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리뷰
#1 책 소개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하인리히 뵐의 작품 중에서 이례적으로 <슈피겔>이라는 주간지에 연재되었다가 이후 책으로 출간된 사례다. 출판되자마자 세간의 주목을 받아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 후 영화로도 만들어지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사실 저자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무척 날카로운데, 이야기 자체는 어떻게 보면 무척 현실적이다. 왠지 주변에도 카타리나 블룸이 있을 것 같은 기분.
#2. 저자 소개
이 작품이 독자들의 주목을 끈 까닭은 하인리히 뵐 특유의 문학 세계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그는 전후 독일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사회의 억압과 인권 침해에 대해 깨어 있는 양심의 소리를 내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1970년대 독일 사회 전체를 뜨겁게 달구었던 테러리즘에 대한 논쟁과 언론의 폭력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하인리히 뵐은 작품을 통해 현실의 모순이나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들춰내고 비판함으로써, 작가 자신의 시대 체험, 동시대인의 문제, 동시대적 현실 인식을 강조했는데, 그 사례가 바로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특히,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는 물론 학생들 교재로도 자주 선정됐고, 뿐만 아니라 당시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들 중에 가장 많이 읽혀서 잘 알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나는 비록 종이 한 묶음, 뾰족이 깎은 연필 한 통, 타자기 하나를 가지고 혼자서 글을 쓰고 있지만, 나 자신이 혼자라고 느낀 적은 없고 항상 뭔가에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 시간과 동 시대성에 연결되고, 한 세대에 의해 체험되고 경험된 것에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 하인리히 뵐
#3. 줄거리 요약
<소박한 그녀 카타리나 블룸은 어쩌다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었는가?>
1974년 2월 24일 일요일, 한 일간지 기자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살인범은 카타리나 블룸이라는 27세의 평범한 여인. 늘 성실하고 진실한 태도로 주위의 호감을 사던 총명한 여인이 도대체 왜 살인을 저지른 것인가? 이때부터 이야기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수요일, 카타리나 블룸은 어느 댄스파티에서 괴텐이라는 남자를 만나 함께 밤을 보낸다. 그런데 이튿날 경찰이 그녀 집에 들이닥쳐 수색을 벌이더니, 급기야 그녀를 연행하기에 이른다. 사실 괴텐은 은행 강도에 살인 혐의까지 있는 인물로, 그동안 계속 언론과 경찰에 쫓기고 있었다. 카타리나 블룸은 묵비권을 행사하고,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녀는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4. 이 책의 포인트
언론이 평범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처참하게 유린하는지가 이 책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특히 당시 독일의 시대적 상황을 이해한 뒤에 책을 읽으신다면 독서의 재미가 더해질 것 같다. 이 작품이 생성되는 데 중요한 사건은 당시 68 학생 운동의 여파라고 할 수 있는 테러리즘 논쟁이다.
사건은 테러리즘으로 인해 독일이 한창 뜨거웠던 1970년대에 발생한다. 1971년 12월 23일 카이저스라우텐이라는 소도시에서 은행 강도 사건이 일어나 시민 한 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런데 당시 통속적이고 선정적인 일간지였던 <빌트>지가, 어떠한 확인 절차나 증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의 소행이다'라고 기사를 쓰면서 상황이 악화된다. 이에 하인리히 뵐은 <빌트>지의 보도 방식을 비판하는 글을 발표했는데, 일부 사람들이 이를 범죄자에 대한 옹호의 글로 이해했고, 그로 인해 뵐은 몇 주 동안 집 밖을 나가지 못할 정도로 수많은 욕설과 협박을 받았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이다. 작품이 탄생하게 된 일화를 알고 책을 읽는다면, 더욱 그 재미가 더해지지 않을까.
#5. 인상 깊었던 부분
<개인의 명예와 인생이 언론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과정>
카타리나 블룸은 무척 성실한 사람이었고, 악착같이 돈을 모았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도 좋은 차를 몰고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땀과 노력은 한 언론의 기사로 인해 '음탕한 방법'으로 치부되고, 그녀의 명예는 순식간에 더럽혀진다. 또한 카타리나 블룸은 단지 첫눈에 반한 남자와 하루를 보냈을 뿐인데, 경찰이 그녀의 집을 무단으로 침범하고 그녀를 연행했으며, 언론은 그녀를 살인범의 정부, 테러리스트의 공조자, 음탕한 공산주의자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군중은 이러한 허위 보도에 폭발적으로 호응하며 그녀에게 욕설을 내뱉는다. 개인의 명예가 언론에 의해 생매장되고, 결국 그것이 언론사 기자의 피살로 이어지는 폭력의 악순환. 이런 스토리는 결코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아도 낯설지 않아 보인다.
#6. 카타리나 블룸
카타리나 블룸이라는 인물은 답답할 정도로 차분하다. 그녀도 분명 억울하고 화가 날 텐데, 그리고 그게 당연한 건데, 너무나도 침착하고 협조적이다. 물론 당시 그녀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노리는 수많은 언론 매체를 고려하면, 그녀의 태도는 현명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한 채, 그녀의 명예가 생매장당하는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쓸쓸함과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
#7. 한 줄 평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개인의 명예를 처참하게 짓밟는 언론의 폭력에 관한 보고서'이다. 양이 많지 않아서 짧은 시간 내로 훌훌 읽기 좋고, 하인리히 뵐이라는 작가를 알게 돼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게 된 작품이었다.