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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Jun 06. 2020

이스탄불에서의 첫날밤

* 2014년 11월 터키 여행 시 쓴 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됩니다.




나의 첫 여행지는 홍콩이었다. 아무래도 같은 동양권이다 보니 익숙한 느낌도 있고 치안도 꽤 좋은 편이어서 순조로운 여행을 했다.


터키는 한국에서 12시간을 날아온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있는 머나먼 낯선 국가이다. 심지어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대가 저녁이었기 때문에 숙소까지 안전하게 가기 위해 픽업 서비스를 미리 예약해두었다. 장시간 비행으로 쌓인 피로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교통수단을 찾아가며 헤매지 않아도 된다.


입국장에 나오자 내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든 터키 아저씨가 보였다. 마치 아는 사람인 양 반가웠다.


픽업 차량인 12인승 밴에 올라타니 승객이 나 혼자였다. 혼자 밴을 통째로 빌린 것 같았다. 터키 아저씨는 누군가와 통화를 한 뒤 나에게 ‘랄랄라 게스트 하우스?’라고 물었고 내가 ‘예스’라고 대답하자 출발했다.


창밖에 보이는 어둑한 풍경을 눈에 담으려고 애썼다. 공항 주변이라 별로 보이는 건 없었지만 그나마 가로등 불빛들과 지나가는 자동차 정도는 볼 수 있었다.


한참을 달리다가 좁디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돌바닥이어서 차가 엄청 덜컹거렸다.

마침내 도착했는지 차가 멈추고 터키 아저씨가 문을 열어주었다. 땡큐! 감사 인사를 하고 눈 앞에 보이는 건물로 들어섰다.


숙소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오래된 건물의 4층이어서 무거운 배낭을 메고 계단을 올랐다. 캐리어 끌고 왔으면 완전 죽음이었을 듯.


마치 가정집 같은 분위기의 이 곳, 랄랄라 게스트 하우스는 한인 민박인데 여행자들에게 안락한 공간으로 꽤 유명세를 펼친 곳이다. 왤까? 궁금했다.


내가 묵은 여성 도미토리 룸에는 싱글 침대가 총 세 개 있었다. 이미 두 개의 침대에는 누군가 자고 있었고 나는 맨 끝 침대를 배정받았다. 잠에 방해가 될까 조용히 배낭을 풀고 세면도구를 챙겨 화장실로 갔다. 장시간 비행으로 찝찝했던 몸을 씻으니 한결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비행기에서 그렇게나 오래 잠을 잤는데도 침대에 몸을 뉘이자마자 졸음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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