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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May 29. 2020

터키에 갈 거야!


* 2014년 11월 터키 여행 시 쓴 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됩니다.





망할 놈의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매일 야근 수당도 없이 야근을 자정 가까이했고 내 주 업무와 다른 업무까지 해야만 했다. 게다가 주말 근무까지 강요당했다. 상사인 대리와 팀장님께서 먼저 그만두신다고 선포를 하셨고, 나도 그들을 따라 퇴사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내 성격이 지고지순한 편은 아니라 많은 언쟁을 하기도 했고 회사 내의 정치질에 지쳐 떨어져 나온 것인데 돌이켜보면 빨리 그만둔 것이 잘 한 선택인 것 같다.


퇴사 직전 꽤 오랜 시간 만나온 남자 친구와 이별을 하고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들어졌다. 힘든 일이 여럿 겹치다 보니 현실을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다 문득 뜬금없이 터키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갑자기 왜 하필 터키인지는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그 당시의 기억이 선명하지 않아 추측하건대 무조건 먼 거리에 완전히 다른 환경의 나라로 가고 싶어 선택했을 것이다. 사실 그런 조건의 나라들은 많지만.


부모님조차도 왜 하필 터키냐, 여자 혼자서 위험하다, 절대 안 된다며 말리셨다.


엄마는 나를 다른 쪽으로 설득하려 했다. 차라리 서유럽에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3개국 투어를 추천했다.


하지만 나는 왠지 서유럽보다는 터키에 강렬히 꽂혔다. 이미 여행 책도 샀고 정보 습득을 위해 네이버 카페에도 가입했다.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여행 정보를 얻을 겸 여행 첫날부터 며칠간은 한국인이 하는 숙소에 묵기로 했다. 터키 여행을 하는 한국인들에게 꽤나 유명한 곳이라 기대도 되었고 안전할 것 같았다.


내 고집을 꺾지 못한 부모님은 결국 마음대로 하라 하셨고, 대신 내가 원하던 일정보다 짧은 열흘 정도로 합의를 봤다. 그리고 아빠는 응원한다며 항공권을 결제해주었다.


당시에 터키로 가는 직항은 몇 없었고 첫 장거리 비행이라 국적기가 나을 것 같아 대한항공을 선택했다. 장장 12시간을 가야 하는 장거리 비행이었다.


첫 장거리이자 장기여행인 만큼 꼼꼼하게 엑셀에 표를 만들어 일정을 정리하고 각종 이동수단과 숙소도 예약을 마쳤다.


터키는 우리나라보다 7배가량 큰 나라이고 내 일정은 열흘간 터키의 동서남북을 찍을 예정이라 짐을 꽤 많이 싸야 했다. 캐리어는 돌아다니는 데 불편할 것 같아 40리터짜리 등산용 배낭을 하나 샀다. 배낭 안에 따로 수납칸을 사용해 나누어 짐을 쌌다.


11월의 터키는  한국과 비슷하다길래 티 몇 장, 경량 패딩과 편한 바지들, 트래킹화와 비슷한 운동화를 챙겼다. 먹을지는 모르겠지만 김도 담았다. 그리고 혼 여행의 필수품인 셀카봉과 충동구매했던 삼성 디카. (지금 사용하는 내 휴대폰보다 화소가 낮음)


혹시 모를 소매치기를 대비해서 작은 힙색을 추가로 구비했다. 아빠가 바꿔다 준 달러를 힙색과 배낭에 나누어서 담았다.


혼자서 떠날 모든 준비가 완벽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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