른거리는 잔이 하나 더 보였다. 가격을 물어보니 돈이 모자라서 골라둔 잔 중 한 개와 교환하겠다고 하자 판매자는 500 크로나에 다 포함해서 주겠다고 하였다. 내가 이득을 본 건지 그녀가 이득을 본 건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빈티지 커피잔을 6세트나 사서 기분이 좋았다. 종이로 잔과 소서를 따로따로 포장해서 봉투에 담으니 부피가 엄청났다. 그제야 나는 '헉'하며 소리를 내었다. '이걸 다 어떻게 가져가지?'
생각지도 못하게 과소비를 해버려서 우선 호텔로 돌아가 짐을 두고 다시 나오기로 했다. 충동적으로 커피잔을 6세트나 구입하다니. 장장 13시간의 비행을 통해 한국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나 자신이 정말 웃겼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스톡홀름에는 미술관 섬이 있다. 스켑스홀맨이라는 섬인데 그 섬으로 가는 다리도 유명하다. 꽤나 긴 다리를 천천히 걸으며 가다 보면 중간 즈음에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 그건 바로 왕관 조형물인데 그 덕에 왕관 다리라고도 불린다.
스켑스홀맨에 들어서자마자 동아시아 박물관이 있는데 현재 한국은 ‘해녀’라는 주제의 전시를 하고 있다. 지나서 쭉 가다 보면 거대하고 독특한 조형물들이 하나 둘 보이고 현대미술관이 보인다. 입구에 새빨간 단풍나무가 있어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나는 모습이었다. 스톡홀름의 현대미술관은 무료 관람이 가능한 전시가 많았다. 나도 굳이 유료 전시는 보지 않고 무료인 전시만 감상했다. 무료인데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만한 전시들이었다. 그리고 기념품 판매점에서는 다양한 디자인 서적들과 제품들, 포스터를 판매하고 있다. 사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고르고 고르다가 포스터 한 장과 엽서 두 장을 샀다. 포스터는 구겨지지 않도록 케이스까지 구매했다. 이건 또 어떻게 한국까지 가져갈 거냐며 나 자신에게 혼잣말을 했다. 나도 모르겠다.
저녁에 뭘 먹을지 딱히 생각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호텔 근처 맥도널드에 가보기로 했다. 다른 나라의 맥도널드는 항상 뭔가가 달랐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떤 점이 다른지 비교해보기로 했다. 스톡홀름의 맥도널드는 키오스크로 주문을 해야 했다. 모두들 익숙한 듯이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있었다. 나도 요즘 썩 익숙한지라 별 어려움 없이 메뉴를 골랐다. 한국에 없는 건강해 보이는 버거와 고구마튀김이 있었다. 메뉴를 선택하고 결제를 하려는데 뭔가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대체 왜 이러나 쩔쩔매는데 지켜보던 직원이 와서 카운터에서 결제해야 한다고 설명해주었다. 아마도 외국 카드라서 그런 것 같다.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서 둘러보니 손님의 연령이 낮은 편으로 보였다. 대부분 청소년 같이 보이는 아이들이었고 나와 같은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도 몇 있었다.
스웨덴의 외식 물가가 높아서 맥도널드는 평균적으로 저렴한 편이라 그런지 주로 저렴한 식사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인가 싶었다. 그게 아니면 나처럼 정말 간단한 패스트푸드로 요기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자리에 앉아있는데 직원이 내가 주문한 메뉴를 직접 가져다주었다. 날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해서 그런가 했는데 알고 보니 홀 직원이 항상 상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스톡홀름 맥도널드에서는 다 먹은 후에 그냥 두고 가면 된다. 약간 아이러니했던 점은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는데 홀 주문은 셀프 픽업이 아니라는 것.
내가 주문한 건강해 보이는 햄버거는 롯데리아의 AZ버거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크기가 좀 작고 간단한 토핑이어서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맛. 하지만 빵 자체가 굉장히 부드럽고 고소했다. 그리고 고구마튀김은 정말 그냥 고구마튀김이었다. 기대만큼 바삭하지 않아서 약간 실망했다. 딱 패스트푸드점 다운 식사를 하고 나와서 호텔로 돌아가는데 너무 추워서 오들오들 떨며 걸어갔다. 호텔에 와서 옷을 갈아입는데 윗배에서 아린 느낌이 났다. 아무래도 체한 모양이었다. 당황하지 않고 챙겨 온 소화제를 먹었다. 두꺼운 이불을 덮고 침대에 몸을 뉘었지만 호텔 방에는 냉랭한 공기가 감돌았다. 아직 해도 다 지지 않은 시간인데 아픈 배를 문지르며 잠에 들려고 억지로 눈을 감았다. 명치가 콕콕 쑤시고 숨이 턱턱 막혔다. 위장이 약한 체질이라 추울 때면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원체 쉽게 체하곤 했다. 잠시 후 잠에서 깬 뒤 키친 룸에 가서 따뜻한 물을 가져다 마셨다. 다행히 한결 나아진 느낌이다. 새로운 숙소에서의 요란스러운 첫날밤은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