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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Jul 18. 2020

이스탄불에서 카파도키아로

* 2014년 11월 터키 여행 시 쓴 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됩니다.




아무래도 배가 고파 잠에서 깬 것 같다.


한번 잠이 깨고 나니 다시 잠들기가 어려워 그냥 씻고 나갈 채비를 했다.

9시쯤에 어제 봐 둔 가게에 아침을 먹으러 갔는데 아직 고기가 익지 않아서 빵과 수프만 먹을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빵과 요구르트&라이스 수프를 시켰다. 수프에 요구르트라니 약간 흠칫했지만 선택할만한 메뉴가 딱히 있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요구르트 맛이 너무 강한 수프는 쌀죽에 요구르트를 넣고 끓인 맛이었다. 정말 한 입 먹자마자 "윽!" 소리가 절로 나왔다. 빵만 먹고 수프는 거의 남겼다.


하바타쉬(공항버스)를 타고 사비하 공항으로 와서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때웠다.

커피를 다 마시고 206B 게이트 앞 벤치에 앉아서 탑승 시간을 기다리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과자도 나눠주시고 주변 터키쉬 분들이 이방인인 나에게 다들 웃어주며 친절한 모습이었다.


비행 내내 창 밖으로 보이는 구름이 너무 예쁘고 신기해서 사진을 잔뜩 찍었다.


공항에 도착 후 픽업 차를 타고 카파도키아로 오는 동안 해가 다 졌다. 아직 4시 반인데.


카파도키아에서 너무 묵어보고 싶던 동굴 호텔에 도착하자 혼자 온 것이 참 아쉬운 순간이었다. 호텔 주인과 인사하고 방을 안내받고 짐을 살짝 풀어두었는데, 내가 예약한 방은 정말 멋졌다. 정말 동굴 안에 있는 침실, 화장실 같았다. 날씨가 겨울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살짝 냉기가 도는 감이 있었다. 오히려 그 냉기가 더 동굴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배가 고파서 뭘 먹을까 하다가 터키 여행 정보를 주고받는 인터넷 카페에서 카파도키아에서 저녁을 함께할 동행을 구한다는 글에 선뜻 댓글을 달았다. 카페 회원과 나는 프른 익스프레스라는 피데 집에서 만나 함께 저녁을 먹었다. '피데'는 쉽게 말하면 길쭉한 피자 같은 음식이다. 밀가루 반죽을 둥글고 납작하게 만들어 화덕에 구운 터키의 전통 빵인데, 여러 맛의 토핑을 고르면 된다. 이탈리안 요리인 피자가 피데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피자만큼 맛있지는 않지만 담백하고 괜찮았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 회원과 헤어져 각자 호텔로 돌아갔다. 호텔 주인은 루프탑 바에서 혼자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안다며 나에게 자랑했다. 게다가 한국에 꽤 관심이 있는 터라 대화를 나누기 좋았다. 이 호텔에는 서양인들이 주로 묵고 한국인은 사실 드물게 온다고 한다. 난 이 호텔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칭찬했다. 그는 꽤나 뿌듯해 보였다.


해가 너무 일찍 지는 곳이라 그런지 금세 피곤해졌다. 9시도 안되었는데 졸음이 쏟아져 씻고 잘 준비를 했다.


어둑어둑해서 잠이 참 잘 오는 곳, 카파도키아에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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