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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Jun 27. 2020

이스탄불 구석구석 걷기

* 2014년 11월 터키 여행 시 쓴 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됩니다.





오늘은 조식을 먹고 바로 나가서 카디쾨이로 가는 페리를 탔다. 배를 타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 설렜다. 맨 위층에 올라가 밖이 훤히 보이는 바깥 자리에 앉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풍경을 보며 갈 수 있었다. 앉아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오더니 ‘티?’라고 말을 걸어오길래 보니 차를 나누어 주는 아저씨였다. 프리라고 해서 바로 찻잔을 받았다.


이렇게 공짜로 차를 주는 저렴한 배라니. 참 좋은 교통수단이구나. 우리나라로 치면 한강과 비슷한 강을 건너는 배인데 이걸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아침부터 배를 타고 출근이라니 참 재밌을 것 같지만 매일이라면 아무런 감흥이 없을 것 같다.


하선 후 모다 마을로 가기 위해 방파제를 따라 쭉 걸었다. 길을 걸으며 마주친 히잡을 둘러쓴 소녀들은 나에게 다가와 코리안이냐며 묻더니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한국을 좋아한다는 말에 선뜻 찍어주었다. 내가 마치 연예인이 된 느낌이었다.


길 곳곳에는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강아지의 귀를 보니 칩 같은 것이 달려있다.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온순했다. 신기하게도 길고양이들도 사람을 하나도 무서워하지 않고 손짓하면 다가오고 비빈다. 어떻게 이렇게 조화롭게 순탄하게 지낼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도 길고양이들을 괴롭히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주말인데도 모다 지구의 거리는 한산했다. 다들 집에 있나? 가다가 길을 좀 헤매게 되어서 지나가던 군인에게 길을 물었더니 친절히 우리가 찾아가는 곳까지 안내를 해주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와플 가게인데, 갑자기 군인이 자신도 동행하고 싶다고 하여 언니 오빠들이 거절했다.


반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과일 토핑이 많이 올라가는 와플! 어제 주인 언니가 알려준 맛집이다.

과일과 와플의 조화는 정말 맛있었다.


와플을 다 먹어치우고 우린 동네를 좀 더 산책하기로 했다. 가다가 발견한 트램을 타고 어딘지 모르는 곳에 무작정 내려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정말 명동과 비슷한 시장 같은 골목도 누벼보았다. 낯선 동네의 골목 산책은 언제 해도 참 재밌다.


이 날의 모다 지구는 너무 쾌적하고 한적한 느낌의 마을이라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동네이다.


다시 페리를 타고 에미뇌뉘 선착장으로 곧장 갔다.

그리고 트램을 타고 귈하네 공원에서 내려 아야소피아를 찾아갔는데 줄이 어마어마했다.


관광하기에 시간도 너무 늦어서 포기하고 ‘블루하우스 레스토랑’에 식사하러 갔다. 우리는 7분 거리를 헤매며 30분 동안 빙 돌아서 갔다.


식사 메인은 티본스테이크였고 맛은 무난했다.

일행 오빠가 와인은 자신이 사겠다고 해서 박수를 쳤다.


식사를 마치고 나왔는데 정말 허무하게도 아야소피아에서 5분 거리였다.


트램을 타려고 기다리는데 웬 러시아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의사소통 불가여서 바이 바이 했다.


여기도 퇴근시간 러시가 있는지 트램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완전 지옥철 수준!

어떤 할머니 앞에 서있었는데 나를 보고 웃으셔서 ‘메르하바!’하고 인사를 건네고 내 짧은 터키어 실력을 뽐냈다.


우린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카디쾨이에 내려서 튀넬을 타고 이스티클랄 거리를 올라갔다.


탁심 근처 바에서 한잔 하고 들어가자는 의견에 바를 찾는데, 희한하게도 바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겨우겨우 어느 골목에서 바를 하나 찾았는데 사장이 아일랜드 사람이었다. 한국인인 우리를 반가워하며 자신도 한국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고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메뉴판이나 어서 달라고!

옆에서 계속 정신없이 떠들어대면서도 서비스는 안 줬다.


난 애플 모히토를 주문했다. 언니 오빠들은 맥주를 마셨다. 또 일행 오빠가 계산을 했다. 사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좀 미안했다. 우린 한참 즐거운 수다 타임을 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걸었더니 너무 피곤해서 금방 잠에 들었다. 이스탄불에서 마지막 밤인데 아쉽다.


... 고 생각했는데 거실에서 사람들이 모여 맥주를 마시며 떠드는 통에 잠에서 금방 깼다. 별 수 없이 나도 거실로 나가 합류했다. 그러다 내일 내가 야간 버스를 타고 떠난다고 하자, 9시간이나 버스에서 잠을 자는 건 정말 힘들다며 비행기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경험자들의 말을 듣기로 하고 버스를 이미 예약해둔 터라 취소가 되는지 우선 알아보았다. 다행히 취소는 가능했다. 버스를 취소하고 바로 항공권을 샀다. 1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굳이 버스로 9시간을 가려고 했다니. 나도 참 웃겼다. 그리고 야간 버스 대신 하룻밤을 더 지낼 곳을 찾아야 했다. 이 숙소는 내일도 풀 부킹이라 다른 곳을 알아봤다. 탁심 근처의 저렴한 호텔을 찾아 예약해두고 다시 잠을 잤다.


이스탄불 모다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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