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시청사 가이드 투어
아침에 부지런히 일어나 나갈 채비를 했다. 어제 무계획 여행의 쓴 맛을 본 덕에 오늘은 완벽한 하루를 보내겠노라고 다짐했기 때문에 준비 내내 시간을 계속해서 체크했다. 어제 실패했던 시청사 투어를 하기 위해서 다시 스톡홀름 시청사로 왔다.
스톡홀름 시청사 가이드 투어는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로 진행을 하고 있다. 나는 9시 반쯤 도착해서 10시에 영어 가이드 투어를 하기로 했다. 사실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 잘 알아듣지 못하면 투어에 의미가 있으려나 싶었지만 다행히도 가이드 투어 티켓을 구매하면 한국어 설명서를 준다. 그리고 조그만 스티커 티켓을 주고 잘 보이는 겉옷에 붙이라고 한다. 난 가죽 재킷을 입고 가서 손등에 붙였다.
투어까지 시간이 꽤 남아서 강가로 나왔다. 오늘은 하늘이 새파랗고 구름은 하얀 맑은 날씨다. 어제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라서 마치 처음 온 곳 같았다.
투어 시간이 다 되어서 입구로 갔다. 점점 사람들이 모였고 한국인들도 여럿 보였다. 금방 가이드가 와서 우리를 데리고 입장했다.
스톡홀름 시청은 1911~23년에 스웨덴 출신의 건축가인 랑나르 외스토베리가 설계하여 건립되었다. 국가적 낭만주의 스타일로 시공된 스웨덴의 가장 유명한 건물 중 하나라고 한다. 건축가는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궁전들에서 영감을 받아 이 건물을 설계하였다.
맨 처음 만난 장소는 ‘블루 홀’이다. 가이드는 자기소개를 한 뒤, 이 공간은 온통 붉은 벽돌인데 왜 이름이 블루 홀인지 설명해주었다. 원래 건축가는 벽돌 벽을 파란색으로 페인트칠하고 싶어 했지만 빨간 벽돌의 아름다움을 직접 보고 나서 생각을 바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여전히 빨간색이지만, 그 이름은 스웨덴어로 블루 홀을 의미하는 'Bla Hallen'을 그대로 사용한다.
그리고 매년 12월 10일 노벨상 수상 축하 만찬식이 이 곳 시청사의 가장 큰 행사장에서 진행된다고 한다. 시상식은 시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진행된다.
그렇게 가이드와 함께 시청사 곳곳을 들여다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내부는 어디든 고급스럽고 각 공간마다 분위기가 달랐다. 또 흥미로운 곳은 ‘대회의실’인데 스톡홀름 시의회 소속인 101명의 의원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 곳이다. 회의는 방문객들에게도 공개가 된다고 한다. 회의를 직접 볼 수 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그만큼 자신감이 느껴졌다.
스톡홀름 시청사 가이드 투어에서는 사진 촬영이 자유롭지만 단 한 곳에서만큼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곳은 바로 ‘오벌 룸’인데 17세기 말 프랑스 보베에서 제작한 태피스트리로 덮여있는 곳이다. 태피스트리를 보호하기 위해 카메라 플래시가 금지되어있다고 한다. 실제로 보면 굉장히 우아하고 낭만적인 공간이다. 게다가 토요일에는 이 곳에서 일반인들이 종종 결혼식을 올린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골든 홀’은 가장 인상이 깊게
남았다. ‘골든 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공간은 1800만 개의 유리와 금박 모자이크로 그림을 만들었다. 9세기부터 1920년대까지의 스웨덴 역사가 묘사되었다고 한다. 모자이크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요소가 많기도 하고, 수많은 유리와 금박으로 공간 전체를 그림으로 만든 사람들의 노고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스톡홀름 시청사 가이드 투어는 생각보다 더욱 알차고 의미 있었다. 건축적인 요소뿐만이 아닌 각 공간의 쓰임새와 더불어 보존성이 훌륭했다. 누군가 스톡홀름을 여행한다면 망설임 없이 추천할 것이다.
투어가 끝나고 딱 점심시간이 되었길래 중앙 역 근처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찾아간 곳은 미트볼 맛집으로 알려진 곳인데 점심시간이라 온통 현지인들로 북적였고 아니나 다를까 만석이었다. 친절한 사장님의 안내로 나는 자리가 날 때까지 잠시 서서 기다렸고 금방 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몇 가지의 런치 메뉴가 있었지만 망설임 없이 스웨디시 미트볼을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고 있던 중 주방에서 미트볼 한 접시가 나왔고, 내 건 아니었는지 아주머니는 다른 곳으로 서빙을 나갔다. 그리고 사장님은 그 아주머니에게 막 호통을 쳤다. “이 아가씨는 오래 기다렸어!”
그리고 나에게 미안하다, 곧 음식을 주겠다고 하셨고 나는 괜찮다고 했다. 아마도 자리가 날 때까지 서서 기다렸기 때문에 더욱 그러신 듯하다.
먼저 주문한 내 음식이 늦게 나온 것이 사실이라면 인종차별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손님이 온통 스웨덴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리 오래 기다리진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 나온 스웨디시 미트볼은 맛본 것 중에 가히 최고의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