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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Jun 02. 2020

터키로 가는 길


* 2014년 11월 터키 여행 시 쓴 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됩니다.





출국 날, 아빠가 인천공항까지 차로 데려다주었다.

3층 출국장 앞에서 날 내려주고 쿨하게 가버린 아빠.


꽤 무거운 배낭을 메고 홀로 체크인 카운터에 줄을 서자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나에게 여행의 시작은 공항에서 체크인할 때인 것 같다.


항공권을 발권한 뒤 공항에서 헤매다 여행자 보험에 부랴부랴 가입하고 점심을 먹었다. 항상 느끼지만 공항 식당은 비싸기만 하고 왠지 맛이 없다.


대충 배를 채우고 탑승구로 갔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 않아 보였다. 정말 내가 탄 비행기에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터키로 여행을 가는 한국인들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3-3-3 배열이었은데 난 가운데 3에서 맨 오른쪽 좌석이었다. 앞, 뒤, 옆자리가 텅텅 비어있어서 편안한 비행이 되겠구나 싶었다.


자리에 앉으니 간식으로 땅콩을 주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대한항공의 땅콩..!


이륙을 기다리는데 20분이나 연착이 되었다. 잠이 쏟아져 조금 졸다가 눈 앞에 보이는 화면을 이리저리 조작해보았다.


영화가 생각보다 많길래 뭘 볼까 하다가 ‘보이 후드’라는 영화를 보았다. 주변에 사람이 없고 조용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영화에 집중이 잘 되었다. 한참 영화에 빠져있는데 어느새 비행기는 이륙해있고 예쁜 승무원 언니들이 기내식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기내식은 두 가지로 고를 수 있었는데 난 쇠고기 스튜와 감자, 빵과 버터를 골랐는데 꽤 맛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하늘에서 먹어서 더 맛있나? 흐흐

만족스러운 식사에 배가 부르니 금방 잠이 쏟아졌다.


인기척에 뒤를 보니 어떤 아주머니가 3개의 좌석에 일자로 누워 있었다. 자기 자리도 아닌데 저렇게 해도 되나? 싶었는데 승무원들이 지나가면서 아무 말도 안 하길래 그래도 되는구나 깨달았다.

그리고 어느새 나도 텅 빈 옆자리까지 차지하고 누웠다.


잠을 꽤 잔 것 같은데 아직도 비행은 7시간이 남았다. 아까 보던 보이후드를 마저 다 보니 5시간 반이 남았다.


간식으로 피자와 오렌지 주스를 먹었다.

다시 누워서 잠들었다가 깨어나 드래곤 길들이기 2를 보고 기내식을 먹었다.


정말 말로만 듣던 사육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먹고 자고를 반복하니 비행하는 동안 살이 몇 키로는 찔 것 같았다.


심심해서 영어와 터키어 필수 표현들을 노트에 적어두고 외워두기로 했다. 짧은 공부를 하고 나니 약 3시간이 남았다. 장거리 비행은 정말 지루하구나. 겪고 나서야 깨달았다.


창가 자리가 아니어서 바깥 구경도 못하니 더더욱 지루했다. 하품만 계속 나오고 잠도 더 이상 오지를 않는다. 무엇보다 기내가 건조해서 눈도 잘 안 떠졌다. 건조한 눈을 감고 멍 때리는데 드디어 반가운 기내방송이 나왔다.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곧 착륙합니다. 안전벨트를 매주시고 등받이를 세워주세요.]


주변에서 잠들어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깨어나고 창문이 걷혔다. 캄캄한 하늘이 보였다.


이스탄불 공항에 터키 시간으로 저녁 7시 10분쯤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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