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 다녀온 바사 박물관이 있는 유르고르덴 섬의 가장 안 쪽에 있는 가든에 가기 위해 다시 중앙역으로 갔다. 중앙역에 도착해 처음 와보는 출구로 나오니 역 안에 글쎄 첫날 갔던 100년 역사의 오래된 카페 ‘Vete-Katten’이 이 곳에도 있던 것이었다. 지하철 역사 내의 카페답게 자그마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 카페의 특징답게 여러 가지의 빵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었다. 진열된 빵의 비주얼을 보니 도저히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딸기 스무디 한 잔과 블루베리가 들어간 빵을 하나 집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이 훤히 보이는(반대로 사람들에게 내가 보이는) 창가에 앉았다. 딸기 스무디는 한국에서 먹는 것처럼 시원한 맛이 아니었다. 음료가 미적지근하면 좀 먹기 싫어진달까. 하지만 기대를 하나도 안 했던 빵은 정말 너무 입맛에 잘 맞았다. 촉촉하고 달달한 페스츄리였다. 하나 더 먹을까 하다가 참았다. 굳이 왜 참았는지 지금까지도 이해가 안 된다.
중앙역에는 트램 종착역이 있는데 대로변 한가운데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기다리다 보면 시간에 맞춰 트램이 정거장으로 오는데 카드 단말기가 없으므로 우선 그냥 타면 된다. 그렇다고 무료이거나 무임승차를 해도 되는 것은 아니고, 기차처럼 검표원이 단말기를 들고 다니며 한 명 한 명 교통카드를 찍도록 했다. 그는 트램 내에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새로 탄 사람들을 구별해낸다. 이렇게나 사람이 많은데도 동양인은 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유르고르덴에 스칸센이 있다 보니 현지인들도 트램 이용을 자주 하는 듯싶었다. 트램을 타고 유르고르덴의 종점까지 가서 내렸다.
종점에 내리자 수많은 요트가 보였다.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여서 그런지 요트를 소유한 사람이 많은가 보다. 목적지인 로젠달 가든까지는 꽤 걸어야 했다. 엄청 커다란 숲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날씨가 맑았으면 참 좋았겠지만 아니나 다를까 어둑하던 하늘에서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엄청나게 커다란 나무들이 울창한 숲길은 어딘가 동화 속에 나올법한 그림 같았다. 숲길을 지나니 커다란 밭과 건물들이 보였다. 구글맵을 따라가니 정원 같은 느낌이 조금씩 들었다. 생각보다 굉장히 넓은 규모의 정원이어서 맑은 날 온다면 구석구석 걸으며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다.
아무래도 비가 내리는 통에 정원을 둘러보지 못하고 로젠달 가든 카페에서 좀 쉬어가기로 했다. 마치 실내 하우스 같은 외관은 정원과 참 잘 어울린다. 카페 바로 옆 공간에서는 작은 화훼단지처럼 식물의 씨앗이나, 꽃, 화훼 재료들을 구매할 수 있었다. 식물이나 꽃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평일 점심때인데도 로젠달 카페에는 사람들로 꽉 찼다. 테이블 수가 꽤나 많은데도 가족이나 친구, 연인 단위로 다들 삼삼오오 모여 '피카'를 즐기고 있었다.
이 곳에서는 점심에 뷔페처럼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고 진열된 빵을 먹을 수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따 점심을 먹을 거라 빵을 따로 먹지는 않고 원두커피만 주문했다. 참, 스톡홀름에서 원두커피를 주문하면 셀프로 따라 마시면 된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편은 아니었지만 체감온도를 더욱 낮게 해 주었다. 추울 때 마시는 따뜻한 커피는 참 맛있다.
비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허기진 배를 채우러 가려고 카페에서 나왔다. 트램이 언제 올지 몰라 정류장으로 곧바로 걸어갔다. 바람까지 불어서 우산을 쓰나 마나였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구세주처럼 와준 트램을 타고 노르딕 박물관 앞에서 내렸다. 근처에 식당을 오다가 봐 놓아서 그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스톡홀름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점심특선 같은 메뉴들이 있다. 정해진 몇 가지 메뉴는 좀 더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이 식당에도 여러 메뉴가 있었는데 난 소고기 메뉴를 골랐다. 사실 뭔지 잘 모르고 그냥 찍었다. 이젠 구글 번역하는 것도 참 귀찮다. 커다란 창으로 강 건너 유럽풍의 건축이 훤히 보여 좋았다. 스웨덴 사람들은 외식을 많이 안 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밥시간마다 사람들로 가득이다. 하지만 이 곳에선 나 외의 동양인이 두 명 있었다. 딱 봐도 한국인 같았다. 아는 척은 않았지만 굉장히 반가웠다.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다 보니 금방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딱 봐도 먹음직스러웠다. 잘 구워진 고기 위에 구운 양파와 버섯, 브로콜리, 그리고 정체모를 소스. 비를 맞으며 돌아다니느라 피로감이 축적된 내 몸은 의자에 앉자마자 축 늘어졌는데, 역시 고기를 먹으니 금세 힘이 돋았다. 매일 밥 없이 반찬만 먹는 느낌이지만 나름 적응이 되고 있었다.
압도적인 웅장한 이 고딕 건축물은 바로 노르딕 박물관이다. 북유럽에 왔으니 지나칠 수 없는 노르딕 박물관에 들러보기로 했다. 스웨덴의 문화 역사가 담긴 이 곳은 생각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그들의 생활, 의복, 가구 등 굉장히 폭넓은 주제들을 관람할 수 있었다. 특히 가구 파트는 북유럽 가구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참 재미있는 구간이었다. 박물관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볼거리가 상당한 곳이라 한 번쯤 들러보는 걸 추천한다. 스웨덴에 관해 모르던 것들을 꽤 알게 된다. 규모가 굉장히 커서 다 둘러보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라 시간적 여유 있는 날 와야 한다.
건물 전체를 돌아다니다 보니 다리가 꽤나 아팠다. 그러고 보니 하루 종일 많이 걷기도 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커피’! 커피 수혈을 하러 갔다.
다시 트램을 타고 중앙 역으로, 쇠데르 말름으로.
굉장히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 커피 맛집으로 소문난 곳을 찾아갔다. 주변이 공사 중인지 좀 어수선했지만 마치 영화에서나 볼법한 외관의 카페를 발견했다. 사람들로 꽉 찬 이 곳은 커피 맛집이 분명했다. 앉을자리가 없어 두리번거리다가 마침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재빨리 그곳에 앉았다. 그리고 따뜻한 플랫화이트를 주문했다. 평소 우유가 들어가는 커피를 잘 마시지 않지만 왠지 종종 마시고 싶은 기분이 든다. 이 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나를 어제 본 사람처럼 반갑게 맞아주었다. 표정부터가 굉장히 밝고 여유 있어 보인다. 바에 앉은 손님들과 자연스레 대화를 하고 일하는 것이 즐거워 보였다. 내가 이곳저곳 사진을 찍다가 바 쪽으로 카메라를 돌리자 나에게 브이를 날리던 그들. 혼자 하는 여행이지만 외롭지만은 않다. 어디를 가든 사람이 있는 곳이기에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