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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Jul 10. 2020

이스탄불에서 생긴 일

* 2014 11 터키 여행   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됩니다.




오늘은 내가 마지막으로 씻는 순번이어서 조식을 좀 늦게 먹었다. 짐을 싸고 날 기다려준 언니들과 함께 숙소에서 나왔다.


숙소 앞 골목에서 언니들과 점심때쯤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인사를 나누고 ‘난 배낭을 멘 백패커스!’라고 속으로 외치며 씩씩하게 새로운 숙소를 찾아 걸었다.


새로운 골목을 지나 구석구석 예쁜 것들을 눈에 담아 가며 찾아간 ‘Bunk Taksim Hotel’. 프런트 직원들은 정말 너무 친절했다. 내 여권을 보고 한국어를 할 줄 안다며, “앙녕!”이라고 했다. 한국어를 하는 터키인을 보니 마냥 웃음이 나왔다. “안녕!”이라고 대답해주고 내가 예약한 방을 안내받았다.


내가 예약한 방은 6인실 여성 전용 도미토리인데 엄청나게 작은 방에 2층 침대 3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화장실은 생각보다 넓고 쾌적해서 좋았다. 넓은 세면대와 샤워실, 사물함까지. 조식이 5유로인 것만 빼면 정말 맘에 드는 숙소다.


내 침대에 배낭을 올려놓고 탁심으로 나왔다.

이스티클랄 거리를 쭉 걸어 내려오다 보니 구경하지 못했던 매장들이 눈에 보였다. 한국엔 없는 Topshop 매장에 들어가 내 몸에 꼭 맞는 대미지 진을 하나 구입했다. 그리고 언니들이 기다리고 있는 성 소피아 성당으로 갔다. 언니들은 미사가 끝난 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당엔 흑인들이 엄청 많았다. 모두들 한껏 차려입은 모양새였다.


우린 악기 골목까지 내려가며 이것저것 구경하고 난 또 기념품을 구입했다. 갈라타 다리를 오르기 전에 길거리 매점에서 치킨 케밥을 사 먹었다. 엄청 짠맛이었지만 먹을만했다.


오전부터 마라톤 대회를 해서 트램이 다니지 않아 갈라타 다리를 쭉 걸어서 궐하네 공원까지 갔다. 그러나 마라톤 대회 때문에 출입 금지였다. 그래서 근처의 톱카프 궁전을 보러 갔다. 하렘의 내부는 정말 화려했다. 정원이 무지 넓었는데 날씨가 좋았더라면 참 예뻤을 것 같다. 튤립 정원에 꽃이 필 무렵 다시 오고 싶다. 비록 아야 소피아는 못 보고 가지만, 또 오면 되니까!


저녁에는 괴프테를 먹으러 갔다. 미트볼의 원조!

하지만 어떤 괴프테는 양 누린내가 나서 잘 못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난 이스티클랄 거리에서 zara, mango에 들러 혼자 쇼핑을 하고 호텔로 걸어가는데 왠지 길거리에 여자들이 보이질 않았다. 가끔가다 보이는 여자들은 모두 나처럼 관광객. 어떤 터키 남자가 날 따라오며 말을 걸었다. “헤이~ 코리안?”


예스.”라고 대답하자마자 그는 나를 끈질기게 쫓으며 말을 걸었다. “노.”라고 단호하게 대답해도 계속 내 앞을 가로막길래 기분이 언짢아졌다. 순간 내 안의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다시 한번 외친 “노!!!!”는 그를 꺼지게 했다.


호텔로 무사히 귀가하고 같은 방에 묵는 이탈리안과 짧은 통성명 후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한국에 친구가 있다고 했다. 이름도 알려주었는데 발음이 알아듣기 힘들었다. 대화를 마치자마자 피곤이 몰려와 씻고 금방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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